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제 꺾은 천재… 16세 김은지, 최연소 · 최단기 9단 등극

정세영 기자 2023. 12. 2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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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천재 소녀' 김은지(16)의 시대가 열렸다.

19일 밤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제7회 해성 여자 기성전 결승 3번기 최종국.

한국 여자 바둑을 대표하는 천재들인 최정(27)과 김은지의 반상 위 승부에 바둑계의 시선이 쏠렸다.

김은지의 12월 국내 랭킹은 71위, 여자 기사만으로 범위를 좁히면 최정에 이은 2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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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 기성전서 최정에 불계승
최, 121개월 1위 국내 최강
김은 4년차로 한달새 14승
최엔 2승 13패로 절대 열세
“사범님 이기고 우승, 더 기뻐”
최정(오른쪽) 9단이 19일 밤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김은지(왼쪽) 9단과의 제7회 해성 여자 기성전 결승 3번기 최종국에서 패배를 직감한 듯 고개를 돌리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바둑 ‘천재 소녀’ 김은지(16)의 시대가 열렸다.

19일 밤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제7회 해성 여자 기성전 결승 3번기 최종국. 한국 여자 바둑을 대표하는 천재들인 최정(27)과 김은지의 반상 위 승부에 바둑계의 시선이 쏠렸다. 해성 여자 기성전은 국내 여자개인전 중 최대 상금이 걸려 있는 대회로, 우승 상금은 5000만 원이다.

최정은 한국 여자바둑의 최강자다. 121개월 연속 여자랭킹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정은 역대 총 38번 결승에 올라 29번 승리, 결승전 승률이 76.3%에 이를 정도로 결승전에 특히 강했다. 반면, 지난 2020년 1월 입단한 경력 4년 차의 김은지는 차세대 주자로 불린다. 별명은 ‘천재 소녀’. 지난 7월 한 달간 14승(2패·승률 87.5%)을 쌓는 등 최근 기세가 대단했다.

건곤일척의 승부가 펼쳐졌다. 둘은 2국까지 1승 1패로 팽팽하게 맞섰다. 그러나 최종국에서 김은지가 웃었다. 첫 번째 대국을 내줬던 김은지는 2국에서 2시간 40분, 225수 만에 백 2집반승으로 최정을 꺾었고, 최종국에선 3시간 10분이 넘는 혈투 끝에 250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김은지는 지긋지긋했던 ‘최정 공포증’을 털어냈다. 이번 대국 전까지 상대 전적에선 김은지가 2승 13패로 크게 뒤졌다. 앞선 3차례 결승 대결에서도 최정에 모두 패배했다. 지난해 여자 기성전 결승, 지난 8월 IBK기업은행배와 9월 닥터지 여자 최고기사 결정전에서 잇달아 고배를 마셨다.

김은지는 이번 우승으로 특별 승단 규정을 적용받아 8단에서 9단으로 승단했다. 2020년 1월 입단한 김은지는 남녀 통틀어 한국 바둑 최단 기간 입신(入神) 등극의 기록을 세웠다. 한우진 9단이 갖고 있는 종전 최단 승단 기록(4년 5개월)도 3년 11개월로 앞당겼다. 아울러 최연소 9단 기록도 갈아치웠다. 종전 17세 11개월로 최연소 입신이었던 박정환 9단보다 빠른 16세 6개월(2007년 5월 27일생)에 9단이 됐다.

김은지의 12월 국내 랭킹은 71위, 여자 기사만으로 범위를 좁히면 최정에 이은 2위다. 김은지는 남자 기사와의 대국에서도 강하다. 프로 통산 422전 273승 149패(승률 64.69%) 중, 남자 기사 상대 전적이 204전 103승 101패로 승률이 50.49%에 달한다. 특히 올해 남자 기사와 83차례 맞붙어 50승 33패(승률 60.24%), 여자 기사 상대로는 57승 16패(78.08%)를 기록했다.

김은지는 2020년 9월 비공식 인터넷 기전서 인공지능(AI)의 수를 참고했다고 시인, 1년 자격정지 처벌을 받은 적이 있다. 자격정지가 풀린 뒤 돌아와 한층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고, 마침내 기성전 타이틀을 제패하며 여자바둑 최고 기사로 우뚝 섰다. 김은지는 “이번엔 기운이 좀 좋았던 것 같다. 3국에서도 제가 위험한 순간이 많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이겨서 기쁘다. 최정 사범님을 이기고 우승했다는 것은 정말 기쁘지만 그래도 앞으로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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