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K-방산 대장주, 결국 수출이 생명줄
2023년 한 해 동안 국내 방산기업들의 해외계약 수주 릴레이 뉴스는 국민 모두를 즐겁게 만들었고, 달라진 대한민국의 위상을 실감하게 했다. 해외 언론들도 대한민국 방위산업이 메이저리그에 올라섰다고 찬사를 보냈으며, 폴란드와 계약한 무기체계를 단기간 내 완벽하게 납품하는 모습은 감탄을 불러왔다.
2020년 이전에는 국내 방산기업들의 수출수주액이 대략 30억 달러에 머물렀는데, 지난해에는 약 170억 달러라는 신기록을 달성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으로 인해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무기체계 수입을 확대했고, 아랍에미리트(UAE)를 비롯한 중동국가들이 천궁 등 우리 무기체계의 기술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방위산업이 순항하고 있지만 과거의 사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2010년대에는 ‘방산비리’라는 사자성어가 연일 언론을 장식했고, 개발한 무기체계들은 명품에서 불량품으로 추락하며 비난을 받았다. 주식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고, 이미 주식을 매수했던 투자자들은 탈출이 불가능한 늪에 빠진 것처럼 자책하곤 했다.
상전벽해(桑田碧海), 방산기업 주식들이 최대의 찬사와 함께 추앙을 받는 시대가 도래했다. 현재 국내 방산기업 가운데 최고가이자 가장 주목받는 종목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LIG넥스원이다.
올해가 시작될 때 5만 원대에 머물렀던 두 기업의 주가는 연말 12만원을 상회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와 호주 수출계약에서 주가 상승 동력을 얻었다면, LIG넥스원은 UAE 천궁 수출과 최근 미국의 로봇기업인 고스트로보틱스 인수가 대폭상승의 요인이 됐다.
주식 폐장일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누가 국내 방산기업의 대장주가 될까.
이변이 없는 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또는 LIG넥스원이 될 것이다. 이달 초까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무난하게 최고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됐는데, LIG넥스원이 고스트로보틱스의 인수발표 당일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추월했다.
세계최대 방산기업인 록히드마틴의 주가는 어느 정도일까. 19일 기준 447달러 부근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한화로 약 58만원에 해당하는데 우리 방산기업과 약 50만원에 가까운 격차를 보이고 있다.
올해 남은 약 2주 동안 추가로 해외계약 수주소식이 들려올지는 알 수 없다. 폴란드 2차 사업의 향방, 루마니아를 비롯한 유럽과 중동지역에서의 또 다른 수출계약 성사를 기대해볼만 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LIG넥스원의 현재 주가는 주주들에게 행복감을 주고 있지만, 과거에는 엄청난 고통과 번민의 대상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LIG넥스원 직원들이 공모가 약 7만원에 자사주를 받고 장기간 망연자실하던 게 불과 3년 전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3년 전쯤 K9 자주포 육군 납품 종료 이후 생산라인을 철수하며 위기감을 실감했던 그 무렵 3만 원대까지 하락했었다.
그러나 오랜 세월 인내심을 갖고 두 기업의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과 우리사주 직원들은 올해 행복한 연말을 보낼 것 같다.
주식가격 상승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주가는 자산가치와 매출액 방향성, 기술개발, 성장성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올 한해 열심히 달려온 방산기업들에게 2024년 새해는 어떤 풍경을 준비하고 있을까. 지금의 주식가격이 그대로 유지될는지, 더 올라갈지 아니면 지금이 꼭지일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결국 지난해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더 높일 수 있는지, 대규모 수출계약을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2024년 국내 상황은 결국 정부의 국방예산 중 방위력개선비 약 17조 원이 기업이익의 상한선이다. 그 이상 도약하려면 결국 수출이 정답이다.
아무래도 올해는 지난해보다 수출계약 수주액이 줄어들 전망이다. 든든하게 믿었던 폴란드 2차 사업 계약이 금융지원 등 여러 가지 요건들이 맞지 않아 지연되고 있다.
국내은행들이 급히 3조 원의 자금을 지원해 K9 자주포 152문의 추가수출 계약은 성사됐지만 나머지 수량에 대한 계약은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다.
국내 방산기업들이 지속적인 성장과 글로벌 대장주인 록히드마틴의 주가를 따라잡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국제 안보환경과 전장의 변화를 직시하면서 군대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전략적·전술적 안목과 마인드를 가져야한다.
둘째, 첨단 기술력을 기반으로 저비용·고효율의 무기체계를 개발해야 한다.
셋째, 무기체계에 대한 글로벌 신뢰도 상승을 위해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브랜드 가치를 강화해야 한다.
넷째, 국내 우수한 연구인력들이 방산업계로 진입할 수 있도록 기업들이 다양한 투자와 제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
다섯째, 정부와 방산기업이 ‘원팀’이 돼 각 국가별, 지역별 맞춤형 수출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물론 주의하고 자제할 것도 있다. 우리가 흔히 ‘국뽕’이라고 부르는 자아도취 자기만족의 감정이다. 아직도 글로벌 시장은 우리가 만족하고 안주할 수 없는 도전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2024년 새해 우리 방산기업들 가운데 어떤 기업이 방산 대장주로 등장할지, 글로벌 방산 대장주와의 차이를 얼마나 줄여나갈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 커뮤니케이션 센터장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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