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물가 둔화흐름 이어갈 것… 내년 말 2% 부근 근접”
”공업제품·서비스 오름폭 둔화… 집세 0% 수준”
”물가 완만히 하락할 것… 유가·비용인상 관건”
한국은행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완만한 둔화 흐름을 이어가면서 연말에는 2% 부근에 근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근원 물가 상승률은 목표안정치인 2%에 근접한 2.1%로 떨어질 것으로 봤다. 다만 국제유가의 불확실성이 크고 공공요금·인건비 인상 등 공급측면의 비용인상 압력이 남아있어 둔화 흐름은 지금까지에 비해 다소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20일 한국은행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은행은 매년 6월과 12월 한차례씩 물가 상황과 향후 물가 흐름에 대해 분석해 발표한다.
◇ 지난달 소비자물가 3.3%… 공업제품·서비스가격 오름폭 둔화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7월(6.3% 상승) 정점을 찍은 뒤 점차 둔화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7~11월 기준)에는 상반기 대비 0.6%포인트(p) 하락한 3.3%로 집계됐다. 월별로 보면 올해 7월 2.4%까지 떨어졌다가 8월부터 반등해 10월에는 3.8%로 높아졌다. 그러나 11월 3.3%로 떨어지면서 물가상승률 둔화 흐름이 분명해지는 모습이다.
공업제품(석유류 제외)과 서비스 가격의 오름폭이 축소된 것이 큰 영향을 줬다. 소비자물가 상승에 대한 품목별 기여도(전체 물가 상승률에서 해당 품목이 영향을 미친 정도)를 보면 공업제품은 상반기 1.59%p에서 하반기 1.27%p로 낮아졌다. 같은기간 서비스(2.04%p→1.58%p)와 전기·가스·수도(0.84%p→0.55%p)도 기여도가 축소됐다. 하반기에 가격이 급등한 농축수산물가격과 석유류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4%p 높였지만, 물가상승률 둔화 기조를 막지는 못했다.
한은은 “공업제품은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오름세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며, 전기·가스·수도요금은 지난해 급등한 데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최근 상승률이 상당폭 낮아졌다”면서 “반면 석유류가격은 국제유가가 하반기 이후 다시 오르면서 하락폭이 축소됐고, 농축수산물가격은 농산물을 중심으로 하반기 중 오름폭이 크게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기조적 물가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물가) 상승률도 둔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작년 7월 정점(%)을 찍은 후 꾸준히 하락해 지난달 2.9%를 기록했다. 집세(0.0%)와 서비스(3.0%)가 완만한 둔화 흐름을 이어가면서 상승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정책의 영향을 받는 공공서비스 등 관리물가를 제외하더라도 연초 4%대에서 11월 중 3%대 초반으로 떨어져 둔화속도가 빠른 편이다.
◇ 내년 말 물가 2% 근접… 유가상승·비용인상이 변수
한은은 향후 물가가 완만하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달 물가 상승률은 전월과 비슷하거나 소폭 낮아진 후 추세적으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내년에도 상승률이 꾸준히 낮아져 연말에는 2% 부근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봤다. 근원물가 상승률도 완만한 둔화 흐름이 이어지면서 내년 말에는 2.1%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한은은 국제유가 추이와 누적된 비용압력 영향 등 물가경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가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유가와 국제식량가격 등 원자재가격의 흐름은 대체로 안정된 흐름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OPEC+의 추가 감산과 지정학적 정세 불안, 기상이변 가능성 등이 상방리스크(물가 상승률을 높일 수 있는 요인)로 꼽혔다. 노동시장에서의 물가압력 등은 비용인상 요인으로 작용해 물가 둔화를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실제로 물가상승 품목의 비중을 나타내는 근원물가 확산지수를 보면 최근 개인서비스(외식제외)와 비내구재(주류 등), 공공서비스(대중교통요금 등) 등 일부 품목에서 둔화세가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개인서비스 확산지수는 올해들어 75 안팎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비내구재와 공공서비스도 50을 넘어 증가하고 있다. 물가상승 확산지수는 전월대비 상승한 품목의 개수를 가중평균 지수화한 것으로, 이 수치가 50을 넘으면 물가가 오른 품목이 더 많다는 의미다.
한은은 “미국 등 주요선진국에서도 높은 임금 상승 압력으로 서비스물가 오름세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노동시장에서의 물가상승 압력이 선진국에 비해 작은 편이지만, 누적된 비용압력 영향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면서 근원상품가격 오름세는 주요국에 비해 둔화 흐름이 뚜렷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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