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SKT, 개인정보 활용 목적 가명처리 중지하라”…가입자들 2심서도 승소

연합뉴스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가명 처리해 마음대로 활용할 우려가 있다"며 가입자들이 SK텔레콤 상대로 낸 ‘개인정보 가명 처리 중단’ 소송 항소심에서도 원고 승소 판결이 내려졌다.

20일 서울고법 민사7부(부장 강승준)는 A 씨 등 5명이 SK텔레콤을 상대로 제기한 처리정지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가명 처리는 처리 정지 요구 대상이 된다"며 "해당 부분에 대한 1심 결론은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가명처리란 개인정보 일부를 삭제·대체해 추가정보 없이는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도록 하는 조치다.

A 씨 등은 참여연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시민단체가 주도한 이 소송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SKT 가입자들로 2020년 10월 SKT에 보유 개인정보의 가명처리 여부, 가명처리 정보 주체가 개인정보 일체를 열람할 수 있는지 문의하며 가명 처리한 사실이 있다면 그 대상이 된 개인정보 일체의 열람을 요청했다. 이어 "통신사가 가명처리를 내세워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향후 개인정보를 제 3자 제공 목적으로 가명 처리하는 것을 정지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SK텔레콤은 "이미 가명처리된 정보에 대해선 개인정보 열람과 처리정지권이 제한된다"며 시민단체 요구를 거절했다.

단체들은 "열람청구권·처리정지권이 없다면 기업의 손에 개인정보가 넘어간 이후에는 정보 주체가 통제·감시할 수단이 전혀 없게 된다"며 이듬해 2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정보 주체로서는 개인정보 가명처리를 정지해달라고 요구하는 게 가명정보에 관해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결정권"이라며 "SKT는 원고들의 개인정보를 가명처리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이현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