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령 '봉사왕' 공도연 할머니, 시신도 기증하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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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의령군 '봉사왕'으로 통했던 공도연(82) 할머니의 2002년 11월 어느 날의 일기 중 내용이다.
의령군은 20일 공도연 할머니가 지난 9월 별세했다고 밝혔다.
공 할머니는 자신의 시신까지 기증했다.
가족들은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할머니 시신을 경상국립대학교 의대로 보내 해부학 연구를 위한 실습용으로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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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뉴시스] 김기진 기자 = "저희 집은 복판 가운데 있기 때문에 어려운 사람, 아픈사람이 차에서 내리고 하는 게 사방에서 다 보이는데 일일이 모두 다 보살피지 못해서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경남 의령군 '봉사왕'으로 통했던 공도연(82) 할머니의 2002년 11월 어느 날의 일기 중 내용이다.
의령군은 20일 공도연 할머니가 지난 9월 별세했다고 밝혔다.
경남 창원에 사는 자식들이 장례를 치러 공도연 할머니의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다.
공 할머니는 자신의 시신까지 기증했다.
가족들은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할머니 시신을 경상국립대학교 의대로 보내 해부학 연구를 위한 실습용으로 기증했다.
지난해 별세한 남편 고(故) 박효진 할아버지 시신 역시 같은 곳에서 같은 용도로 쓰이게 돼 있어 두 부부는 현재 병원 냉동고에서 마지막 운명을 같이 하고 있다.
할머니의 봉사 인생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모든 정부로부터 표창만 60번 넘게 받았다.
2020년에는 사회공헌과 모범 노인 자격으로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기도 했다.
17살 천막집에서 시집살이를 시작한 공 할머니는 이웃에게 밥 동냥을 할 정도로 가난에 허덕였다.
공 할머니는 "가난해 보지 못한 사람은 가난의 아픔과 시련을 알지 못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처럼 잘살아 보겠다는 강한 신념이 있다면 반드시 방법이 있을 거로 생각한다. 없는 자의 비애감을 내 이웃들은 느끼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생전 일기에 적었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낮에는 남의 집 밭일과 봇짐 장사를 하고, 밤에는 뜨개질을 떠 내다 팔았다,
그렇게 알뜰히 모은 돈으로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논을 사들여 벼농사를 시작했다.
할머니는 형편이 나아진 30대부터는 본격적인 사회활동에 나섰다. 새마을 부녀회장으로 마을주민들을 독려해 농한기 소득 증대 사업에 매진했다.
사비를 들여 마을 간이상수도 설치비와 지붕개량 사업을 하기도 했다. 마을주민들은 할머니에 대한 고마움으로 1976년에 송산국민학교에 '사랑의 어머니' 동상을 건립했다.
1985년에는 주민들이 의료시설이 없어 불편을 겪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대지 225㎡를 구매, 의령군에 기탁해 송산보건진료소 개설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50년 세월 동안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 지원, 불우이웃 돕기 성금 기부, 각종 단체에 쌀 등 물품 기탁 등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본인의 돈을 내놓았다.
부랑자나 거지를 길에서 만나고, 이웃에 누군가 궁핍한 생활을 한다는 소식을 들을 새면 쌈짓돈과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부리나케 챙겨 주변 사람을 도왔다.
노령층을 대상으로 틈날 때마다 이들을 방문해 청소하고 말동무가 되어 음식을 대접했고 '후손에게 오염된 세상을 물려줘서는 안 된다'는 생활신조를 바탕으로 동네 환경정화 활동에 솔선수범했다.
탁월한 리더십으로 다수의 사회단체장을 맡아 동네 여성들을 모아 한글을 깨치게 한 일화는 유명하다.
수십 년간 빼곡히 적혀있는 봉사일기가 증명하듯 할머니 봉사활동은 세상을 뜨기 직전까지 계속됐다.
80세 되던 해 35kg의 몸으로 리어카를 끌면서 나물을 팔고, 고물을 주어 번 돈으로 기부를 했다.
평생 남을 위해 헌신한 삶을 살고, 죽어서까지 '시신 기증'이라는 마지막 봉사활동을 하고 공 할머니는 그렇게 세상과 작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k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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