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영천 찾아가는 와이너리 기행

2023. 12. 20.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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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은 대구와 포항 사이에 위치한 도시다.

영천의 양조장으로는 고도리 와이너리를 들 수 있다.

때마침 영천시에서 와인클러스터 사업을 추진하면서 고도리 와이너리를 창업했다.

이 두 곳 말고도 영천에는 와이너리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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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은 대구와 포항 사이에 위치한 도시다. 도시라곤 하지만 시내부분을 제외하면 완만한 구릉지가 연속되고 드믄드믄 평지가 자리잡은 농촌의 풍경이다. 한국의 주요한 포도 생산지이자 와이너리가 집중된 곳 중 하나다.

영천의 양조장으로는 고도리 와이너리를 들 수 있다. 필자가 사는 강릉에서 동해안을 따라 바다를 보며 쭉 내려가다가 포항에서 대구쪽으로 고속도로를 타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찾아가는 양조장이다.

최봉학 대표가 귀향을 해서 복숭아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이 1992년이고 94년부터는 포도농사를 지었다. 농산물이란 것이, 특히나 농부의 입장에서는 제값을 받고 팔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최봉학 농부는 그게 늘 마음이 아팠다. 때마침 영천시에서 와인클러스터 사업을 추진하면서 고도리 와이너리를 창업했다.

모든 농산물이 GAP(Good Agricultural Paractice, 우수농산물 인증)을 받았다. 영천지역의 떼루아를 이해하고 맞추어가는 농법이라 농약, 비료의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와인을 만드는 것은 농사와는 다른 영역이다. 국제적인 와인 품종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청수, 거봉, MBA 등을 주로 재배한다. 여름에 비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건조한 지중해성 기후에 적합한 품종들이 잘 자라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른 품종으로는 와인을 만들기도 어렵다. 오랜 시행착오와 연구 끝에 국제 대회에서 수상도 하고, 이제는 수출도 하고 있다. 필자가 고도리 와이너리를 방문했을 때에도 한창 수출 상담이 진행 중이었다.

복숭아와 여러 품종의 국산 포도를 사용한 와인들은 분명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멜로 같은 품종을 사용한 외국 와인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바로 그 다른 점이 재미있다. 기존 와인의 문법에 맞지 않는 품종으로 그 언어를 따라하는 것의 한계는 분명하기에, 스스로의 문법을 써 내려가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울 것이다.

시음은 상시 가능하고, 수확철에는 포도따기와 와인 만들기 등의 체험도 가능하다. 단 이런 체험들은 어느 정도 인원이 되야 가능하고 예약은 필수다. 

고도리 와이너리
경북 영천시 고경면 고도리 494-3

대구쪽으로 좀 더 가면 금호읍에는 뱅꼬레와이너리가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역사로는 고도리 와이너리 이상의 연혁을 자랑하는 곳이다.

하형태 대표는 1982년부터 한국 와인의 대표주자인 ‘마주앙’을 개발한 엘리트 와인메이커 출신이다. 퇴직후 영천 농업기술연구원 등으로 일하며 2006년에 ㈜한국와인(현 뱅꼬레)을 창업했다. 인근 지역의 감와인, 오미자와인, 대추와인 등을 개발하기도 했다.

하대표는 영천을 ‘한국 최대 과실의 고장’이라고 말한다. 포도뿐 아니라 복숭아, 자두, 감 등 다양한 과실이 생산되는 곳이다. 이 떼루아의 과실들로 다양한 와인을 개발하는 것이 이제껏 해온 일이고 앞으로 해 나갈 일이다.

정통 와인메이커 출신이라 뱅꼬레의 와인들은 포도로 빚은 것이건 다른 과실로 빚은 것이건 모두 ‘와인의 문법’을 따른다는 느낌이다. 앞의 고도리 와인이 새로운 문법을 써내려간다는 면에서 보면 이웃한 두 와이너리를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기도 하다.

이곳도 역시 시음과 포도따기, 와인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따로 체험장을 겸한 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농업, 제조업, 관관업을 동시에 하는 6차산업 업체라서 바쁜 곳, 예약은 필수다.

뱅꼬레
경상북도 영천시 금호읍 원기리 141-2

이 두 곳 말고도 영천에는 와이너리가 많다. 시음만 하더라도 제법 술을 마시게 될 것이라 1박 이상 넉넉한 일정으로 다녀오면 좋다.

와인과 같이 음식을 내는 식당들도 많은데, 많이 알려지지 않은 옵션을 추천하자면 고디탕(우렁이를 사투리로 고디, 고뒤 등으로 부른다) 해장이다. 필자의 원픽이라면 금호읍의 할매추어탕. 크리미한 고디탕도, 칼칼한 추어탕도 다 훌륭하다.

글.백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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