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법은 이중규제...디지털경제 초토화 시킬 것”
“국내 기업만 죽여 소비자 피해”
학계 “규제 도입전 실익 따져야”
암참도 “중국 기업만 유리” 반대
“이러다 국내 플랫폼 기업 다 망한다”, “국내 기업 보호가 아니라, 오히려 국내 기업을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난 것 같다고 느낄 정도” (IT업계 관계자들)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정을 추진 중인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가칭)의 후폭풍이 거세다. IT업계는 물론, 학계까지 한 목소리로 “국내 기업 죽이기”라는 격한 표현까지 내놓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을 주저 앉히는 ‘악수’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현행 공정거래법이 작동 중임에도 새로운 독과점 사전 규제가 도입돼 ‘이중 규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도 이례적으로 “토종 플랫폼 기업들의 성장을 원천 봉쇄하고, 향후 기업들의 투자 동력을 상실케 할 수 있다”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가 제정 추진 중인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으로 당장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이 법은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를 지정해 지위 남용을 벌이지 않도록 각종 의무를 부과하는 ‘사전 규제’ 성격이 강하다.
EU의 디지털시장법과 유사한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U는 디지털시장법(DMA)을 통해 애플·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알파베트(구글)·메타(페이스북)·바이트댄스(틱톡) 등 미국·중국의 빅테크 6곳을 규제 대상인 ‘게이트 키퍼’로 지정했다. 게이트키퍼로 지정된 기업은 자사 상품이나 서비스를 우대할 수 없고, 이를 어길 시 매출의 최대 10%가 과징금으로 부과된다.
문제는 EU와 국내의 시장 상황이 정반대라는 점이다. EU는 눈에 띄는 자국 플랫폼 기업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다. 사실상 해외 빅테크를 견제하고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법이 제정됐다.
반면, 국내는 경쟁력을 갖춘 토종 플랫폼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IT 업계 및 학계에서는 줄곧 한국이 DMA법과 유사한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는 게 국내 사정과 맞지 않다고 지적해왔다. 해당 법 제정이 도리어 국내 기업에게만 독이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실제 해외 플랫폼이 잇달아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상황에서 국내 플랫폼 기업들의 경쟁력을 저해해 ‘안방’을 내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심각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공정거래법으로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율과 제재가 이뤄지고 있는데 추가적인 법안을 만드는 것은 ‘이중 규제’라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한국디지털광고협회, 한국온라인쇼핑협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 디지털경제연합은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 제정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디지털경제연합은 “대한민국 미래 경제에 대한 역행”이라고 비판하며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에서 단기간 2위로 올라선 데서 보듯 디지털 환경은 진입장벽이 없는 완전경쟁 시장”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러한 사전 규제 입법이 “국내 플랫폼 기업만 죽여 결국 소비자와 소상공인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해외 플랫폼의 법인세 회피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데 통상 마찰 등에 대한 우려 때문에라도 해외 플랫폼은 규제 대상이 될 수가 없을 것”이라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학계에서도 비판이 잇달았다. 서종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디지털 시대 플랫폼과 소비자’ 관련 특별 세미나에서 “규제를 도입하기 전에 누구를 위한 규제인지, 소비자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지, 자국 플랫폼이 시장에서 갖는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플랫폼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암참도 이례적으로 공정위의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이번 입법을 통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수 있음에도 외려 규제를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암참은 “디지털 시장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중복 규제로 한국과 미국 플랫폼 사업자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고, 중국 등 외국 사업자들만 유리해질 수 있다”고 반대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근거 없는 섣부른 사전규제는 불필요한 물가 상승을 초래하고, 영세 사업자의 판로를 잃게 해 소비자 후생의 후퇴를 유발할 것”이라며 “새로운 사전규제 논의보다는 기존 법을 활용해 최소 규제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공정위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에 대한 세부 기준을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지배적플랫폼 지정 기준 등 구체적인 법안 내용은 관계 부처 및 국회와 논의를 거쳐 최종 확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박혜림 기자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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