트럼프, 출마 길 막히나? 美서 "대통령직 자격 없다" 첫 판결

김희정 기자 2023. 12. 2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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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라도 대법원 판결에 트럼프 "연방 대법원에 상고"…1년 안 남은 미국 대선 판 흔들 변수
(로이터=뉴스1) 정윤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을 앞두고 네바다주에서 열린 한 유세 집회에 참가한 모습. 2023.12.17.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미국 콜로라도 주 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자격을 박탈했다.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엎으려 한 그의 언행이 내란으로 간주되며, 이를 미국 수정헌법 제14조 3항의 공직 결격 조항에 해당된다고 판결한 것. 트럼프는 즉각 상고하겠다는 입장인데 연방정부 대법원이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그의 재선 도전은 큰 벽을 만날 수 있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콜로라도 대법관들은 콜로라도 주 국무장관에게 트럼프 대통령을 주 공화당 예비선거 투표에서 제외할 것을 명령했다. 이는 수정헌법 14조 3항이 대통령직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지난 11월 덴버 지방 판사의 판결을 뒤집는 판결이다.

수정헌법 14조 3항에는 헌법 지지 선서를 한 후 헌법에 반하는 반란을 일으킨 사람은 공직을 맡을 수 없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해당 조문에는 "미합중국의 공직자"라는 광범위한 문구 아래 여러 공직이 열거돼 있으나 대통령직이 구체적으로 포함돼있지 않다. 이를 두고 사법적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콜로라도 대법원이 최초로 대통령직을 결격 범위에 포함시켜 판결한 것.

콜로라도 대법원은 2021년 1월 6일 이전과 당일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이 내란에 가담한 것으로 간주되며, 법원은 의회가 특별히 지정하지 않은 대상에 대해서도 수정헌법 14조 3항을 집행할 권한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대법원은 "법원의 대다수(4대 3)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수정헌법 제14조 3항에 따라 대통령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한다"며 "자격이 없기 때문에 콜로라도 주 국무장관이 그(트럼프)를 대통령 예비 투표 용지에 후보로 등재하는 것은 선거법에 따라 부당한 행위가 될 것"이라고 판결문을 통해 밝혔다. 대통령직은 명백한 '공직'이라 헌법에 구체적으로 언급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란 해석이다.

콜로라도 대법원은 사회적 파장과 트럼프 진영의 반발을 의식해 판결에 신중을 기했음을 판결문에 드러냈다. 법원은 "우리는 결론에 가볍게 도달하지 않는다. 우리 앞에 놓인 질문의 규모와 무게를 염두에 두고 있다. 두려움이나 호의 없이, 그리고 법이 요구하는 결정에 대한 대중의 반응에 흔들리지 않고 법을 적용해야 하는 엄숙한 의무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내년 3월 5일 콜로라도주 공화당 예비선거에 적용된다. 그러나 텍사스대학교 로스쿨 교수인 스티브 블라덱에 따르면, 판결 발효 시기인 내년 1월 4일까지 트럼프가 연방 대법원에 상고하거나 효력 중지를 요청하면 3월 5일 콜로라도 주 예비 선거에도 후보로 남아있을 수 있다. 결국 미 대선 후보로서 트럼프의 생사는 연방 대법원의 손에 달려있는 셈이다.

트럼프는 선거 캠프 성명을 통해 연방 대법원에 상고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캠프 대변인 스티븐 청은 "민주당이 임명한 콜로라도 대법원은 투표 용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지우고 좌파 진영의 계획을 지지했다"며 "우리는 연방 대법원이 신속하게 우리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고 이 비미국적인 소송을 종식시킬 것이라고 전적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연방 대법원은 보수 성향 대법관 6명, 진보 성향 3명으로 구성된다.

콜로라도 주 대법원은 트럼프의 대선 출마 자격을 박탈한 최초의 법원이다. 앞서 미네소타와 뉴햄프셔 주에서 제기된 유사한 소송은 절차상의 이유로 기각됐다. 미시간주의 한 판사는 지난달 이 사안이 정치적 사안이라 법원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고 판결했고 항소법원도 트럼프 대통령의 자격을 박탈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확인했다. 원고는 미시간 대법원에 항소했다.

만약 콜로라도에서 출마가 불가능하더라도 이론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지역을 포기하고 다른 지역에서만 후보로 나서 최종 승리할 수도 있다. 미국 대선은 50개주 및 수도 워싱턴DC별 승자가 인구 비율대로 배정된 대통령선거인단를 모두 가져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선거인단은 총 538명으로 270명을 확보한 쪽이 대통령이 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콜로라도에는 이중 9명이 배정돼 크지 않으며 민주당 성향이 강해 트럼프가 노리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연방 대법원이 헌법에 따라 그의 출마가 불가능하다고 해석하면 다른 주에서도 트럼프의 출마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한편, 트럼프는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엎으려 한 것 관련 4가지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기소장에는 트럼프가 민주주의의 핵심 기능인 평화적 권력 이양을 막기 위해 2021년 1월 6일 의회의 선거인단 투표 결과 인증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의회를 점거하도록 선동했고, 선거 사기에 대한 본인의 주장이 거짓임을 알면서도 거짓을 확산시켰다고 적시돼있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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