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점포 난장판 만들고 'V' 포즈 문신남 잡고 보니 고교생

순식간에 아수라장된 무인점포
정리 도운 시민 선행도 알려져

지난 16일 강원 원주시의 한 무인점포에서 난동을 부린 A군이 폐쇄회로(CC)TV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MBC 캡처

무인점포에서 결제가 뜻대로 안 되자 내부를 난장판으로 만든 고등학생이 경찰에 입건됐다.

강원 원주경찰서는 지난 16일 오전 3시 40분쯤 원주시 단구동의 한 무인점포에서 난동을 부린 고교생 A(16)군을 재물손괴 혐의로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A군은 점포에 들어가 과자 등을 꺼내 키오스크 앞에서 계산을 시도했지만 결제가 뜻대로 이뤄지지 않자 내부 기물을 부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A군이 미성년자인 점을 고려해 청소년 전담 부서에 넘겨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무인점포 내 폐쇄회로(CC)TV에는 A군의 난동 장면이 고스란히 찍혔다. 검은색 반팔 차림에 왼팔에 문신을 한 A군은 몸을 산만하게 움직이다가 갑자기 상품이 진열된 매대를 발로 차고 키오스크를 넘어뜨리는 등 40여 분간 매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또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집어 매장 문 밖으로 마구 던졌다. 난동을 피우던 A군은 CCTV를 향해 손가락으로 브이(V)를 그리기도 했다.

16일 강원 원주시의 한 무인점포에서 한 시민이 점포 밖에 떨어져 있는 물품들을 주워 정리하고 있다. MBC 캡처

A씨가 점포를 떠난 뒤 한 시민이 선행을 베푼 사연도 알려졌다. MBC에 따르면, 약 30분이 지나고 해당 점포를 찾은 시민 B씨는 상황을 파악하고 묵묵히 매장 안팎에 널브러진 물건들을 정돈하기 시작했다. 땅바닥에 있는 물건을 모두 주워 안으로 옮긴 B씨는 가게에 적혀 있는 점주의 연락처로 연락해 상황을 알렸다.

점주가 뒤늦게 CCTV를 확인하고 B씨에게 고마움을 전하자 그는 "누구나 다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점주는 "균형이라는 게 딱 보면 나쁜 것만 보이지만 결국에는 착한 사람들도 있고 해서 세상의 균형이 맞아 돌아가는 것이라는 걸 몸소 느낄 수 있었다. B씨에게는 감사하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