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절된 '불안의 서', 한소희가 읽으니까 따라서 산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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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점가 깜짝 돌풍의 주인공은 '불안의 서'(봄날의책 발행)와 쇼펜하우어 관련 책이다.
9년 전 출간된 800쪽짜리 벽돌책인 '불안의 서'는 배우 한소희가 한 잡지사 인터뷰에서 언급하면서 하루 만에 재고 700여 권이 바닥났다.
독일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1788∼1860)와 '불안의 서'는 불안이란 키워드를 공유한다.
특히 교보문고에서 리커버 책이 나온 '불안'은 올해 8월부터 11월까지의 판매량이 직전 4개월보다 37%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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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희·하석진 효과에 '미디어셀러'로
그 바탕엔 불안 대처법에 대한 갈증들
"따뜻한 위로보다는 '뼈 때리는' 말"
최근 서점가 깜짝 돌풍의 주인공은 '불안의 서'(봄날의책 발행)와 쇼펜하우어 관련 책이다. 쉽게 읽을 수 없는 책들이다. 9년 전 출간된 800쪽짜리 벽돌책인 '불안의 서'는 배우 한소희가 한 잡지사 인터뷰에서 언급하면서 하루 만에 재고 700여 권이 바닥났다. 철학책인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유노북스 발행)는 배우 하석진이 읽는 모습이 방송된 이후 4주 연속 종합베스트셀러 1위(교보문고)를 지키는 중이다. 유명인이 언급해서 판매가 폭발하는 '미디어셀러'의 전형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요즘 독자들의 수요를 확실히 파고든 지점이 있다.
불안 해소법 찾는 사람들…상담소 찾듯 책 고른다
독일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1788∼1860)와 '불안의 서'는 불안이란 키워드를 공유한다. 포르투갈 시인이자 철학자인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1982)는 삶, 죽음, 어둠, 모호함, 실패 등의 소재를 다룬 글 480여 편을 담은 에세이집이다. 불안하고 막막한 현실을 바탕으로 삶의 의미를 사색하는 내용이다. 출판사 봄날의책 박지홍 대표는 "(판매가) 죽어 있던 책은 아니었고 꾸준히 팔리며 2014년 출간 이후 누적 판매가 1만 권이 넘는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을 찾으려는 독자층이 늘기도 했다. 알랭 드 보통의 에세이 '불안', 최진영의 장편소설 '구의 증명' 등의 인기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교보문고에서 리커버 책이 나온 '불안'은 올해 8월부터 11월까지의 판매량이 직전 4개월보다 37% 올랐다. 20~40대 여성이 주 구매층이다. 교보문고의 '불안의 서' 구매자를 보면 30대 여성이 26.2%, 20대 여성이 23.1%로 2030세대 여성이 절반을 차지한다. '불안'과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역시 비슷한 분포도를 보인다. 이현정 유노북스 팀장은 "30대 여성들은 일, 육아, 자아 등을 두고 불안을 느끼기 마련"이라면서 "요즘 심리 상담이 인기를 끄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안을 다룬 책들이 그런 지점을 건드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뜻한 위로보다는 현실적 '뼈 때리는' 조언 원해
무턱대고 따뜻한 위로보다는 현실적 조언을 원하는 독자들의 취향도 반영됐다. 김현정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담당은 "(불안을 주제로 한 요즘 베스트셀러는) 전반적으로 염세주의적이지만 팍팍한 현실을 딛고 결국 나의 길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전하는 책들"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정 팀장도 "쇼펜하우어의 말은 직설적인 게 많다"며 "속된 말로 '뼈 때린다'고 하는 현실을 자각할 수 있는 말들"이라고 말했다.
쇼펜하우어 관련 서적의 인기는 예고돼 있었다. "세상은 지옥이다" "모든 인생은 고통이다" "유년기에서 벗어나라 친구여, 깨어나라" 등 쇼펜하우어 아포리즘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튜브 등에서 인기를 끌었다. 쇼펜하우어의 사상에 대한 관심이 컸다는 의미다. 최근 붐을 일으킨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와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포레스트북스 발행),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페이지2북스 발행) 등 쇼펜하우어 3종 모두 그런 분위기 속에서 올해 6월 이후 나온 신간들이다.
김현정 담당은 "하석진이 나온 방송 전에도 쇼펜하우어 책은 조금씩 판매 순위가 올라가고 있었다"고 전했다. 책이 노출된 방송(11월 10일) 직전 주(11월 2~8일, 예스24 기준)에 쇼펜하우어 3종의 판매량을 보면 적게는 20.7%, 많게는 154.4%까지 전주보다 증가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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