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는 판결 시정도 조희대 사법부 책무[포럼]

김상겸 동국대 명예교수·헌법학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이 김명수 대법원장 퇴임 이후 이어진 75일간의 공백 상태를 끝내고 지난 8일 취임하면서 사법부가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취임사에서 “공정한 재판을 통하여 법치주의를 실질적으로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야말로 법원의 가장 중요한 사명”이라며 “(법관은) 어떤 선입견이나 치우침 없는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당연한 얘기가 새롭게 들릴 정도로 전임 대법원장 체제에서 법원과 재판의 공정성이 심하게 훼손됐다.

헌법은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에 대하여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법이 대법원장의 임명에 대하여 국민의 대표기관인 대통령과 국회가 관여하도록 하는 것은 간접적으로라도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다. 입법부인 국회와 행정부의 수반이며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지만,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은 선거로 선출하지 않는다.

헌법은 사법부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법관에 대하여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법권의 독립은 국가권력의 분립에 있어 다른 국가권력으로부터 조직·운영에 있어서 독립만을 의미하지 않고, 법관이 재판에 있어서 누구의 지시나 명령에도 구속되지 않고 독자적으로 심판하는 원칙을 말한다.

사법권의 독립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공정하고 정당한 재판을 통하여 인권 보장·질서 유지·헌법 수호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적인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사법권의 독립은 입헌주의와 법치국가의 초석이다. 사법권 독립의 핵심은 법관의 직무상 독립과 함께 법관의 신분상 독립이다. 법관의 직무상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재판에 외압이 있어서는 안 되고, 신분상 독립의 보장을 위해서는 법관 인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

사법권의 독립은 다른 국가권력과 여론으로부터의 독립도 중요하지만, 내부로부터의 독립이 더 중요하다. 이는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이 견제를 거의 받지 않는 강력한 인사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권은 대법원장의 임명 문제를 사법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정부에 들어와서 대법원장의 임명 동의를 놓고 국회에서 여야 간에 충돌한 것도 그런 이유라고 볼 수 있다.

대법원장은 대법관의 임명 절차에도 관여하지만,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얻어 일반 법관을 임명한다. 대법원장의 공정한 인사권 행사를 위하여 대법관회의와 법관인사위원회가 있지만, 최종적 권한은 대법원장에게 있다. 그런 점에서 사법부의 인사는 대법원장의 의중과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헌법은 법관이 법적 양심으로 재판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이 아니라는 것을 대법원장과 법관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리고 특정 사건에서 재판의 지연이나 예상을 벗어난 ‘튀는 판결’에 대하여 국민은 잘 알고 있다. 사법권의 독립은 법관 스스로 지켜야 한다. 사법의 정치화는 사법부만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다. 새 대법원장은 사법권의 독립을 보장한 헌법의 요구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여 국민을 위한 사법부로 만들어야 한다.

김상겸 동국대 명예교수·헌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