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시, 남산 곤돌라 심의 건너뛰었나···조례 해석 놓고 논란
서울시가 보호지역을 지나는 남산 곤돌라 설치 계획을 심의하면서 관련 조례가 규정한 절차 중 일부를 건너 뛴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곤돌라가 보호지역 위로 지나갈 뿐’이라 상관없다고 주장하는데 선로 설치만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서울시는 20일 서울 종로 한 회의실에서 올해 제20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남산 곤돌라 설치를 위한 도시관리계획 변경 결정에 관한 심의를 진행한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6일 남산 곤돌라 조성사업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과 사전절차가 완료돼 설계·시공 일괄 입찰 공고를 냈다고 밝혔다. 곤돌라는 서울 중구 명동역 인근 예장공원을 하부 승강장으로, 남산 정상부를 상부 승강장으로 총 804m 길이를 설치할 계획이다.
곤돌라는 서울시에서 지정한 생태·경관 보전지역 위를 지나간다. 영향을 받는 면적은 2365㎡다. 상부 승강장과, 중간 지주를 설치하는 지역은 ‘비오톱’ 1등급 보전 지역으로 지정돼 있고 훼손 면적은 1124㎡다. 비오톱 보전지역은 특정 식물과 동물이 하나의 생활공동체를 이뤄서 지표상 다른 곳과 명확히 구분되는 생물 서식지를 말한다. 이 중 1등급은 대상지 전체에 대해 절대적으로 보전이 필요한 비오톱 유형이다.
서울시 자연환경 보전 조례를 보면 생태·경관 보전지역에서 건축물 및 그 밖의 공작물을 신축하면 안 된다. 예외적으로 시장이 직접 개발을 하거나 인허가를 할 때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 전에 ‘녹색서울시민위원회’의 심의를 먼저 거쳐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20일 도시계획위원회가 열리기 전까지 녹색서울시민위원회는 심의하지 않았다. 관련 부서에 곤돌라 설치 도면 등 협의를 위한 자료도 전달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해당 조례가 규정한 ‘건축물 및 공작물의 신축’이 없어 녹색서울시민위원회 심의가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전 지역 내 지주 설치 등 개발 행위가 없고 상부에 하늘로 지나간다”라며 “관련 부서와의 협의를 통해 저촉되는 내용이 없다고 봤다”라고 말했다. 다른 서울시 관계자도 “생태경관 보전 지역 내 형질 변경 등이 없고 지주대 설치 없이 공중으로만 이어진다면 행위 제한 대상이 아닌 것으로 협의하고 있다”라며 “구체적 계획이 마련된 후 협의 과정에서 생태경관보전지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위해 녹색위 또는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는 과정은 필요한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지주 없이 곤돌라만 상부를 지나도 법적 다툼이 생길 수 있다. 공원녹지법을 보면 도시공원 점용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경우인 ‘시설·건축물 또는 공작물을 설치하는 행위’에는 ‘궤도’의 설치가 포함된다. 곤돌라와 같은 삭도를 포함하는 규정인 궤도운송법은 궤도의 정의를 사람이나 화물을 운송하는 데 필요한 궤도시설과 궤도 차량, 이와 관련한 운영·지원 체계로 정의한다. 서울시가 지나가기만 한다고 밝힌 ‘선로’는 궤도 시설에 포함된다.
개발제한구역법도 ‘궤도’를 건축물 또는 공작물로 본다. 개발제한구역법은 개발제한구역 내에서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공작물의 설치’를 제한하는데, 법 시행령 별표를 보면 ‘건축물 또는 공작물의 종류, 건축 또는 설치의 범위’에 ‘개발제한구역을 통과하는 선형시설과 필수 시설’에 궤도가 포함된다. 최재홍 법무법인 자연 변호사는 “선로와 같은 필수 선형 시설을 법에서 이미 공작물로 규제하고 있는 경우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라며 “녹색서울시민위원회를 제외하는 규정이 없어서 심의를 거치지 않은 서울시의 행정절차는 위법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는 “케이블카가 지나가는 지역은 신갈나무 때문에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생태 환경과 자연경관을 함께 보전해야 하는 지역인데, 곤돌라를 설치하면 경관이 훼손되는 것”이라며 “비오톱 1등급 지역도 조례로 손대지 않겠다고 한 건데, 남산 케이블카가 정말 그럴 정도로 절실하냐는 것에 대해서는 시민에 따라서 공감하는 수준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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