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만 잘생긴 줄 알았는데...어느덧 최수종 대항마로 떠오른 로운
KBS 월화드라마 ‘혼례대첩’, 웰메이드 사극의 저력
[엔터미디어=정덕현] "가슴이란 본디 무서워도 뛰고 한낱 북소리에도 뛰는 것 아닙니까?" 순덕(조이현)을 연모하는 마음 때문에 혹여나 그녀가 시어머니인 박씨부인(박지영)에게 해를 당할까 두려운 정우(로운)는 일부러 거짓말을 한다. 그의 가슴이 뛴 건 순덕에 대한 설레는 마음 때문이다. 두려움이 있다면 그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녀를 위해서일 뿐이다.
KBS 월화드라마 <혼례대첩>을 보는 시청자들의 마음이 어느새 이와 같아졌다. 이제 마지막 회를 남기고 있는 지금, 시청자들의 가슴은 두근두근한다. 그건 여러 가지 이유 때문이다. 정우와 순덕의 애틋한 사랑을 마치 내 일인 듯 빠져들어 보는 마음이 그렇고, 이들에게 닥칠 위기의 순간을 바라보는 아슬아슬한 마음이 그렇다.
세자(홍동영)가 참관하는 맹박사댁 딸들과 좌상댁 딸 조예진(오예주)의 혼례는 혼돈 그 자체였다. 맹두리(박지원)의 신랑감 광부 16호 한종복(고덕원)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 혼례를 준비한 정우를 시기하는 판윤 김문건(김다흰)의 간계로 다른 여인과 혼례를 치러버린 것. 또 병판댁 이시열(손상연)의 신부감이었던 조예진은 끝내 도망쳐 자신이 연모하던 윤부겸(최경훈)을 찾아갔다. 그리고 거기서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결국 맹두리의 신랑감과 이시열의 신부감이 사라진 상황. 합동 혼례는 깨질 위기에 처했지만 세자까지 참관하는 혼례식을 박씨부인은 어떻게든 강행하려 한다. 마침 맹두리와 이시열이 서로를 연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순덕이 방법을 찾아낸다. 두 사람을 대신 엮어주고, 빈자리는 다른 사람이 대행하기로 한 것. 첫날 밤에는 맹두리와 이시열을 한 방에 그리고 도망친 조예진과 윤부겸을 찾아와 함께 하게 함으로써 혼례를 되돌릴 수 없게 만들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조예진과 윤부겸을 찾지 못하게 되자 대신 혼례에 서게 된 정우와 순덕은 결국 합방까지 하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런 사실을 간파한 판윤 김문건이 방마다 문을 열어 확인하려 하고 정우와 순덕이 대신 혼례를 치른 사실 또한 발각될 위기에 처했다. 과연 정우와 순덕은 이 위기를 넘기고, 끝내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시청자들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건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예고편이다. 거기에는 임금의 사약을 받는 정우와 박씨부인이 주는 은장도를 받아드는 순덕의 모습이 비춰졌다. 두 사람의 비극적인 죽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시청자들 그 누구도 이런 결말이 나올 거라 기대하는 이는 없다. 아마도 죽음을 가장해 두 사람의 새 삶이 이어질 거라는 기대가 더 크다. 조선사회에서 정우와 순덕의 사랑이 이뤄질 수 있는 길이란 그 방법 밖에 없지 않은가.
어느 정도는 예상되는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혼례대첩>이 거둔 성과는 분명해 보인다. 현재까지 5%(닐슨 코리아)의 높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고, 화제성도 남달랐으며 무엇보다 호평이 이어졌다. 퓨전사극이라고 하면 어딘가 가볍게 보이던 선입견을 이 작품은 완성도 높은 웰메이드 작품으로 뛰어넘었다. 미학이라고 해도 좋을 법한 우리 사극의 아름다움을 예술적으로 그려냈다고나 할까.
이런 완성도 속에서 로운과 조이현의 존재감은 더더욱 빛났다.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보며 느끼는 가슴 두근거림이 드라마가 그리고 있는 예쁜 사랑이야기만이 아니라 이를 연기한 로운과 조이현 덕분이라는 이야기도 내놓는다. 그만큼 이 작품의 설렘에 있어서 이들의 지분이 분명했다는 방증이다.
문득 궁금해진다. 올해 KBS 연기대상의 무대에 로운과 조이현이 서게 될지. 애초 KBS 연기대상은 사극 대가 최수종의 복귀작으로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고려 거란 전쟁>의 독무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들이 나왔지만, 연말 복병처럼 <혼례대첩>이 막강한 존재감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청자들에게 설렘을 선사한 로운과 조이현이 어떤 모습으로 연기대상에 서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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