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러는지” 中 관광객도 고개 저은 경복궁 담장 훼손…시민들도 ‘한숨’

김동환 2023. 12. 2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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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 기온 영하 5도 추위 속 점심식사를 마친 직장인들 시선이 서울 종로구 경복궁 담벼락 한쪽에 머물렀다.

세계일보가 이날 찾은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인근 경복궁 담장 훼손 현장은 가림막이 설치된 채 복원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이곳에서 청와대 방향으로 280여m를 더 걸어가면 나오는 영추문 담장도 최초 낙서 범행을 모방한 행위로 훼손됐다.

한복 차림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소인 만큼 쪽문 주변 안내문은 영어로 병기됐는데, 일부는 담장 훼손 행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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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인근과 경복궁 영추문 인근에 낙서 범죄 발생
문화유산 보존처리 전문가들 복원 작업에 투입…50% 정도 복원 작업 진행
시민들도 절레절레…한복 차림 외국인 관광객들도 어리둥절
20일 오후 1시쯤 서울 종로구 경복궁 담장 훼손 현장에서 전문가들이 복원 작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한복 차림 외국인 관광객들이 근처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낮 기온 영하 5도 추위 속 점심식사를 마친 직장인들 시선이 서울 종로구 경복궁 담벼락 한쪽에 머물렀다. 20일 오후 12시30분쯤 경복궁 인근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시민들 사이에서는 “제대로 복원이 되겠느냐”는 한숨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세계일보가 이날 찾은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인근 경복궁 담장 훼손 현장은 가림막이 설치된 채 복원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담장 표면을 미세하게 다듬는 작업 소리가 가림막 안쪽에서 들렸고, 보호복 차림 문화유산 보존처리 전문가들이 보였다.

광화문을 정면으로 보고 좌측으로 200여m 걸어오면 국립고궁박물관으로 통하는 쪽문이 눈에 띈다. 이 문을 기준으로 왼쪽 담장에는 길이 8.1m에 높이 2.4m, 오른쪽에도 길게 낙서가 그려졌다. 이곳에서 청와대 방향으로 280여m를 더 걸어가면 나오는 영추문 담장도 최초 낙서 범행을 모방한 행위로 훼손됐다.

20일 오후 1시쯤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 담장 훼손 현장에 가림막이 설치되어 있다.
 
복원에 들어간 문화재청은 영추문 주변은 시너 처리와 스팀 작업으로 벽의 스프레이 색을 뺐다. 2017년 언양읍성 붉은 스프레이 낙서 훼손 복구 당시 쓰였던, 고운 모래를 강한 압력으로 분사해 오염 물질을 긁어내는 ‘미세블라스팅법’을 동원했다.

박물관 쪽문 주변은 표면을 미세하게 다듬는 ‘도드락다듬’ 등 방법을 활용했다. 훼손 부위를 걷어내고 색을 태우는 ‘레이저클리닝’과 스프레이 흔적을 쪼아서 걷어내는 ‘에어툴’, 표면을 다듬는 ‘모터툴’ 장비를 쓴다. 주변 담장과 색을 맞추는 ‘색맞춤’으로 복원 작업을 매듭짓는다.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인 경복궁의 영추문 담장 전 영역도 사적 지정 범위에 포함된다. 훼손 시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법 제82조는 ‘누구든지 지정문화유산에 글씨 또는 그림 등을 쓰거나 그리거나 새기는 행위 등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며, 문화재청장이나 지자체장은 훼손한 이에게 원상복구를 명령할 수 있다.

20일 오후 1시쯤 서울 종로구 경복궁 담장 훼손 현장에 국립고궁박물관으로 통하는 쪽문 폐문 관련한 영어 병기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문화유산 보수 공사’ 안내문은 안전 등 문제로 통행을 제한한다며 오가는 이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영추문은 지난 16일부터, 쪽문 주변은 하루 늦은 17일부터 작업이 시작됐는데 ‘공사 완료 시까지’로 마감 시한을 적어 언제 끝날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절반 정도 복원이 진행된 것으로 본 문화재청은 최대한 빠른 마무리를 목표로 한다.

한복 차림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소인 만큼 쪽문 주변 안내문은 영어로 병기됐는데, 일부는 담장 훼손 행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복을 입고 담장 앞에서 사진 찍은 한 중국인 관광객은 ‘담장 낙서 범죄로 인한 복원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설명에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피의자 임모(17)군과 김모(16)양은 범행 90여시간 만인 지난 17일 오후 경기 수원에서 각각 검거돼 서울 종로경찰서로 압송됐다. ‘누구 지시를 받아 낙서했나’ 등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이들은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 낙서를 쓰면 돈을 주겠다’는 지인의 제안을 받았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임군 등의 범행 다음날 두 번째 낙서를 하고 경찰에 자진 출석한 20대 남성 A씨는 ‘관심을 받고 싶어서 낙서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전해졌다. 정신질환 등 병력은 없고 범행 당시 술에 취한 상태도 아니었던 것으로 조사돼 경찰은 단순 모방 범행으로 추정했는데, 피의자 신분인 A씨는 20일 오전 자신의 블로그에 ‘예술을 했을 뿐’이라는 글을 올렸다. 범행 직후 ‘인증 사진’이 올라온 블로그는 현재 비공개 전환된 것으로 전해졌다.

글·사진=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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