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왕비의 혼외 스캔들, 쫓겨난 시아버지 前王의 음모?
레티시아 왕비는 평민에, 이혼 경력의 TV 앵커 출신...시아버지 반대
시아버지 지지 보수 진영, 2020년 비밀 망명 떠날 때, 며느리 입김 컸다고 주장
평민 출신으로 스페인 왕비가 된 레티시아 왕비(51)가 결혼 전에 사귀었던 남성과 결혼 후에도 은밀하게 사랑을 나눴다는 폭로가 이달 초에 나왔다.
레티시아 왕비는 결혼 전에 스페인 국영 TV의 유명 앵커였던 언론인 출신으로, 2004년 당시 왕자였던 펠리페 6세와 결혼했고, 2014년 펠리페 6세의 아버지 후안 카를로스 1세(86)가 부패와 성 추문 사건 등의 혐의 속에 퇴위하면서, 왕비가 됐다. 후안 카를로스는 2020년 8월 비밀리에 아부다비로 망명했다.
그런데 스페인의 기업인인 하이메 델 부르고(53)가 레티시아가 왕자와 결혼하기 전인 2000년 이전부터 연인 관계였고, 레티시아가 결혼한 뒤인 2010~2011년에도 자신과 “오랫동안 서로 사랑하는 관계였다”고 지난 5일 출간된 ‘레티시아와 나(Letizia Y Yo)’라는 책에서 주장한 것이다. 이 책은 스페인 왕실 전문 언론인인 하이메 페냐니엘이 썼다.
이 같은 폭로가 나온 것과 관련해, 스페인 언론에선 쫓겨난 시아버지 후안 카를로스 1세와 그를 지지하는 보수 진영의 음모라는 주장과, 왕실 폐지를 원하는 사회당 정부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와 좌파 세력이 배후에 있다는 설(說)이 돈다.
스페인 왕실 최초의 평민 출신에 이혼 경험이 있는 왕비 레티시아에 대해 시아버지 후안 카를로스 1세가 매우 못마땅해 했고, 이로 인해 둘 사이에 알력이 있었던 것은 널리 알려졌다.
◇왕비의 제부(弟夫)가 된 연인
레시티아 왕비와의 혼외 사랑을 폭로한 기업인 델 부르고와 왕비 사이 ‘족보’도 약간 꼬였다. 스페인의 유력 정치인 아들인 그는 2000년 이전에 평민인 레티시아 오르티스 로카솔라노와 사귀었다고, 이 책에서 밝혔다. 당시 레티시아는 국영 TV의 유명 앵커였다.
델 부르고는 2002년 마드리드의 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반지까지 준비하고 청혼하려고 하던 참에, 레티시아가 자신이 ‘의문의 외교관’과 데이트 중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레티시아는 “이 남성이 앵커를 그만두도록 했다”며, 델 부르고에게 자신의 결혼식에 증인이 돼 달라고 부탁했다.
펠리페 왕자와 레시티아는 원유 유출 사고 현장에서 처음 만났으며, 두 사람은 2003년 11월에 깜짝 약혼 발표를 했다. 레시티아는 2002년 영국 왕세손 윌리엄과 사귀기 시작한 케이트 미들턴 현 왕국 왕세자비와 마찬가지로 평민 출신이고, 시기까지 겹쳐 서방 언론에선 화제가 됐다. 레시티아는 고교 시절의 선생님과 결혼했다가 1년 만에 이혼했다.
기업인 델 부르고는 이후 레시티아와 사귈 때부터 알던 레시티아의 여동생 텔마와 2012년 결혼해 왕비의 제부가 됐지만, 2014년 이혼했다.
◇”당신이 준 숄(shawl)을 걸치고 있어요” 욕실 사진 보내
델 부르고는 자신과 레티시아 왕비의 ‘관계’를 입증하는 ‘증거’로 레티시아가 결혼 뒤 임신했을 때에 욕실에서 찍은 셀피(selfie)를 트위터에 게재했다. 레티시아 왕비는 첫째딸 레오노를 2005년, 둘째딸 소피아를 2007년에 낳았다. 따라서 이 사진은 이 시기에 찍은 것으로 보인다.
델 부르고는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에 왕비가 당시 보냈다는 문자를 옮겨 적었다. “내 사랑, 당신의 파시미나[파시미나 염소털]를 두르고 있어요. 곁에 당신이 있는 것 같아요. 이 숄이 나를 보호해줘요. 다시 볼 때까지 날짜를 셀 거에요. 나가봐야겠어요. 사랑해요.” 사진 속 레티시아 왕비는 부른 배를 손으로 감싸고 있다.
문제는 이 사진이든 메시지든, 레티시아 왕비가 보냈다는 증거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의문이 제기되고 살해 위협까지 받게 되자, 델 부르고는 자신의 X 계정을 삭제했다가 다시 복구했고 “레시티아가 보낸 문장은 쉼표 하나 고친 것이 없다”고 썼다. 델 부르고는 또 자신이 친구와 함께, 레티시아의 부모와 여동생들, 친척이 입을 결혼식 의상비를 모두 댔다는 주장도 했다.
