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스플래시 히트·우승 반지' 빅 리거 이정후의 큰 포부

인천공항=CBS노컷뉴스 이우섭 기자 2023. 12. 2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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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입단한 이정후가 지난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에게 입단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시아 야수 역대 최고액으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 리그(MLB)에 입성한 이정후(25·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목표는 거창했다.

이정후는 지난 19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2023시즌이 끝난 뒤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을 거쳐 MLB 진출을 노리던 KBO 리그 슈퍼스타가 이젠 어엿한 빅 리거가 되어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정후는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해온 샌프란시스코와 그야말로 '초특급 계약'을 맺었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지난 15일(한국 시각) "자이언츠는 외야수 이정후와 MLB 6년 계약에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정후와 6년 1억1300만 달러(약 1474억 원)에 합의했다"며 "2027년 시즌 후 옵트 아웃 신청 가능 조항을 포함했다"는 소식도 덧붙였다.

이날 이정후는 "이제 1차 목표를 이룬 것 같다"며 "2차 목표는 가서 잘하는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인터뷰 초반엔 목표에 대한 질문에 "이제 슬슬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아직은 제가 이 계약을 했다는 것도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는 것. 이정후는 "그냥 미국에 운동하러 갔다 온 기분"이라며 "실감이 나기 시작하면 그때부턴 목표를 잡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정후는 시간이 지날수록 '빅 리거'다운 목표와 본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우선 '스플래시 히트'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샌프란시스코 홈 구장 오라클 파크에서 우측 펜스 뒤 매코비만(灣) 바닷물로 홈런 볼이 떨어지는 것을 '스플래시 히트'라고 일컫는다.

다만 샌프란시스코 소속 선수가 기록하면 스플래시 히트라 부르고, 상대 팀 선수 때린 홈런일 시에는 그저 '매코비만에 떨어진 홈런'이라고 칭한다. 오라클 파크가 개장한 지난 2000년 4월 이후 샌프란시스코 소속 선수가 기록한 스플래시 히트는 총 102개다.

오라클 파크에 방문한 야구팬들은 매코비만에서 보트를 타고 노를 저으며 홈런 볼을 건지러 다니기도 한다. 이는 오직 샌프란시스코의 홈 구장 오라클 파크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한국 타자 중엔 샌프란시스코 소속으로 스플래시 히트를 친 선수는 없다. 황재균(36·kt 위즈)이 201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뛸 당시, 개막전부터 홈런을 때리긴 했지만 아쉽게도 스플래시 히트는 아니었다.

원정 팀 소속으로는 추신수(41·SSG 랜더스)가 지난 2020년 8월 3일 텍사스 레인저스 유니폼을 입고 매코비만에 홈런 볼을 빠뜨린 적 있다. 앞서서는 최희섭(44)이 2004년 5월 1일 플로리다 말린스(현 마이애미 말린스) 소속으로 우측 펜스를 넘겼다.

왼손 타자인 이정후에겐 스플래시 히트의 가능성이 더욱 높다. 역시 이를 알고 있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스플래시 히트가 유명하다고 한다. 저도 왼손 타자니까 (스플래시 히트를)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연합뉴스


내친 김에 'MLB 우승'이라는 거대한 목표까지 설정했다. 이정후는 지난 2017년부터 KBO 리그에서 키움 히어로즈 소속으로 총 7시즌을 뛰었지만 우승 반지를 끼워본 경험은 없다. 2022시즌에 팀이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 시리즈에 진출하긴 했으나 SSG 랜더스에 가로막혀 우승 트로피를 들진 못했다.

이정후는 "제가 우승을 아직 한 번도 못 해봐서 우승을 가장 하고 싶다"며 우승 타이틀에 대한 마음가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제가 신인일 때를 생각해 보면 신인왕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그저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샌프란시스코는 MLB 내셔널 리그(NL) 서부 지구에 소속돼 있다. 1883년 창단 후 올해로 140주년을 맞이하는 동안 월드 시리즈 우승 8회, 내셔널 리그 우승 23회를 기록한 전통의 강호다.

하지만 내년 시즌이면 샌프란시스코가 월드 시리즈 챔피언이 된 지 벌써 10년이 되는 해다. 2014 시즌 당시 NL 우승팀이던 샌프란시스코는 아메리칸 리그(AL) 우승팀 캔자스시티 로열스를 상대로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승 반지를 끼운 바 있다.

미국 진출이라는 염원을 이룬 이정후는 꿈의 무대에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한국 최고 타자이자 초특급 계약을 맺은 이정후에게 기대감 가득한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인천공항=CBS노컷뉴스 이우섭 기자 woosubwaysandwiche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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