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남편 죽자 찾아온 전처 자녀들…"재산 분할·이혼 무효" 소송까지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남편과 이혼한 여성이 남편 사후 전처 사이의 자녀들로부터 재산분할 문제로 괴롭힘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20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10년 전 재혼한 뒤 최근 위암으로 남편을 떠나보냈다는 A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A씨는 "남편은 오래전 이혼한 아내 사이에서 네 명의 자식을 뒀고 모두 장성해 따로 살고 있다"며 "그런데 그 아이들이 남편이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는 내게 매일 같이 전화했다"고 말했다. 자녀들은 처음에는 아픈 아버지를 걱정하는 것 같았지만, 나중에는 "아버지가 사망하면 재산을 상속받게 돼 좋겠다"며 A씨에게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이에 남편은 본인이 세상을 떠난 뒤 A씨가 상속 분쟁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이혼을 요구했다. A씨는 재산분할금으로 남편의 일부 재산을 미리 받고 법원에서 조정이혼을 마쳤다. 법적으로는 남남이었지만 A씨는 남편이 몇 달 뒤 세상을 떠날 때까지 남편 곁에 머물렀다.

그러나 남편이 사망하자마자 남편의 자녀들이 찾아왔다. A씨는 "그들은 내가 남편과 짜고 가장 이혼했으니, 이혼과 재산분할은 무효라며 이혼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했다"며 "지속적으로 전화하고 찾아와 모욕적인 말을 하고 있고, 세무서에서는 세금탈루 의혹으로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통보도 날아왔다"고 고민을 전했다.

사연을 들은 최영비 변호사는 "이혼이 무효가 되면 처음부터 이혼하지 않았던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하게 돼, 재산분할 역시 무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 법원은 가장이혼으로 이혼이 무효가 되는 경우를 매우 제한적으로 해석한다"며 "이혼 당사자들에게 형식적이나마 혼인 관계 종결 의사가 있었다면 이혼 의사가 없다고 볼 수 없어 이혼이 유효하다고 본다. 상속재산분쟁을 피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해도 형식적인 혼인 관계 종료에는 당사자 간 합치가 있었던 것으로 보여 이혼이 무효가 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혼이 유효할 경우 세무서에서 증여세나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는지에 대해선 "가장이혼으로 인해 상대에게 주는 재산분할금이 과대할 정도라면 세무서에서 증여세를 부과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사연자의 혼인 기간이나 부부공동재산에 대한 기여도를 고려했을 때 적정 수준에서 돈을 받았다면 증여세 부과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