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불씨 살아나나···이스라엘·하마스 모두 긍정 신호
헤르초그 대통령 “인질 석방 위한 휴전 준비”
하마스 정치 지도자 하니예는 이집트행
‘휴전 촉구’ 유엔 안보리 결의안 표결은 연기
꺼져가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휴전 불씨가 되살아나고 있다. 이스라엘이 자국 인질 30~40명을 풀어준다면 최소 일주일간 공격을 멈추겠다는 의사를 하마스에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하마스 주요 인사들도 협상 재개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다만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 표결은 또다시 연기됐다.
미 매체 악시오스는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와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중재국 카타르를 통해 최대 40명의 자국 인질을 석방하는 대가로 최소 일주일간 교전을 중단하겠다는 제안을 하마스에 전했다고 보도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데이비드 바르니아 국장은 전날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와 만나 이 같은 뜻을 밝혔다.
이스라엘이 석방을 요구한 인질 40명은 여성과 60세 이상 남성, 긴급 치료가 필요한 환자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또한 “이스라엘 정부가 여성과 노인, 신체적·정신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인질 등 30~40명 귀환을 목표로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지난 1일 일시 휴전 종료와 가자지구 공습 재개 이후 이스라엘이 처음으로 제시한 협상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스라엘군의 자국 인질 오인 사살을 계기로 작전 방식에 의문을 표하는 국내외 여론이 형성됐고, 저강도 공격으로 전환하라는 미국 정부의 요구와 국제사회의 휴전 압박에 이스라엘이 강경했던 태도를 다소 누그러뜨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약 200만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난민이 발생한 현실 앞에 이스라엘과 가까운 동맹국마저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양측 주요 인사들의 행보도 휴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이날 현지 주재 외교관 면담에서 “이스라엘은 인질 석방을 위한 또 한 번의 인도적 휴전과 구호 허용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헤르초그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영국 BBC와 인터뷰하며 “하마스는 유대인을 증오하는 아돌프 히틀러의 이념을 학습하고 또 학습했다”고 말하는 등 날 선 발언을 이어온 인물이다.
하마스에선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20일 협상안 마련을 위해 이집트를 방문한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한 하마스 소식통은 AFP통신에 “하니예가 아바스 카멜 이집트 국가정보국 국장 등과 면담할 것”이라며 “수감자 석방과 가자지구 봉쇄 종료를 위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표결은 전날에 이어 또 연기됐다.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안보리는 미국이 일부 문구에 문제를 제기하며 추가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미국은 가자지구에서의 적대행위에 대해 ‘완전 종료(cessation)’ 대신 ‘일시 중지(suspension)’ 문구가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앞서 비슷한 이유로 10월18일과 12월9일 두 차례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다른 안보리 이사국들과 건설적인 논의를 하고 있다”면서도 “찬성할지 반대할지는 결의안 최종 내용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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