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군 독가스·인해 전술 공격에 악전 고투하는 우크라군

강영진 기자 2023. 12. 2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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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군 인화성·부식성 독가스 살포한 뒤 폭격
잘 훈련된 징집병 마약 먹은 듯 막무가내 공격
차량 없어 부상자 후송 못하는 우크라군 사기 저하
[아우디우카=AP/뉴시스]우크라이나 남부 아우디우카 근처의 스테포베 지역이 온통 포격 구덩이로 덮여 있는 모습. 지난 6일 우크라이나 제110 기계화여단의 드론팀이 촬영한 영상으로 약 150구의 전사자 시신이 널려 있는 것이 확인됐다. 2023.12.20.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여름 대반격전을 시작했다가 진격에 실패한 남부 전선에서 러시아군이 겨울을 맞아 드론과 마약을 투약한 징집병, 독가스로 공격하면서 우크라이나군 피해가 늘고 있다고 미 CNN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제15 국방경비대 소속 지휘관인 이호르는 “흔한 말로 훌륭한 작전 계획이라도 현장에선 먹히지 않는다”고 농담했다.

남부 오르히우 지역의 지휘소에 있는 그와 인터뷰하는 동안 겁에 질린 목소리로 “중상자 발생”이라는 무전이 들려왔다. 러시아 드론이 최전선 참호 난방 연료통을 타격해 우크라이나군 병사가 부상했다는 것이다.

이호르가 무전기를 들고 “부상자 소개, 부상자 소개, 소형차로 소개하라…소개했나?”라고 외쳤다.

무전기 소리가 다시 들렸다. 차량이 없어 소개하지 못한다는 답이다. 이호르가 잔뜩 찡그렸다. 새 보고가 올 때까지 긴장한 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몇 분 뒤 무전기가 울렸다. 부상자가 “이미 200”이라는 내용이었다. 전사했다는 암호였다.

이호르가 부대원들에게 “상황 종료”라고 했다. “급할 것 없다. 구할 수 없다.” 전사자는 48살인 세르게이. 밤이 돼 안전해지면 시신을 소개할 예정이다.

세르게이는 이날 전사한 4명 중 한 명이었다. 이 지역에서만 일주일 동안 50명이 전사했다.

밀려오는 러시아군 징집병들

이호르가 “전사자가 발생하면 사기가 떨어진다. 정말 어렵다”고 했다.

겨울 전쟁은 암울하기 그지없다. 몇 달 전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로보티네 북쪽 전장엔 우크라이나 드론보다 러시아 드론이 압도적으로 많다. 최근 하루 40번 씩 러시아 드론이 우크라이나군 참호를 공격하고 있다.

징집병으로 구성된 러시아군이 끊임없이 공격해온다. 모두 충분히 훈련을 받고 무장도 잘 돼 있는 상태다. 약에 취한 듯이 막무가내로 공격해오는 경우도 잦다. 우크라이나군 병사가 보여준 드론 영상에는 다리가 잘려나간 러시아군 병사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듯 징그럽게 웃는 모습이 나온다.

포위된 참호에서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이 독가스 공격을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몇 주 새 이 지역에서 아홉 차례 독가스 공격이 있었다고 했다. 드론에서 살포한 부식성 및 인화성 가스에 우크라이나군 병사 한 명이 숨졌다는 것이다. 독가스 공격으로 혼란을 일으킨 뒤 포격을 하거나 드론으로 공격해 온다고 했다.

한 우크라이나군 정보 장교가 CS 가스의 일종이라고 했다. CS 가스는 최루탄을 가리킨다. 유엔재래식무기협약은 전장에서 최루가스 사용을 금지한다.

최근 몇 달 새 러시아군이 모든 전선에서 가스를 사용하고 있다는 보고가 간헐적으로 이어진다. 오르히우 지역에서는 다른 지역보다 크게 자주 사용되고 있다.

가스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병사 2명이 중독됐음을 보여주는 의료 기록을 제시했다. 한 병사가 “연기가 보여 참호에서 도망치는 갑자기 가스에 불이 붙었다. 화상을 입고 눈이 멀며 숨도 못 쉰다. 기도가 바로 막혀버린다. 1초도 걸리지 않아 그렇게 된다”고 증언했다.

다른 병사가 “두 번 만 들이키면 숨을 쉬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두 병사는 얼굴 화상과 구강, 기도에 화상과 부종이 있었다고 했다. 인터뷰할 때까지도 화상 흔적으로 얼굴이 군데군데 빨갰다.

지휘관 이호르가 “상황이 크게 변했다. 러시아군이 자체 공격 드론을 생산하면서 우리보다 훨씬 많아졌다. 다만 아직 잘 다루지 못해 장난감 수준”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군 여러 명이 러시아군 병력이 압도적이어서 당혹스럽다고 증언했다. 이호르는 “대부분 고깃덩어리일지라도 가끔은 효과를 낸다”고 했다.

이호르 부대 소속 드론팀이 최전방 벙커에서 근처 교차로에 있는 러시아군을 공격했다. 식량이 실린 담가를 든 러시아군 병사 2명이 참호 밖으로 나오는 것을 드론팀이 확인하고 박격포 공격을 요청했다. 그러나 포탄이 참호에 미치지 못했고 드론은 러시아군 전파방해로 추락했다. 날씨가 추워지고 전파 방해가 심해 드론의 배터리가 쉽게 닳는다고 했다.

이호르 부대처럼 많은 우크라이나군 부대들이 차량도 없고 러시아군 드론 공격 때문에 부상병 소개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 이곳 최전선 병사들 모두 미국과 유럽의 지원이 위기에 처해있음을 잘 안다. 드론 영상에 잎이 떨어져 앙상한 숲 속에서 부상한 러시아군 병사가 웅덩이로 기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런 장소에 생명체가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참혹한 현장이었다.

이호르가 “지원이 없으면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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