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비즈-칼럼]고령화 적응위해 서비스 다각화에 나서는 보험업계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떨어지면서 ‘국가소멸’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보다 앞서 고령화 문제에 직면했던 일본의 출산율은 1.26으로 오히려 한국보다 높다. 인구억제를 위해 한 자녀 정책을 실시했던 중국은 2016년 두 자녀를 허용하고, 최근엔 세 자녀까지 가능하도록 인구정책을 조정했지만 출산율은 1.09명에 머물고 있다. 출산율 하락은 노동인구 감소, 고령화로 귀결돼 경제의 활력을 떨어트린다. 고령인구 증가로 인구구조가 역 피라미드 형태로 변하면, 부담을 떠안은 젊은 세대들이 해외로 떠나고 고령화 현상이 가중되면서 인구문제가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빠르게 악화될 수도 있다.
한국은 생산연령 인구의 하락으로 경제성장이 지체되는 인구오너스(Demographic Onus) 시대에 돌입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인구위기 대응전략 보고서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2040년 GDP성장률이 0%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구감소를 저지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시행되고 또 논의되고 있다. 지자체들은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대전시는 초혼인 청년층에게 결혼장려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외국인 인력 유치와 이민정책의 개선도 논의된다. 이와 같이 국가 수준에서 인구감소를 막기 위한 직접적인 대책들이 필요하지만, 한편으로 기업 차원에서 저출산 고령화 현상에 적응하는 전략도 요구된다. 예를 들어 고령인구 증가와 만성질환자 수 증가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질병 예방, 건강관리 등 헬스케어 서비스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글로벌 보험사들은 헬스케어 산업 진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 보험그룹인 솜포홀딩스는 2018년 자회사인 솜포케어를 설립해 요양산업에 진출했다. 솜포케어는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 요양시설 거주자의 호흡 및 심박수 등 건강상태의 변화 를 측정해 데이터화하고, 개별 거주자의 특성에 따라 가장 적합한 식생활과 취미활동을 제안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중국 핑안보험 자회사인 핑안굿닥터(平安好醫生)는 온라인 진료 와 처방, 의약품 배송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을 운영한다. 이용자의 과거 진료기록과 건강정보를 활용해 적합한 의사를 추천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미국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은 디지털 케어 전문 자회사인 옵텀(Optum)을 통해 미국 최대 건강보험 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내 보험사들도 적극적으로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KB라이프생명은 KB골든라이프케어를 자회사로 편입해 실버타운인 평창카운티를 시작으로 요양시설을 확대하고 있다. 신한라이프는 실버타운 사업을 확대하고, 자회사인 신한큐브온에 요양사업을 이관해 헬스케어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HeALS’앱을 통해 검진결과를 전송하고 고객의 건강 활동을 모니터링 하는 등 다양한 건강증진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비자는 HeALS에 적립한 리워드를 삼성생명 포인트 시스템인 슬리머니(SLI-Money)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다. 교보생명은 ‘Kare’앱을 활용해 육체적 건강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마음건강을 위한 멘탈케어 서비스도 제공한다. 동양생명은 테니스를 통한 체험형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60세 이상 동호인이 참가하는 ‘서울시 시니어 테니스 대회’와 장애인 테니스 선수를 위한 ‘서울특별시 어울림 테니스대회’ 등을 개최한바 있다.
보험사는 계약심사(Underwriting)나 보상(Claim) 등 기존의 주요 업무영역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활용해 헬스케어 사업에 진출함으로써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하지만 의료법과 약사법, 금산분리 등의 제한으로 헬스케어 시장으로 사업확장이 녹록지 않다. 기업의 유관 분야 업무 확대를 ‘문어발식 확장’이 아니라 ‘범위의 경제(Economies of scope)’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칼럼 = 서울시립대학교 경영대학 표민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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