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연, 마이크로파 토양 가열로 병해충 방제

정순신 연구팀, 세계 최고 수준 마이크로파 침투가열 기술 개발
땅속 30cm 이상 최대 100도 가열…농가 근심 '연작장해' 해소

정순신 연구원과 마이크로파 침투 가열 장비

한국전기연구원(KERI) 정순신 연구팀이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농약 없이 병해충을 효과적으로 방제하고, 농가 연작장해를 막을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마이크로파 침투가열' 기술을 개발했다.

연작장해는 같은 밭에 연이어 같은 작물을 심으면 수확량과 품질이 떨어지는 현상이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토양 전염성 세균이나 곰팡이, 선충 등 병해충 발생 요인이 크다. 농약 사용이나 장기간 휴작은 환경 파괴는 물론 생업에도 지장이 많다.

마이크로파 침투가열 기술은 마이크로파를 땅속 깊이 침투시켜 토양 속 수분을 가열해 열에 약한 병해충을 방제한다. 호주 등에서 상용화됐지만 땅속 깊이 침투하지 못해(약 10cm) 잡초 제거 등에 활용하는 수준이다.

정순신 연구원은 마이크로파 성질을 수년간 면밀하게 연구 및 분석해 파장을 원하는 대로 조절하고 마이크로파 공간 분포까지 제어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최근에는 마이크로파 침투를 극대화할 수 있는 안테나(방사부) 개발에 성공했다. 안테나로 방사한 마이크로파는 땅속 특정 지점에서 서로 합처져(파동의 중첩) 진폭이 커지고, 땅속 30cm 이상 깊이까지 가열할 수 있다.

땅속 30cm 이상 깊이까지 마이크로파를 침투시킬 수 있는 안테나(방사부)

안테나 방사 마이크로파는 60~100도(온도 조절 가능)로 땅속 수분을 선택적으로 가열한다. 토양은 10~30%가 수분이고, 대부분의 병해충은 작물 뿌리 근처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60도 이상의 열에 취약하다.

정순신 연구팀의 성과는 농가 연작장해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실제로 이번 기술 개발은 농림축산검역본부 직원의 요청으로 시작했다. 전기연은 개발 기술을 병해충 방제장치 전문기업 '주은케어팜'에 이전했다.

정순신 연구원은 “마이크로파의 파동 중첩 성질을 이용해 깊은 곳까지 가열하는 원리”라며 “농약의 부작용이나 환경 오염 걱정 없이 병해충을 방제할 수 있어 농업 생산성 향상과 농가 소득 증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농업 뿐만 아니라 최근 항만이나 공항에 출몰하는 외래 병해충(흰개미, 붉은불개미, 열대불개미 등)의 서식지를 비파괴로 박멸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식 차량에 설치해 겨울철 도로 위 '블랙아이스' 제거, 기름에 오염된 토양 정화 등에서 응용할 수 있다.

창원=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