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뒤 바이백 조항은 안전핀”…‘러시아 리스크’ 벗어난 현대차, 글로벌 시장 공략 박차 [비즈360]

2023. 12. 2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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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권 ‘점유율 1위’였지만…전쟁 여파로 주춤
바이백 조항으로 현지 재진출 가능성 열어
부담 덜고 ‘글로벌 전략 가속화’…전동화·SDV 박차
현대자동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연합]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현대자동차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지난해 3월부터 가동을 중단해 온 러시아 공장을 현지 업체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가동 중단이 길어지면 러시아 정부에 의해 공장이 몰수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경영 리스크를 줄이는 차원의 조치다.

현대차는 19일 열린 임시 이사회를 통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매각하는 안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매각 대상은 현지 업체인 아트파이낸스사(Art-Finance)다. 매각 대상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과 제너럴모터스(GM)에서 인수한 공장이 모두 포함된다.

자산 규모는 2837억3700만원으로, 오는 28일 이처분 예정일자로 현대차는 아트파이낸스사와 현재 구체적인 조건을 협상하고 있다. 연내 계약이 마무리될 경우, 공장 운영권은 곧바로 현지 업체에 넘어가게 된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아쉬운 결정이라는 업계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가 포함된 동구권 시장은 한때 현대차가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중요한 시장이었다.

현대차는 중국 업체들의 러시아 시장 공략 속에서도 현지에서 ‘프리미엄 자동차’로 이미지를 각인시키며 시장을 지배했다. 전쟁의 여파가 닥치기 전인 지난 2021년 8월에는 현대차는 현지에서 28.7%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2010년에 지어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연간 2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면서 그 중심에 섰다. 현대차는 2020년 연산 10만대 규모인 GM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추가로 인수하면서 현지 시장 장악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현대차는 현지 전략형 차종인 쏠라리스와 크레타 등을 생산하면서 러시아와 더불어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등 주변 국가에도 차량을 판매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상황이 급변했다. 서방권 국가의 대(對)러시아 경제제재가 강화되면서 현대차도 현지에서 공장을 가동할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현지 공장 생산에도 차질이 생겼다. 2022년 3월에는 공장 운영이 중단됐다. 올해 현대차 러시아법인(HMMR)의 순손실은 2301억원, 자산 총계가 올해 기준 1조2421억원임을 감안했을 때 상당한 규모다. 다수의 다국적 기업들은 현지에서 생산을 중단하면서, 러시아 정부에 현지 자산 강제 몰수당한 바 있다. 이를 감안했을 때 이번 조치는 불가피한 상황으로 풀이된다.

다만 현대차는 이번 매각 조건에 ‘2년안 바이백’ 조항을 넣으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뒤 현지 시장에 재진출할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바이백 가격은 현대차가 향후 옵션을 행사할 시점의 시장 가격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공장 철수 후에도 기존 판매된 차량에 대한 애프터서비스(AS)는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의 향후 시장 재진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현지 아트파이낸스는 5월 독일 폭스바겐의 칼루가 공장을 사들인 곳이다. 다만 폭스바겐은 당시 바이백 옵션 없이 최대 1억2500만유로(한화 1788억원)에 생산시설을 넘기면서 시장에서 전면 철수를 선언한 바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러시아 공장의 최적 매각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했고, 현시점에서 가장 유리한 조건에 공장을 넘기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으로 현대차의 글로벌 시장 구상은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현대차는 지난 3분기에는 북미, 유럽 권역 중심으로 판매 호조가 지속되면서 전체 도매 판매가 전년 비 증가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미국 시장은 투싼, 팰리세이드, 코나 등 SUV 세그먼트 판매 호조로 전년비 27% 증가했다. 유럽에서도 신형 코나EV, 하이브리드 위주 친환경차 판매 호조가 지속되며, 도매 기준 실적이 전년 대비 8% 증가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는 중동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함께 내년도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유이한’ 요소였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도 지난 3분기 컨퍼런스콜 발표를 통해서 “주요 시장에서의 견조한 성장세 지속되고 있고, 현대차가 내놓은 차량들이 지속적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면서도 “전쟁 등 매크로 불확실성 여파는 확대되고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러시아 공장 정리를 통해 현대차는 내연기관 차종부터 쌓아온 자동차 사업 노하우와 기술 역량, 브랜드 유산을 적극 계승하며 성공적인 전동화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지난 6월 내놓은 중장기 전동화 전략 ‘현대 모터 웨이(Hyundai Motor Way)’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현대자동차는 향후 10년간 연평균 11조원 수준의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오는 2030년 전기자동차(EV) 200만대 판매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더 나아가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수소, 자율주행, SDV(소프트웨어 중심차), 로보틱스, AAM(미래 항공 모빌리티) 등 미래 사업에도 매진하기로 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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