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압구정 롤스로이스 뺑소니’ 징역 20년 구형

김혜리 기자 2023. 12. 20.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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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운전하면 안 됐던 상태
피해자의 유족, 엄벌 원한다”
선고공판 내년 1월 24일 진행
이른바 ‘압구정 롤스로이스’ 교통사고를 낸 신모씨가 지난 8월1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영장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받은 뒤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약에 취한 채 차를 몰다가 걸어가던 여성을 치어 사망에 이르게 한 ‘압구정 롤스로이스 뺑소니’ 운전자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 심리로 열린 신모씨(27)의 결심공판에서 이같이 구형했다. 신씨는 지난 8월2일 오후 8시쯤 서울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인근에서 차를 몰다가 인도로 돌진해 교통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피해여성 배모씨는 머리와 다리를 심하게 다쳐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지난달 25일 심정지로 결국 숨졌다.

검찰은 “피고인은 피부미용을 목적으로 수면마취 시술을 받은 뒤 운전을 하면 안 된다는 의사의 경고를 무시하고 100m도 못 가 이 사건 사고를 냈다. 약물로 정상적인 운전이 불가능한, 다시 말해 절대로 운전하면 안 되는 상태였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신씨가 사고 발생 직후 119에 신고하거나 주변인들에게 충분히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는데도 그러지 않았다면서 “언론보도로 엄벌을 촉구하는 여론이 형성되자 그제야 ‘피해자 구호를 위해 현장을 이탈했다’고 변명했다”고 했다.

검찰은 이어 “27세의 젊은 나이로 허망하게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이 엄벌을 원하고 있다”며 “징역 20년에 처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신씨는 최후진술에서 “그간 고통스러웠을 고인과 평생 고통스러울 유가족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제 잘못을 평생 반성하며 뉘우치며 살겠다”고 했다. 신씨의 변호인도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 피해자 측과 직접적으로는 합의하지 못했지만 계속 시도중”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다만 이날 이뤄진 피고인 신문에서는 사고 당시 약물에 취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피해자에 대한 구조를 요청하기 위해 현장을 벗어났을 뿐, 도주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날 공판에 직접 참석한 피해자 배씨의 오빠는 기자들에게 “1심에서 최소 징역 20∼30년을 선고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피고인이 제대로 사죄하고 있다고 느껴지지 않았다”고 했다.

피해자 측 변호인인 권나원 변호사는 “신씨 측이 구속 전후로 자신이 마약을 투약했던 병원과 말을 맞추려고 한 정황이 확인됐다”며 “이번 사건에서조차 중형이 선고되지 않는다면 만연한 마약범죄와 교통사고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경각심이 무너져 사회의 안전망이 허술해질 게 우려된다”고 했다.

이 사건 선고공판은 내년 1월24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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