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의전당, '융복합' 전시 메카 부상…'오감 체험 콘텐츠' 인기
아시아문화 어우러진 오감 체험 콘텐츠+실감 영상 한자리
동아시아 다양한 문화 어울림 전시 접근성 강화 눈길
[광주=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변화의 물결에 올라탔다.
멀티제너레이션 시대, '융복합' 전시로 동아시아문화를 이끌겠다는 야심을 보이고 있다. 전당장 직무대리 체제에서 개관 7년 만인 지난해 초대 전당장이 취임하면서 '아시아성'을 토대로 전략적 사업이 적극 추진되고 있는 분위기다.
"올해 최초로 관람객 10만 명 돌파 전시가 3개나 터지면서 주변에서도 대견해하고 있습니다."
19일 광주에서 만난 이강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은 개관 8주년을 맞아 연간 방문객 200만 명을 넘어섰다며 자부심을 보였다. 지난해 통합전당으로 출범하면서 '열린 아시아문화전당'으로 변화된 성과다. 지속 가능하고 내실 있는 창·제작 콘텐츠를 개발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올해는 전시 흥행이 이어졌다. 관람객 호응으로 6월까지 연장 전시한 '원초적 비디오 본색'이 10만 명을 돌파한 데 이어 '몰입미감'(14만 명), '사유정원'(10만 명)이 큰 사랑을 받았다. 모두 근대 아시아 미술작품들을 디지털미디어 융복합 기술로 선보인 몰입형 실감 전시다.
이강현 전당장은 "광주지역에서 각 전시당 10만 명 돌파는 서울문화권으로 보면 100만 명 돌파와 맞먹는 관람객 수"라며 "6개 전시장 중 2~3개는 상설 전시장으로 운영해 언제든지 전시를 볼 수 있도록 시민들에 서비스하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문턱이 높다'는 지적에 반응, 친숙한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연간 방문객 200만 명 돌파와 관련 이 전당장은 "이전 어린아이들의 놀이공간 문화공간으로 관람객 수를 이끌었다면, 올해는 전당의 본연의 기능인 예술극장과 창조원에 100만 관람객이 방문한 점이 유의미한 개선 효과"라고 설명했다.
이 전당장은 전시 기획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동안 문제로 지적된 전시장의 항온 항습 시스템은 점차 확충할 계획이다. 올해 처음 문화창조원 복합전시관 6관에 항온·항습 시스템과 회화에 특화된 조명까지 설치한 후 '일상첨화' 전시를 선보였다.
이강현 전당장은 "공연장은 1년 내내 운영이 쉽지 않지만, 전시는 월요일 휴관을 제외하고 365일 문을 연다"며 "대개 6~8개월 장기 전시로 기획, 아시아 문화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교육과 국제학술행사도 연계해 '아시아인들의 다양한 문화 교류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2015년 개관한 전당은 현재 직원 125명과 300여 명의 관리 용역이 일하고 있다. 화장실만 150개로 세계의 어떤 문화 공간 보다 규모가 넓다.)
'오감 체험 콘텐츠'로 펼치는 전시는 차별 없는 문화 복지를 실천하기 위한 배경도 있다.
융복합 전시 ‘디어 바바뇨냐: 해항도시 속 혼합문화’ 개막
다소 어렵게 들리는 전시 제목에 대해 이상현 학예연구관은 "'바바 뇨냐'는 중국에서 이주해 온 남성과 말레이계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후손들의 남성(Baba)과 여성(Nyonya)을 합쳐서 일컫는 말"이라고 소개했다.
"'바바뇨냐'는 인도·중국·유럽 등 서로 다른 지역의 문화 요소들이 결합하여 새롭게 만들어진 혼합문화(Cross-Culture)를 의미한다"며 "자칫 박물관 전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감 영상과 설치미술로 선보인 이번 전시는 동시대 우리의 또 다른 모습인 바바 뇨냐가 던지는 메시지와 공존과 어울림의 감동을 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입구에 들어서면 거대한 바다 속으로 들어간 듯 역동적인 초대형 영상이 압도한다. 파도가 몰아치는 벽면은 실제 바다에서의 영상 촬영과 VFX 영상기법을 혼합해 더욱 실감 난다.
강황 가루를 피라미드처럼 쌓아놓고 앉아서 감상할 수 있는 오마스페이스의 '황금빛 여정'은 보는 것을 넘어 후각까지 감각하게 한다. 앞에 놓인 돌에 코를 대면 흙냄새 같은 향이 맡아진다. 황금빛 강황 가루 작품을 중심으로 '삼베'로 둘러싼 원형 안에서 보는 작품은 파도가 치거나 잔잔해지는 바다의 풍경과 더불어 공기를 따라 오는 향까지 감싸져 '멍 때리기 힐링'도 선사한다.
이어 거대한 달이 뜬 듯 둥근 원형으로 이끄는 'WATER ODYSSEY: 물길'(송창애)은 물의 파동을 시각화한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다. 설치된 화면에 관객이 무엇인가를 그리면 거대한 달로 연결되어 바닥까지 파동을 전한다.
현란한 미적 경험과 이미지에 취해 이동하면 '빛의 샤워'를 받을 수 있다. 취안저우의 꿈꾸는 천년의 불빛을 형상화한 박근호의 '무역감정'은 관람객 참여형 키네틱 인터렉티브 설치 작품이다. 주변에 놓여있는 후추박스, 도자기박스를 가져와 공간에 올려 놓으면 화려한 '빛 기둥'으로 변신, 도시풍경의 느낌과 감동을 온 몸에 전한다.
2관 건축전시 이음지음→3,4관 '가이아의 도시'
조영각의 '병열울림' 영상으로 만든 문을 통해 들어가면 원형의 푸른 수조에서 180개의 백자가 눈길을 끌고, 과밀해진 도시에서 벌어지는 토지 쟁탈전을 꼬집어 다트 게임처럼 선보인 일본 작가 카도 분페이의 설치 작품을 시작으로, 미래 도시를 상상하며 연결된 모습을 보여주는 ACC 혼합현실랩의 '아시아유토피아'가 발길을 이끈다. 특히 56개의 일본과 한국의 자전거 바퀴를 이용해 만든 '무한차륜'(코이치로 아즈마)은 전기 동력없이 '움직이는 조각'의 신기하고 아름다운 균형감을 선사한다.
현란한 SF세계 같은 작품으로 복잡한 분위기는 3·4관에서 해소된다.
‘가이아의 도시’로 자연을 대변하는 ‘식물’ 전시로 숨통이 터진다. 도시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식물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그린머신'과 노경택의 설치작품 '이중협력시퀀스', 이소요의 식물보존물, 호주 작가 패트리샤 피치니니의 '부츠 꽃'을 비롯해 세계적인 인기 작가 유이치 히라코의 '나무로 된 나무', 중국 현대미술 거장 아이웨이웨이의 '궁전'까지 선보여 지속 가능한 생태 문명에 대해 고민을 나누게 한다.
작품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이번에 개막하는 전시 3종 모두 알기 쉬운 전시 해설을 마련했다. ‘디어 바바뇨냐: 해항도시 속 혼합문화’는 오감 체험 콘텐츠를, ‘이음 지음’은 유현준 건축가의 음성 안내 및 수어 해설, ‘가이아의 도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 홍보물을 제공한다.
융합 기술의 미래는 끊임없는 변화와 갱신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연말 펼친 3개의 전시는 메타 기술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관람은 무료.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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