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클뉴스] 74년 만의 상장 폐지…일본 최초 기록 지녔던 '도시바'의 굴욕

김현예 기자 2023. 12. 2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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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전자산업을 대표하던 도시바가 오늘(20일) 상장 폐지됩니다. 도쿄증시에서 더이상 도시바가 거래되지 않는 것인데요. 74년 만의 일입니다.

일본 기술의 상징, 도시바에 무슨 일이


일본 기술의 상징이던 도시바가 20일을 끝으로 도쿄증시에서 상장 폐지된다. AFP=연합뉴스
도대체 도시바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도시바는 '일본의 에디슨'으로 불리는 다나카 히사시게가 1875년에 도쿄 긴자에 공장을 세우면서 시작된 회사입니다. 오랜 역사만큼, 기록도 화려합니다. 일본 첫 백열전구 생산, 세계 최초 노어(NOR·1984년) 반도체 개발도 도시바가 이뤄냈습니다.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에 들어있는 낸드플래시 역시 도시바가 만들어낸 것이기도 합니다. 세계 첫 휴대용 노트북도 도시바가 일군 것이고요. 뿐만 아닙니다. 일본 최초의 컬러 TV, 세탁기, 냉장고 같은 '최초' 타이틀도 모두 도시바가 갖고 있습니다.

도시바가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건 2015년경입니다. 대규모 분식회계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도시바가 과감히 진행했던 원전 투자도 발목을 잡았습니다. 자본잠식에 상장폐지 위기까지 닥치자 2017년 도시바는 6000억엔(약 5조4000억원) 규모의 증자를 하며 외부로부터 자금 수혈을 받습니다. 이때 해외 행동주의 펀드들이 참여하게 되는데, 이를 계기로 도시바는 더욱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내리막길을 걷던 도시바, 구원투수로 나선 건 일본산업파트너스(JIP)입니다. 일본 기업 20여 곳이 참여해서 도시바를 살리기로 한 겁니다.

5년 뒤 재상장 노린다는데


20일 일본 도쿄에 있는 도시바 본사 로고. AFP=연합뉴스
도시바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아사히신문은 도시바가 오는 22일 경영진을 교체한다고 보도했습니다. 경영진을 바꾸고, 구조조정 등을 통해 5년 뒤에 재상장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전망은 밝진 않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5년 뒤 신규 주식공개(IPO)를 목표로 하지만 투자자들은 실현을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도시바 인수와 관련된 자금이 2조4000억엔(약 21조원). 이 중 일본산업파트너스의 부담은 약 1000억엔. 나머지 대부분의 자금은 일본 기업 20여 곳이 분담하고, 금융기관에서 1조4000억엔을 빌려오는 것으로 되어 있다는 겁니다. 반도체, 생활가전 같은 주력사업을 이미 매각해 버렸기에 이 빌린 돈을 갚아나가면서 재상장까지 하는 건 어렵다는 얘깁니다. 화살은 이미 시위를 떠났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회생인데요. 도시바가 앞으로 어떤 재기의 역사를 쓸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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