또 결혼식 전날 레티시아가 자신을 고급 음식점으로 불러내서는 자신의 손을 잡고는 “왜 한 번도 내게 청혼하지 않았느냐. 내 곁을 떠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델 부르고는 2004년 5월 레티시아 왕비의 결혼식 이후에도 로맨스 관계를 유지했으며, 이를 증명할 사진과 동영상, 문자 메시지 등을 간직하고 있다고 ‘레티시아와 나’라는 책에서 주장했다. 한번은 레티시아 왕비가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한 대리모(代理母)를 통해서 두 사람의 아이를 갖자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델 부르고는 레티시아의 소개로 펠리페 왕과도 안면이 있고, 왕과 왕비 및 주변 친구들과 종종 함께 어울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11년 8월에 레티시아 왕비가 갑자기 전화해 “이렇게 계속 볼 수는 없다”며 관계를 끊었다고 한다.
그 뒤에 델 부르고는 레티시아의 여동생 텔마 오르티스와 결혼했다. 두 사람이 이탈리아에서 성대한 결혼식을 했을 때에, 참석한 레티시아 왕비는 델 부르고의 뺨에 인사하며 귀엣말로 “우린 또다시 함께 하게 됐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시아버지의 귀족 친구들, 평민 출신 왕세자비를 ‘하녀’라 불러
연애 시절부터, 시아버지인 후안 카를로스 국왕은 며느리가 될 레티시아가 언론인인 것을 꼬집어서 “우리 안에 있는 적”이라고 말했다.
후안 카를로스는 아들 펠리페 왕자와 레티시아의 결혼을 두고 “왕실에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로, 아들의 고집이 왕실을 무너뜨릴 것”이라며 노했다고 한다. 카를로스 왕의 귀족 출신 친구들은 약혼녀 레티시아를 ‘라 차차(하녀)’라고 불렀다.
사실 스페인 왕실은 수차례 복구와 폐지를 겪어, 레티시아가 태어났던 1972년의 스페인은 왕실이 존재하지 않는 공화국이었다. 레티시아의 아버지도 언론인이었고 집안은 공화주의자였다. 1978년 왕실이 복구돼, TV에 후안 카를로스 왕이 나올 때마다 집안에선 욕설이 튀었다고 한다.
◇아들과 며느리에게 쫓겨난 시아버지의 보복?
레티시아 왕비와의 혼외(婚外) 사랑을 주장한 델 부르고는 소셜미디어 X에 자신의 폭로 내용에 대해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는다. 다만 이게 사실이다. 하늘의 유일한 왕이 나를 판단할 것”이라고 썼다.
그러나 일부에선 왕비가 여성으로 갖는 사생활을 폭로, 침범했다고 델 부르고를 비난한다. 스페인의 한 좌파 여성학자는 “레티시아 왕비는 내 계급의 적일 수는 있지만, 동시에 가부장적인 사회 질서가 사적 영역을 침해한 범죄의 희생자”라며 “시대착오적인 왕실을 없애자고, 여성의 사생활 침해라는 시대착오적 방식을 쓴다면, 공화정은 결코 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후안 카를로스 전왕과 그 지지 세력이 이 스캔들의 배경으로 거론되는 이유는 2020년 8월 그가 비밀리에 스페인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 며느리 레티시아가 역할을 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후안 카를로스는 사실 스페인 민주화에 상당한 역할을 한 공이 있다. 그러나 스페인 금융위기 시절인 2012년에 아프리카 코끼리 사냥을 즐기고, 말년에 덴마크계 독일 여성과의 스캔들, 딸의 부패 사건 등이 터지면서 수사가 시작되자 쫓겨나다시피 고국을 떠났다.
시아버지는 최근 자신의 ‘영구 귀국’에 대한 분위기도 살필 겸 수차례 비공식 왕실 모임을 위해 마드리드를 방문했지만, 며느리는 차갑게 대했다.
스페인 보수진영은 펠리페 왕이 산체스 좌파 총리에게 두 번째 임기를 허용한 것에 대해서도 분노한다. 지난 7월 스페인 총선에서 어느 당도 다수당이 되지 못했고, 보수 정당들은 정부 구성에 실패했다.
그러자 펠리페 왕은 산체스 당시 총리에게 기회를 줬고, 산체스는 카탈루냐 분리주의자들의 지지를 얻어 정부를 구성했다. 따라서 전왕을 지지하는 보수 진영이 펠리페 왕과 레티시아 왕비를 음해하려고 이런 주장을 들쑤셔서 공개하게 했다는 것이다.
◇왕에게 보내는 좌파 총리의 ‘경고’?
페드로 산체스 총리(사회민주당)는 전왕을 2020년에 비밀 망명시킨 것은 전적으로 아들 펠리페 왕의 결정이었고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산체스 총리가 또 다른 배후로 거론되는 것은 산체스가 지난 달 카탈루냐 분리주의자 수백 명을 사면했기 때문이었다.
이 사면에는 여론의 70%가 반대했고, 이후 우파 야당을 중심으로 사면 반대 시위가 계속됐다. 펠리페 왕도 산체스 총리의 이런 정치 행보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폭로는 산체스가 왕에게 보낸 ‘경고’라는 것이다.
하지만 레티시아 왕비를 둘러싼 이런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펠리페 6세 국왕과 레티시아 왕비는 여러 공식 행사에 계속 함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스페인 왕실은 언론의 문의에 대해 일체 코멘트를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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