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저주, 업황, 파업… 고래 먹으려는 하림 막아선 악재 [컴퍼니+]
하림, HMM 우선협상대상자
주가 이틀 연속 상한가 기록
2015년 팬오션 인수 성공
국내 최대 해운사 꿈 이룰까
6조4000억원대 인수금액
고꾸라진 해운업황도 부담
"신뢰받는 국적 선사로 키워가겠다." 국내 1위 컨테이너선사 HMM 인수에 한발짝 다가선 하림의 포부다. 다만, 하림의 뜻대로 상황이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6조40000억원에 달하는 인수금액을 부담하기 위해 하림은 인수금융과 사모펀드(JKL파트너스)의 자금력에 의지해야 한다. 해운업황이 다운사이클에 빠져든 상황에서 재정건전성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HMM 노조가 "졸속 매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결국 '하림'이었다. 국내 최대 해운사 'HMM(옛 현대상선)'의 새 주인이 하림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HMM의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는 지난 18일 경영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JKL컨소시엄(이하 하림)을 선정했다.[※참고: HMM은 2016년 유동성 위기를 겪어 산은 등 채권단의 관리를 받아왔다.]
지난 11월 23일 진행한 본입찰에서 하림은 가장 높은 인수가격(6조4000억원‧지분 57.9%)을 써내 동원그룹을 누르고 HMM을 인수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인수 주체는 하림의 해운계열사 '팬오션'으로, 향후 세부협상을 거쳐 내년 상반기 거래를 종결할 계획이다.
하림이 HMM 인수에 성공하면 국내 1위 벌크선사(팬오션‧화물전용선‧2015년 인수)에 이어 국내 1위이자 세계 8위 컨테이너선사(HMM)까지 품는다. 하림그룹 측은 "벌크 전문 해운사인 팬오션과 HMM의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안정감 있고 신뢰받는 국적 선사로 발전시켜 가겠다"고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27위(자산 17조2980억원‧이하 2022년 기준)인 하림의 재계 순위도 단숨에 10위권 내로 진입한다. HMM이 하림보다 많은 25조7880억원(19위)대 자산을 보유한 만큼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자산 규모가 CJ(13위‧40조6990억원)를 넘어선다.
시장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18일 이후 하림의 주가는 이틀(19~20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 결과, 18일 2905원이던 주가는 20일 4905원으로 68.8% 치솟았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무엇보다 HMM의 인수가격이 6조원을 훌쩍 넘어서지만 하림이 조달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은 1조6000억원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하림은 사모펀드(PEF) JKL파트너스와 손을 잡았고, 시중은행과 대형 증권사와 접촉해 3조4000억여원에 이르는 인수금융 확약서(LOC)를 확보했다.
일단 HMM 인수자금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중 상당 부분이 차입성 자금이라는 건 부담 요소다. 이 때문인지 하림그룹이 매도자 측에 3년간 영구채 주식 전환 유예, FI 지분 5년 내 매각 허용, HMM 자사주 매입 등 조건을 요구했는데, 이는 되레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림 앞에 놓인 변수는 또 있다. 해운업황이 다운사이클에 진입했다는 거다. 일례로 지난해 1월 7일 5109.6까지 치솟았던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현재(12월 15일) 1093.52에 머물러 있다. 코로나19 특수가 끝나고 글로벌 경기 둔화, 선박 공급 확대 등이 맞물린 탓으로 풀이된다.
HMM 노조의 반발도 변수다. HMM해원연합노조는 하림의 HMM 인수는 "졸속 매각"이라면서 파업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HMM이 보유한 10조원대 현금성 자산으로 다운사이클를 버텨야 하지만, 무리하게 자금을 조달한 하림의 배당금으로 빠져나갈 우려가 적지 않다는 게 노조의 시각이다. 산은이 본입찰에 앞서 '3년간 배당금 5000억원(총 1조5000억원) 제한' 조건을 걸었지만, 노조 내부에선 지나치게 낮은 '허들'이란 지적도 나온다.
전정근 HMM해원연합노조 위원장의 말을 들어보자. "HMM이 보유한 10조원대 현금성 자산이 하림의 이자비용 부담을 위한 배당으로 빠져나갈 우려가 적지 않다. 산업은행이 3년간 총 1조5000억원까지만 배당할 수 있도록 제한했지만 이는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자금 부족으로 HMM이 해운업황의 다운사이클을 견디지 못하면 국내 해운업부터 조선업까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졸속 매각을 저지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하림 측은 "팬오션과 HMM이 쌓아온 시장수급과 가격변동 대응력이라면 글로벌 해운시장의 불황도 충분히 타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과연 '고래를 먹은 새우' 하림은 성공적인 항해를 이어갈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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