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공매 벌떼 입찰’로 관세 8800억 체납…농산물 무역업자 5명 철퇴

지난달 22일 오전 인천시 중구 인천공항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관세 주무관들이 직구 물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수입 농산물 공매제도를 악용해 관세를 회피하는 부정수입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20일 관세청에 따르면 경기 남양주에 거주하는 백모(61)씨 등 5명은 630%의 고세율이 부과되는 수입 농산물을 저세율로 추천받아 수입할 수 있는 수입권 공매 입찰에 참여하면서 바지사장을 내세우는 방식으로 수입권을 부정하게 낙찰받아 저세율(40%)로 수입 통관해 국내에 유통했다. 농산물 수입권 공매는 수입 농산물의 일정 분량을 저관세율로 통관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바지사장을 동원해 이른바 ‘벌떼입찰’ 형태로 공매권을 대거 낙찰받아 농산물 수입 관세 부담을 줄이는 불법 행위를 한 것이다. 백씨 등 5명이 수입권 공매제도를 악용해 포탈한 관세 체납액은 8839억원에 달한다. 이 중 백씨가 체납한 금액만 3760억원에 이른다.

해외직구 면세제도를 악용해 관세를 회피한 체납자도 다수 적발됐다. 한 체납자는 ‘자가사용 목적의 소액 해외직구’에 관세를 면제하는 간편 통관제도를 악용해 총 15억원 상당의 건강기능식품을 6969차례에 걸쳐 국내에 분산 반입한 뒤 남대문 수입상가 등에서 판매했다.

이처럼 관세를 체납한 올해 공개 대상 체납자는 228명으로, 이들의 총 체납액은 1조2576억원에 달한다.

작년과 비교해 공개 인원은 21명 감소했으나, 전체 체납액은 2569억원 증가했다.

올해 공개 체납자 중 최대 금액 체납자는 경기 김포에 거주하는 장모(69)씨로, 농산물 무역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 공개 대상자 228명을 체납액 구간별로 살펴보면 체납액 5∼10억원 구간이 81명으로 전체 인원의 36%를 차지했다.

체납액이 100억원 이상인 9명의 합산 체납액은 9911억 원으로 전체 체납액 79%를 차지했다.

관세청은 관세 체납자의 성실납세를 유도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 중 명단과 지도를 연계한 ‘지역별 고액 체납자’ 인포그래픽 서비스를 관세청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할 계획이다.

법무부에 체납자의 출국금지를 요청하고, 신용정보기관에 체납자 정보를 제공할 방침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이러한 의무이행 제도를 통해 체납자의 자발적 납세를 유도하려고 한다”면서 “‘125추적팀’ 등을 활용한 은닉재산 추적 활동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유정 관세청 세원심사과장은 “앞으로도 고의적으로 납세를 회피하는 체납자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