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중이던 초등생 유괴범, 잡고보니 이웃이었다

■ 40代 이웃주민 체포
부모에게 몸값으로 2억 요구
피해아동, 납치범 자리비운새
결박 풀고 지구대로 달려가
“채무탓에 무작위로 대상 골라”

연합뉴스

등교하는 초등학생을 납치해 부모에게 2억 원을 요구한 이웃 남성이 반나절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에게 유괴돼 결박 상태로 있었던 피해 아동은 유괴범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스스로 탈출해 직접 경찰에 신고했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40대 남성 A 씨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약취 유인) 혐의로 전날 긴급체포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은 A 씨에 대해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19일 오전 8시 40분쯤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 인근에서 등교 중인 초등학생 B 양을 흉기로 협박해 아파트 옥상으로 끌고 가 결박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B 양의 휴대전화로 부모에게 전화해 2억 원을 요구했다. A 씨는 “아이를 살리고 싶으면 지시를 따르라”는 취지로 부모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협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B 양은 1시간여 뒤인 9시 44분쯤 A 씨가 자리를 비운 틈에 테이프 결박을 스스로 풀고 탈출한 뒤 인근 지구대로 달려가 구조를 요청했다. 그사이 부모도 금전 요구 문자를 받자마자 경찰에 신고했다. B 양은 안전하게 부모의 품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CCTV 분석 등을 통해 A 씨의 동선을 추적한 뒤 같은 날 오후 5시 15분쯤 A 씨를 해당 아파트 인근에서 체포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B 양의 이웃 주민인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채무 때문에 범행을 했고, 무작위로 대상을 골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초등학교 여학생을 유인하는 사례는 잇따르고 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지난 5월 “떡볶이를 사주겠다”며 초등학생 2명을 유인하려다 미수에 그친 50대 남성을 검거했었다. 올해 초 춘천에서는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쇄 미성년자 유인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를 해왔다. 영월에서도 지난해 4월 미성년자 유인 미수 사건이 벌어진 바 있다.

강한 기자 str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