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의 귀환’으로 포장된 노장들의 정치 노욕 [필동정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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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년 3월 대선에 참가 의사를 밝혔다.
우크라이나에서 갓 독립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중령이 "대선 출마를 부탁드립니다. 아직 할 일이 많습니다"라고 요청하자 푸틴은 "당신 말이 맞아요. 결정을 내려야 할 때죠"라며 화답했다.
2018년 대선 때도 푸틴은 자동차 공장을 찾아가 그 곳 근로자의 출마 권유에 웃으며 오케이 했다.
올해 71세인 푸틴은 6년 대통령 임기를 두 차례 더 채우면 2036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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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대선 때도 푸틴은 자동차 공장을 찾아가 그 곳 근로자의 출마 권유에 웃으며 오케이 했다. 본인 의지보다 국민 요구를 받들어 출마한다는 모습을 부각하려는 것이다. 당연히 ‘짜고 치는 고스톱’인데도 많은 러시아인들이 환호한다는 게 놀랍다.
올해 71세인 푸틴은 6년 대통령 임기를 두 차례 더 채우면 2036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그때까지 살아있다면 84세가 된다. 푸틴의 장수 권력 덕분에 그가 2000년 집권 후 함께 했던 각료 중 일부도 아직 남아 있다. 얼마 전 북한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부 장관과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 나이는 각각 73세와 66세다.
내년 11월 미국 대선은 ‘백발의 전쟁’이 예상된다. 출마를 앞둔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각 81세와 77세다. 1940년생으로 바이든 보다 2살 많은 낸시 펠로시 전 하원 의장도 내년 하원 선거에 도전한다. 당선된다면 무려 20선이다. 기자회견 도중 ‘30초 멍때리기’를 한 미치 매코넬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바이든과 동갑이다.
나이 많은 정치인 앞에는 ‘노회한’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일처리가 능숙하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대체로 능구렁이처럼 자기 잇속을 챙긴다는 부정적 뉘앙스가 더 강하다. 장기 집권자는 자기 권력에 취해 독단적이 되기 쉽다. 중남미와 중동의 장기 독재자들의 경우 말년이 대체로 좋지 못했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비명횡사했고,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도망 중 체포돼 사형을 선고받고 처형됐다.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칠레 국가원수는 영국 망명 후 칠레에서 가택연금 됐다가 병사했다. 일본계 알베르토 후지모리 페루 대통령은 부패 등의 혐의로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았다.
물론 고령 자체가 부정적인 것과 꼭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나이든 정치인의 경륜과 지혜는 배워야 할 것도 많다. 이들은 산전수전 겪으며 다른 의견들을 조율하는 능력과 강한 추진력을 갖기도 한다. 조선 시대 52년 간 최장수 재위를 한 영조는 탕평제, 균역법, 신분제 개혁 등 많은 업적을 이뤘다. 지난해 96세로 타계한 엘리자베스 2세는 무려 70년 간 왕관을 쓰고서 영국인들의 화합의 상징으로 백성의 사랑을 받았다.
요즘 국내에서는 다선 출신의 ‘올드 보이’들이 총선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 이인제 전 의원,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등이 대표적이다. 4선의 박 전 원장과 6선의 이 전 의원은 각각 1942년, 1948년 생이다. 이들 귀환을 바라보는 유권자들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대다수 국민은 “얼마나 더 해먹을려고?” 하며 불쾌한 기색이다. 여야가 내세우는 인적 쇄신과도 거리가 멀고, 당 원로가 후배들과 자리를 놓고 싸우는 것은 보기 더 안 좋다.
올드 보이들이 높은 인지도와 인맥을 활용해 출마에 나서면 정치 신인들의 설 자리는 그만큼 좁아진다. 정치가 움직이는 생물체라면 그 안에 있는 사람도 순환하는 게 이치다. 노장들이 노욕(老慾)을 접고 후배들의 정치 입문을 돕는 용단을 내린다면 국민의 박수 갈채를 받을 것이다.
김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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