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권력’ 수사 주저해선 안 된다[김충남의 시론]
尹, 정권과 맞서 대선주자 반열
검찰 정치 중립·수사 독립 사수
檢, 이재명 비리 끝까지 파헤쳐
野는 김건희 공격 계속할 태세
특검법 강행하면 거부권 부담
성역 없는 수사로 정의 세워야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권 시절 양극단의 삶을 살았다. 정권 초반인 2017년 5월 19일 파격적으로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됐다. 당시 직원 상견례 자리에서 “검찰의 사건 처리는 ‘우리나라가 얼마나 정의로운가’의 척도가 된다”고 말했다. 2019년 7월 25일 또 한 번의 파격으로 검찰총장에 오른 윤 대통령은 전 정권 ‘적폐 수사’에 사용한 칼로 정권을 겨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입시 비리와 울산시장 선거 청와대 개입 의혹 사건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이 내세운 논리는 ‘살아 있는 권력 수사론’이다. 윤 대통령은 2020년 법무연수원 행사에서 “진짜 검찰개혁은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를 눈치 보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2021년 3월 중도 퇴임할 때까지 추미애·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정직 징계 처분 등을 놓고 극한 갈등을 빚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 독립성을 지켜냈다는 평가와 함께 대선 주자 반열에 올랐다.
윤 정부 들어 비슷하면서도 결이 다른 일이 일어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장동 비리 의혹 수사는 새 정부 검찰에겐 일종의 ‘적폐’ 수사였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끝까지 밀어붙였다. 이 대표는 정적 제거용 수사라며 반발했지만, 그의 ‘사법 리스크’는 이제 민주당의 명줄을 쥐고 있다. 최근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이 선고돼 이 대표 혐의 입증의 근거를 마련했다. 그런데 서울중앙지검의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은 1년여 이상 수사가 지연되면서 야당의 성토 대상이 됐다. 대장동 50억 클럽과 함께 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 법안이 발의돼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최근 윤 대통령의 검찰 선배인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이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지명되면서 ‘검찰 공화국’ 논란마저 증폭됐다. 민주당 돈봉투 사건으로 구속된 송영길 전 대표조차 소환 때 “살아 있는 권력 수사로 인기를 끌어 정권을 잡은 윤석열 검찰 하나회가 권력의 하수인이 돼 죽은 고기를 찾아다닌다”고 비난했을 정도다. 검찰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지만, 일방적 야권 수사로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 이미지가 퇴색한 것도 사실이다.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광주·전남 지역 ‘사건 브로커’ 성모(62) 씨 사건은 여권발 게이트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 성 씨는 20여 년 전부터 지역 경찰·검사·정치인 등과 골프 모임을 통해 친분을 쌓으면서 경찰 인사 청탁과 수사 무마 등에 개입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성 씨는 윤 대통령의 검사 시절 수사관으로 함께 일했던 여권의 모 지역 정치인의 지난해 지방선거에도 개입했다고 한다. 성 씨 사건이 여권 정치인들과 검찰로 불똥이 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경찰 비리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는 뒷말도 나온다.
최근 터진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은 정권에 ‘살아 있는 리스크’가 됐다. 인터넷 매체 서울의 소리는 고발장에서 “김 여사는 지난해 9월 13일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안에서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 원 상당의 디올 가방(파우치)을 받아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의 소리가 공개한 동영상에는 김 여사가 “이렇게 비싼 거 절대 사오지 마세요” “아유 알았습니다. 그래도 성의니까”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검은 이 사건을 지난 15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했다. 서울의 소리 측의 ‘함정 취재’ 문제가 있지만, 명품 가방을 받은 정황도 분명하다.
여권에서는 거야(巨野)가 ‘쌍특검’을 통과시키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거부권 행사의 명분을 위해서도 명품 가방 사건은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여당 의원들이 주장하듯 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 사건 역시 ‘문재인 검찰’이 탈탈 털었는데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면 질질 끌 이유가 없다. 지금까지 수사한 내용으로 기소든 불기소든 처분을 내려야 한다. 검찰이 야권의 ‘윤석열 사조직’ 딱지를 떨쳐내려면 지위고하를 막론한 엄정한 검찰권을 행사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중앙지검장 시절 강조한 ‘정의로운 검찰상(像)’이기도 하다. ‘살아 있는 권력’ 앞에 머뭇거린다면 어느새 검(劍)은 부메랑이 돼 검찰의 손발을 자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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