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역 살인예고’ 중국인, 협박 무죄·출입국관리법 유죄

서울 혜화역에서 흉기난동을 벌이겠다는 예고 글을 올려 재판에 넘겨진 중국 국적의 30대 남성에게 1심 재판부가 협박 혐의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이승호 판사는 협박과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 왕 모 씨의 선고 공판을 열고, 협박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습니다.

흉기 난동 사건과 살인예고글 작성 등이 잇따르던 지난 8월 4일 새벽, 왕 씨는 온라인 중고물품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혜화역에서 흉기 난동을 벌이겠다는 글을 올렸다가 8초 만에 삭제했습니다.

하지만 대학교 커뮤니티 플랫폼 에브리타임 게시판에 왕 씨가 삭제한 범행예고글의 캡처 사진이 포함된 글이 올라갔습니다.

이 게시글을 본 사람들은 “공포심을 느꼈다”며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은 IP를 추적해 서울 성동구 자택에 있던 왕 씨를 긴급체포했고, 검찰은 8월 25일 왕 씨를 구속기소했습니다.

1심 법원은 왕 씨의 협박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이 판사는 “당근마켓에 글을 게시한 뒤 약 8초 만에 삭제한 것을 보면 협박의 고의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피해자들은 당근마켓 게시글이 아닌 에브리타임 게시글을 보고 공포심을 느꼈다고 진술했는데, 에브리타임 게시글에 왕 씨의 당근마켓 글 캡처 사진이 첨부됐다는 사정만으로 왕 씨가 에브리타임 게시글을 작성했다는 것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왕 씨가 유학생 신분으로 허가받은 체류 기간을 넘어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한 혐의에 대해 유죄가 인정된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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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영 기자 (mymy@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