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새로, 오르는거야 내리는거야?" 롯데칠성 새해 복잡한 소줏값 내막은

구예지 기자 2023. 12. 20.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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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칠성, 내년부터 소주 출고가 처음처럼 6.8%, 새로 8.9% 인상
"기준판매비율 도입으로 실제 출고가 현재 가격 대비 저렴" 주장
소주 가격 인상 시기 놓쳐 '반출가격·출고가' 복잡한 셈법 내놓아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과 새로 제품 모습.(사진=롯데칠성음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구예지 기자 = 롯데칠성음료가 내년 1월1일부터 '처음처럼'과 '새로' 등 소주 제품에 한해 가격 조정에 나선다고 밝힌 가운데, 정부의 새 제도 도입과 함께 '인상'과 '인하' 표현이 동시에 이뤄져 소비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20일 주류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은 내년 1월 1일부터 소주 제품인 처음처럼과 새로에 한해 반출가격을 인상한다고 지난 18일 발표했다.

처음처럼 360㎖병은 6.8%, 새로 360㎖병은 8.9% 반출가격이 뛴다.

반출가격은 제조원가·판매비용·이윤 등을 포함한 가격을 뜻한다.

반출가격에 주세·교육세·부가세 등 세금을 더하면 출고가격이 된다.

도·소매상을 거치며 출고가에 유통비 등이 추가되면 소비자가로 책정된다.

반출가격은 세금을 계산하는 기준이다.

따라서 반출가격이 오르면 세금도 많이 내게 돼 출고가도 뛰고,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도 오른다.

다만 새해부터 정부에서 기준판매비율을 도입하는 변수가 있다.

반출가격에서 반출가격에 기준판매비율을 곱한 값을 뺀 것을 세금 산정 기준으로 삼도록 한 것이다.

기존 반출가격보다 낮은 값이 세금 산정 기준이 되는 셈이라, 전체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소주의 경우 기준판매비율이 22%다. 위스키는 23.9%, 브랜디는 8%, 일반증류주는 19.7%, 리큐르는 20.9%다.

처음처럼 360㎖병의 현재 반출가격은 546원이다.

정부가 새해 도입한 기준판매비율 22%를 적용해 출고가를 계산하면 1039.08원이다.

반면 롯데칠성이 이번에 올린 반출가격을 기준으로 정부의 기준판매비율을 적용해 출고가를 계산하면 1109.74원이 된다.

반출가격이 오르면서 출고가도 6.8%(70.66원)원 뛴 것이다.

롯데칠성은 "출고가를 인상하지만, 정부의 '기준판매비율' 도입에 따라 실제 출고 가격은 현재 가격 대비 저렴해진다"며 "처음처럼은 4.5%, 새로는 2.7% 인하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정부가 도입한 기준판매비율을 적용하지 않고 현재 반출가격으로만 출고가를 산출했을 때의 값이다.

현재 출고가는 1162.7원으로 오른 반출가격에 기준판매비율을 적용해 산출한 출고가인 1109.74원보다는 값이 높다.

얼핏 보면 반출가격을 높이고 기준판매비율을 적용해 1162.7원에서 1109.74원으로 4.5% 가격이 낮아졌다.

그러나 정확한 비교를 위해서는 현재 가격에 기준판매비율을 적용한 상태에서 봐야 한다.

이 경우 1039.98원에서 1109.74원으로 가격이 6.8% 뛰게 된다.

실질적으로도 새해부터 가격이 오르는 셈이다.

롯데칠성이 이처럼 반출가격과 출고가를 이용해 복잡한 셈법을 내놓게 된 경위는 가격 인상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소주 원재료인 주정 가격이 오르면서 하이트진로를 비롯해 지역 소주업체까지 줄줄이 가격을 인상했다.

롯데칠성도 이때 가격을 인상했다면 정부가 기준판매비율을 적용했을 때 하이트진로처럼 줄어든 세금만큼 출고가를 내리면 됐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지난달 9일부터 참이슬 후레쉬와 오리지널의 출고가를 6.95%(80원) 인상했다. 360㎖병과 1.8ℓ 미만 페트류가 인상 대상이다.

정부에서 기준판매비율을 적용한다는 발표가 나온 이후 하이트진로는 정부의 내년 1월1일 출고분부터 소주 제품의 출고가를 인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하 결정에 따라 희석식 소주인 참이슬·진로는 기존 출고가에서 10.6%, 과일 리큐르는 10.1%, 증류식 소주인 일품진로 등은 10.6% 낮아졌다.

이에 따라 참이슬 후레쉬 360㎖ 병의 출고가는 1247원에서 1115원으로 132원 낮아진다.

반출가격과 출고가를 복잡하게 계산할 필요 없이 기존에 출고가를 인상할때 오른 반출가격에 기준판매비율을 적용해 출고가를 계산한 것이다.

롯데칠성은 지난 7일 열린 기관투자자 대상 IR(기업 설명회)에서 수익성 강화를 위해 연내 가격 인상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하지만 정부가 기준판매비율을 도입하는 등 실질적으로 가격을 내리는 정책을 펴면서 소주값을 인상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직접 콘퍼런스콜에서 "이번엔 총선이 내년 4월에 있다 보니 가격 인상을 자제하거나 인상 타이밍을 늦춰달라는 요청이 많아 올해 계획한 가격 인상을 아직 진행하지 못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10% 가량 줄었다"며 "가격 인상이 워낙 민감한 이슈이다 보니 확답은 못하지만 수익을 내야하는 기업이니 어떻게든 올해 안에는 가격 인상을 하려고 정부와 계속 조율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원가 부담으로 제품가는 올려야 하지만 정부 물가안정 기조에 반하기 어렵게 되자 가격을 올리는 효과를 내면서 "새해 출고가는 인상했지만, 정부의 '기준판매비율' 도입에 따라 실제 출고 가격은 현재 가격 대비 저렴해진다"고 밝혀 시장 혼선이 빚어진 것이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경영개선활동을 통한 원가절감으로 가격인상 요인을 최대한 흡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unris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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