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체육영재고 설립 고민…선수들 해병대 입소는 구시대적"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준비에 만전…"학교·생활·엘리트체육 환경 개선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체육 인재를 위한 교육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문체부 산하에 체육영재고를 만드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지난 18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체육 정책에 "산적한 과제가 많다"며 학교·생활·엘리트 체육 환경 개선 방안에 대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놨다.
그는 "학교체육과 생활체육을 위한 체육관과 운동장 등 시설이 부족하다"며 "중고등학교에선 운동부가 줄어들고 학생 선수들은 훈련 시간을 걱정해 진학을 고민한다. 운동부 감독과 코치의 처우도 열악하다. 도(道)마다 체육고가 있긴 하지만, 문체부 산하의 국악고처럼 운동하는 학생들에 맞게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체육영재고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고민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엘리트체육은 대를 이어갈 선수 수급이 어렵다는 게 앞으로의 걱정"이라며 "선수들 기량과 성적 향상을 위해 종목별로 과학적인 훈련 아이디어를 내 지원해야 한다. 비인기종목 선수는 수입이 적어 공기업이 창단을 더 하도록 독려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유 장관은 그러면서 생활체육과 엘리트 발전을 위해 체육계의 오랜 논쟁인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를 분리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러한 입장은 분리에 반대해 온 체육계의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생활체육과 국제대회 관련 행정을 분리하는 게 체육계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논의해봐야 한다"며 "다양한 체육계 의견을 들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한체육회가 추진하는 스위스 로잔 IOC 연락사무소 건립에 대해서도 "그간 왜 승인이 안 됐는지 살펴봤는데, 지금으로선 건립 필요성이 없어 보인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체육회는 이미 예산이 확보됐는데도 문체부가 건립 승인을 해주지 않는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내왔다.
유 장관은 "건립 예산으로 올해 8억원, 내년에도 4억원이 편성돼 있었다"며 "세계에서 로잔에 사무소를 둔 나라는 없으며 국제대회 유치가 목적이라면 필요할 때 설치하고 철수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유치가 확정되지 않은 대회는 2036년 하계올림픽으로 이전에 열릴 대회는 장소가 결정됐다"며 "긴축 재정 상황에서 매년 몇억원씩 들어갈 현지 운영비를 당장 필요한 선수 육성 등에 쓰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가을에는 항저우아시안게임 이후 메이저 국제대회 메달리스트에 대한 병역 혜택을 둘러싼 뒷말도 나왔다. 체육특기자의 병역 특례 요건을 사문화해야 한다는 견해와 한국 엘리트 체육의 근간인 국가대표 선수들의 사기와 기량 유지를 위해 병역 혜택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했다. 항저우 대회를 통해 체육요원 편입 요건을 갖춘 선수는 약 60명으로 올해 전체 보충역 배정 인원의 0.41% 수준이다.
유 장관은 "문체부 입장에선 선수의 경기력 보호 등 제도의 순기능을 얘기할 수밖에 없다"며 "국방부가 체육요원과 관련해 문체부와 논의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그는 최근 대한체육회가 국가대표 선수들과 정신력 강화를 위해 해병대 캠프에 입소한 데 대해 "과학적인 종목별 훈련으로 기량을 끌어올려야지, 이런 방식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유 장관은 "내년 하계올림픽에 대비하려면 대표 선수들이 역량을 발휘할 맞춤형 훈련 방법을 더 연구해야 한다"며 "정신력 강화는 선수촌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고, 엄동설한에 선수들 부상 우려도 있다. 간섭한다는 말이 나올 것 같아 지켜봤지만, 시대에 맞지 않는 방법"이라고 했다.
대한체육회는 이날부터 2박3일 일정으로 국가대표 선수들과 내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하계올림픽을 앞두고 정신력을 강화하고 도전 정신을 배운다는 취지로 포항 해병대에 입소해 '원 팀 코리아' 캠프를 진행했다. 그러자 누리꾼들 사이에선 '구시대적 발상', '인공지능 시대에 코미디'란 비판이 나왔다.
유 장관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준비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제2의 잼버리 사태를 막는다는 각오로 총력을 쏟고 있다. 강릉과 평창 등 네 곳에서 경기가 열리는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 청소년 선수 1천900여 명이 참여한다.
유 장관은 "네 지역에서 시합하니 가장 중요한 건 이동 시 안전"이라며 "또한 음식과 숙소 관리, 자원봉사 교육을 철저히 하고, 설상 종목은 야외에서 진행해 한파에도 대비해야 한다. 저와 장미란 차관, 실·국장들이 여러 번 현장을 다녀왔다"고 말했다.
또한 "청소년올림픽은 메달 경쟁보다는 친목과 우애, 도전, 교육 효과에 중점을 둬 개폐회식도 소박하되 감동을 주도록 꾸미려 한다"며 "전 경기가 무료여서 국내 인바운드 여행사와 관광공사에 중국과 동남아시아 여행 프로그램에 넣는 방안도 마련해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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