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12척 한동훈에 맡겨보자” 비대위 출범 카운트다운

與 상임고문단서 의견 수렴…‘한동훈 선대위원장’ 제안도
윤재옥 “의견 수렴 마쳐…길지 않은 시간 내 정리”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국민의힘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 중식당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 원로들이 20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비상대책위원장 추대가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국민의힘은 이르면 이번 주중 비대위원장 인선 절차를 마무리할 가운데, 한동훈 비대위에 대한 당내 이견을 수습하는 과제가 윤재옥 권한대행에게 주어졌다. 윤 권한대행은 "오늘 사실상 의견 수렴 과정은 마무리할까 한다"며 "여러 고민과 숙고를 통해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윤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여의도 한 식당에서 상임고문단 오찬 간담회를 열어 비대위 구성에 대한 당 원로들의 의견을 들었다. 그동안 윤 권한대행은 중진연석회의와 비상의원총회, 의원-원외 당협위원장 연석회의 등을 통해 안팎의 의견을 수렴해왔다. 한 장관 추대에 앞서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잇따른 회의에서 한 장관을 추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지만 '비토' 목소리도 적지 않게 분출됐다. 이를 의식해 윤 권한대행도 이날 한 장관과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은 자제했다. 다만 그는 "본회의에서 예산안이 통과되고 나서 길지 않은 시간 안에 결정하겠다"며 사실상 한 장관 추대에 최종 결정만 남았음을 시사했다.

이날 상임고문단 오찬에는 신영균 명예회장과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해 문희·최병국·신경식·목요상·김종하·유준상 고문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선 한동훈 비대위원장 임명에 찬성하는 의견이 훨씬 우세하게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유흥수 상임고문은 이날 간담회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나오는 것에 큰 이의는 없는 것 같은데, (정치 경험 등) 여러 걱정하는 이야기들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사회가 급격히 변하는 마당에 '경험'이라는 게 그렇게 큰 리더십이 아니지 않나"라며 "한 장관은 능력이 있기 때문에 남의 경험을 자기 경험으로 살릴 수 있는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한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에 쓴 소리를 하지 못할 거란 일각의 우려엔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이라는 관계는 아주 신뢰가 있는 관계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바른 소리를 할 수 있다"고 일축했다.

이어 한 장관의 정계 등판 시기가 다소 빠르다는 지적엔 "이순신 장군은 배 12척이 남은 상황에서 임진왜란에서 승리했다"며 "국민의힘 상황이 배 12척 남은 상황과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선거에서 지고 난 뒤 아껴서 뭐 하나. 아무 소용도 없는 상황 아니냐"라며 "상당히 여러 걱정도 있지만 선거가 몇 달 남지 않은 이 시기엔 배 12척을 한동훈 장관에게 맡겨보자는 중지가 모아졌다"고 전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회의에서는 한 장관에게 비대위원장보다는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한다. 신영균 상임고문은 "선대위원장이 더 좋지 않느냐. 비대위원장은 경험이 있는 사람을 시켜야 한다는 얘기들도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장관을 너무 아끼니 혹시라도 상처를 받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걱정하는 것이고, 당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준상 상임고문은 "과연 지금 조기에 등판을 해서 (한 장관에게) 상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며 "한 장관이 국회에 진출하는 동시에 수도권 선거를 승리로 끌고 가기 위해 선대위원장 내지는 인재들을 찾아올 수 있는 공관위원장도 방법 아니냐고 말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윤 권한대행이 이르면 이번 주말께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지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한 거듭된 질문을 받자 윤 권한대행은 "지금 이 시점에서 주말이다, 언제다 말하지는 않겠지만 상상하면 언제쯤 하겠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부정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