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동號 SH의 2년]⑥후분양제, 대세 자리잡기엔 '한계'
"선분양보다 분양가 저렴" 주장…공급자 재무 부담이 가장 큰 리스크
시민단체에서 오랫동안 몸담으며 부동산 정책과 시장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온 김헌동 SH공사 사장이 서울시의 주택 공기업 수장으로 취임 후 2년이 지났다. 과감한 발언으로 '부동산 정책 저격수'란 별명까지 가졌던 김 사장은 재야에서 외쳤던 주장을 얼마나 실천했을까. 또 그 성과는 시민에게 적합하고 만족하는 수준일까.
[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먼저 짓고 나서 집주인을 찾는 방식의 '후분양제'는 김헌동 SH공사 사장이 주창하는 또하나의 아젠다다.
2004년 주도해 만든 경실련의 짒값거품빼기운동본부는 소비자를 위해 후분양제도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줄기차게 강조해 왔다.
SH공사 사장 취임 후에도 후분양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06년 9월 이후 모든 분양주택(8만7416세대)을 후분양으로 공급한 SH는 김 사장 취임 직후인 지난해 1월 후분양을 강화해 분양 시 건축공정률을 60~80%에서 90%로 높였다.
후분양은 착공 후 일정 기간 공사가 진행된 시점, 보통 건축공정률 60~80%에 분양하는 제도다. 선분양제에서는 건물의 실물을 못 보고 계약하지만 후분양제는 준공 직전 계약해 실물 확인 후 계약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이에 시공 초기에 발생하는 부실시공이나 하자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지목된다.
후분양제가 최근 들어 더욱 관심을 받은 이유는 2021년 광주 화정동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 붕괴사고와 지난해 검단신도시 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 등 선분양제 건설현장에 대한 우려가 커진 탓이다.
김 사장은 후분양제가 건설현장 사고로 인한 분양 예정자들의 불이익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언론 인터뷰에서 김 사장은 "후분양제를 했다면 최소한 광주 화정동 아파트나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피해는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SH는 후분양제가 분양원가와 이익을 파악한 후 주택가격을 결정하는 만큼 선분양제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공급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5일 SH는 선분양·후분양에 따른 분양가와 분양원가를 공개하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분양가보다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했다고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선분양을 유지한 LH는 ㎡당 평균 분양가 573만원, 평균 분양원가 368만원으로 ㎡당 평균 분양이익이 205만원, 평균 이익률은 35.8%다. 이에 비해 SH는 ㎡당 평균 분양가 436만원, 평균 분양원가 351만원으로 분양이익은 평균 85만원, 이익률은 평균 19.4%였다.
SH는 LH보다 분양가가 낮은 이유 중 하나로 현행 선분양제는 분양원가를 산출할 수 없어 실제 사업자의 분양이익을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준공 후 공사에 투입된 분양원가를 계산해야 하지만 선분양제는 준공 전 입주자를 모집해 정확한 분양원가와 분양이익을 계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SH의 주장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SH와 LH가 공급한 시기가 다르고 사업 범위가 더 넓은 LH를 서울에서 사업하는 SH와 단순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LH 관계자는 "비교적 최근 공급한 LH 단지와 2013~2014년 SH가 공급한 단지는 정확한 비교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LH의 입장과 무관하게 후분양으로 인한 SH의 재무적 부담 증대 가능성도 상존한다. 자금을 먼저 투입하고 분양으로 회수하는 시스템이어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입주 예정자의 자금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선분양과 달리 후분양은 주택제공업체가 직접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며 "후분양은 회사의 자금을 먼저 투입하거나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을 때 발생하는 금융 비용이 분양가에 포함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후분양제도가 이론적으로는 원가계산을 정확하게 할 수 있게 하고, 이를 통해 사업시행 주체의 분양이익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견이 존재한다. 선분양 방식에서도 분양이익을 줄일 의지나 제도·재정적 지원이 있다면 충분히 분양이익을 줄인 저렴한 주택공급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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