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적절하게 돌아온 로맨스 장인 지창욱

아이즈 ize 조이음(칼럼니스트) 2023. 12. 20. 11:3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이즈 ize 조이음(칼럼니스트)

사진=JTBC

겨울이다. 영하의 기온에 찬 바람까지 불면 마음에도 시린 기운이 몰려온다. 그래서인지 이즈음이 되면 '겨울 로맨스 드라마(혹은 영화)' 추천 글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들어오곤 한다. 달콤한 사랑 이야기를 통해 마음의 온도를 훈훈하게 높이라는 누군가의 다정한 배려다. 방송가도 로맨스 드라마를 편성해 안방을 따뜻하게 달군다. 드라마 '힐러' 'THE K2' '수상한 파트너' '도시남녀의 사랑법' 등을 통해 '로맨스 장인'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배우 지창욱이 12월의 차가운 공기와 함께 시기적절하게 돌아왔다. 이번 겨울, 로맨스 장인을 만날 작품은 지난 2일 첫 방송을 시작한 JTBC 토일드라마 '웰컴투 삼달리'다.

'웰컴투 삼달리'(극본 권혜주, 연출 차영훈)는 한라산 자락 어느 개천에서 난 용, 조삼달(신혜선)이 모든 걸 잃고 추락한 뒤, 개천을 소중히 지켜온 조용필(지창욱)과 고향의 품으로 다시 돌아와 숨을 고르며 사랑도 찾는 청정 짝꿍 로맨스다. 지창욱이 연기하는 조용필은 제주 기상청 꼴통 예보관으로 꼴통같은 행동과 달리 슈퍼컴퓨터에 버금가는 분석력과 예측력, 판단력을 가진 실력자이다.

사진=JTBC

'꼴통 예보관'이란 별명을 가진 조용필은 등장부터 별명 값을 톡톡히 한다. 본청과 진행하는 단기 예보 토의에 참석하기 위해 야간 근무임에도 이른 시간에 출근해 모두를 당황케 한 그는 회의실 문이 잠겼다는 사실을 확인하곤 문을 부수겠다는 귀여운(?) 협박까지 할 정도로 기상예보에 진심을 보인다. 툭하면 본청 의견에 반기를 들고, 본청 기상청장에게 다이렉트 항의 전화까지 하는 등 사사건건 토를 달고 훈수를 두는 까닭에 회의에선 절대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인물로 꼽히지만, 그만큼 실력은 뛰어나기에 본청에서도 매번 그를 탐낸다. 하지만 조용필은 "서울 싫어"를 외치며 제 고향 제주에 머무르길 원한다. 서울과 전반적으로 안 맞는다고 핑계를 대지만, 조용필을 잘 아는 친구들은 그가 서울로 가지 못하는 이유를 단번에 알아챈다. 서울엔 조용필이 마주치면 안 되는 사람, 조삼달이 있기에 서울과 조용필이 맞지 않는 거라고.

조용필에게 있어 조삼달은 삼신 할망이 점지해 준 운명의 짝꿍이다. 태어난 순간부터 30년을 한 세트처럼 붙어 다니다 눈이 맞았고 "역사에 남을 도른자 커플"이 됐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눈물의 이별을 맞이했다. 그로부터 8년이 흐른 지금까지 서로에게 서로가 없는 삶을 살았다. 하지만 조용필은 애써 아닌 척할 뿐, 마음 한구석을 여전히 조삼달에게 내어주고 있다. 그런 조용필의 앞에, 조삼달이 모습을 드러낸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던 포토그래퍼에서 일련의 사건 이후 모두가 등을 돌린 초라한 모습으로. 개천을 떠나 훨훨 날던 용은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껏, 모두가 그를 외면한 현실에도 묵묵히 곁을 지켜준 유일한 '내 사람' 조용필이 있는 개천으로 돌아온다. 그저 멀리서만 조삼달을 지켜보던 조용필의 순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사진=JTBC

'로맨스 장인'의 선택으로 기대한 작품임은 사실이나, 다양한 작품을 통해 늘 변화를 시도해 온 지창욱답게 '웰컴투 삼달리'에서 지창욱이 연기하는 조용필 또한 지금껏 그의 필모그래피 속 어떤 캐릭터와도 겹치지 않는다. 첫 등장만 봐도 알 수 있듯 지창욱은 코믹과 로맨스를 넘나드는 유려한 연기로 현실 설렘과 웃음을 시청자들에 아낌없이 선사한다. 큰 웃음을 유발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그는 일할 때는 고집 불통 예보관으로, 또 모이면 환장이지만 환상의 추억을 지닌 끈끈한 우정의 독수리 오형제(왕경태 차은우 부상도)들과의 티키타카 케미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녹인다. 

무엇보다 작품 속 가장 큰 설렘 포인트는 조삼달과 함께할 때면 어떤 것도 더는 따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던지는 "괜찮아?"라는 조용필의 다정한 물음이다. 이는 조삼달이 다치고 힘든 순간 언제나 위로를 전하는 유일한 상대였다는 조용필 캐릭터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지창욱은 마치 자신의 전공이라도 되는 듯한 예의 따뜻하고 다정한 '로맨스 눈빛'에 조용필의 깊은 마음을 담아 매 순간 한마디를 건넨다. 이는 조삼달은 물론, 화면 넘어 시청자의 마음까지 다독인다.

자타 공인 로코 장인 지창욱이 새롭게 만난 '순도 100% 순정남'의 섬세한 감정이 추운 날씨를 감싸 안아주는 듯 따뜻한 감성으로 안방에 설렘의 불씨를 지핀다. 지난가을, 지창욱의 얼굴로 마주한 핏빛 누아르 '최악의 악'은 좀처럼 잊힐 것 같지 않았지만, 말간 조용필의 미소가 지워버렸다.
 

Copyright © ize & iz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