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때가 더 위험하다[뉴스와 시각]

이관범 기자 2023. 12. 2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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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산 시장은 한껏 들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1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5.5%(상단 기준)로 3회 연속 동결하면서 처음으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오히려 금리 인하가 가시권에 들어왔을 때가 더 위험하다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김 과장이 예측한 시나리오대로라면 미국이 6% 이상으로 금리를 올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같은 세계 경제위기로 번지지 않은 것을 그나마 위안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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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범 경제부 부장

세계 자산 시장은 한껏 들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1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5.5%(상단 기준)로 3회 연속 동결하면서 처음으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긴축에 들어간 이래로 인하 시점에 대한 논의가 있었음을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Fed가 공개한 ‘점도표’에서 위원들은 내년 말 기준금리를 현재보다 최대 0.9%포인트 낮은 4.6%(중간값)로 예상했다. 이에 세계 증시를 대표하는 다우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37000을 돌파할 정도로 시장은 환호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통화정책 전환(피벗)의 역사를 돌아보면 고금리의 끝이 보인다고 좋아할 수만은 없다. 오히려 금리 인하가 가시권에 들어왔을 때가 더 위험하다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Fed가 물가를 잡기 위해 2006년 6월 5.25%까지 금리를 올렸다가 2007년 9월 0.5%포인트 내리면서 피벗에 들어간 후 발생했다. 실제로 1년 뒤인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져 나왔다. 시장 기대대로 당장 내년 3월부터 금리를 내린다고 해도, Fed는 매우 천천히 움직일 것이다. 김효신 금융위원회 과장(한국은행 파견)의 저서 ‘대한민국 금리와 환율의 미래’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8번의 경제위기 가운데 7번은 미국발 긴축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김 과장이 예측한 시나리오대로라면 미국이 6% 이상으로 금리를 올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같은 세계 경제위기로 번지지 않은 것을 그나마 위안으로 삼아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반도체 수출 회복세를 반영해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3%로 높였다고 해서 좋아할 상황도 아니다. 한국은행은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 2.1%로 보고 있다. 겉보기에는 내년에 잠재성장률(2%) 이상을 회복할 것으로 보는 것 같지만, 속내를 보면 기저효과에 불과하다. 반등했던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으며 건설 업계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이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120여 곳이 경·공매 절차를 밟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것을 기대하며 수명을 연장해주는 쪽으로 힘을 써온 정부도 더는 구조조정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 오고 있다. 한은 경제연구원은 생산성 저하와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2030년에는 한국 경제가 0%대 성장률 시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거시 경제 운용을 위한 양손은 묶여 있다. 통화정책은 막대한 민간 부채에 발목이 잡혀 있어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없는 형편이다. 재정정책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국가부채로 인한 신인도 저하와 이제 막 잡히기 시작한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수 있어 극도로 절제해 사용해야 하는 처지다. 현 정부가 해야 할 최선은 자명해 보인다. 정치의 해를 앞두고 흐려지기 쉬운 눈을 고쳐 떠야 한다. ‘백 투 더 베이직(Back to the Basic)’. 만사 해결책은 기본기에 있다. 정교하게 부실 덩어리를 도려내며 과감한 규제 개혁과 지원을 통해 5∼10년 뒤를 주도할 초격차 기술을 내실 있게 확보했는지에 결국 2030 한국 경제의 앞날이 달려 있지 않겠는가.

이관범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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