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겐 너무나 절실한 것"…'보조기기' 열린제작실 가보니
입술마우스부터 양말 신는 보조기기까지…가격도↓
제작실, 8개 지역으로 확산…2기 후속 사업도 예정
[서울=뉴시스]권지원 기자 = "얼핏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 분들한테는 절실한 보조기기들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은선덕 국립재활원 보조기기 연구개발 사업단 팀장은 지난 19일 서울 강북구 국립재활원 열린제작실에서 열린 프레스투어에서, 손의 손근육 사용이 어려워 포장지를 혼자 뜯지 못하는 장애인과 노인을 위해 개발한 '포장지 뜯기 보조기기'를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노인·장애인 보조기기 연구개발사업단은 노인과 장애인의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보조기기 연구개발과 제품 개발, 보급 확산을 위해 국립재활 보조기기 사업단에서 추진 중인 연구개발사업이다.
노인과 장애인 누구든지 홈페이지를 통해 일상생활에 필요한 보조기기 개발을 제안할 수 있다. 이후 열린제작실은 수요 제안자와 함께 보조기기를 개발하고, 사용환경에서 보조기기 사용성평가를 거친 후 설계도면과 파일 등을 지원한다.
은 팀장은 "1년에 보조기기 개발 수요로 100개 이상 들어온다"면서 "열린제작실에서 소화할 수 있는 것은 20개 정도"라고 설명했다.
2020년 하반기부터 개발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반기마다 약 7~10개의 보조기기를 개발해 총 54건의 실용적인 보조기기를 개발했다.
국립재활원 재활연구소동 1층에 위치한 열린제작실 입구에는 그동안 연구단에서 개발한 보조기기들이 진열돼 있다. 발로 깎는 손톱깎이부터 뇌병변 장애인을 위한 큼직한 버튼과 팔로 움직이면서 조이스틱으로 제작된 게임보조기기까지 일상에서 작은 변화를 가져다줄 보조기기의 변신은 다양했다.
가장 반응이 좋았던 보조기기는 전동휠체어 후방 카메라 모듈 개발이다. 전동휠체어 사용자가 후방을 확인하지 못해 후진 시 어려움이 있다는 요청을 반영해 제작됐다고 한다.
상지 사용이 어려운 장애인을 위한 입술 마우스(K-Lipsync)도 시중 제품 가격의 10%에 제작할 수 있다. 은 팀장은 "200~300만원 상당의 제품을 오픈 소스로 공개할수 있는 내용으로 만들어 20~30만원, 10분의 1의 가격으로 쓸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열린제작실은 매 반기마다 보조기기가 필요한 당사자와 개발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팀을 구성해 열린페이지를 통해 파악된 보조기기 개발 수요를 바탕으로 실용적인 보조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모든 개발 수요에 대응을 못하더라도 보조기기 제작 방법을 찾아 영상과 매뉴얼을 제공하기도 한다. 은 팀장은 "100개 중에 상용 제품이 있으면 정보를 알려드리기도 하고 외국 사이트에서 오픈소스로 올라와 있으면 3D 프린터로 만들 수 있는 건 설계도를 받아서 만들어드린다"고 설명했다.
열린제작실은 지역 장애인의 수요가 많은 8개 지역으로 뻗어나갈 예정이다.
안광옥 연구사는 "국립재활원에 있던 열린제작실을 8개 지역으로 확산해 지역 컨소시엄을 모아서, 지역 장애인의 수요도 많고 필요한 곳에 개발할 계획이다. 해당 지역 장애인에 (보조기기를) 공급하는 체계를 만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복지부와 국립재활원 보조기기연구개발산업단은 20일 오전 11시 아만티 호텔 서울 대연회장에서 '2023년 보조기기연구개발(R&D)성과 발표회'를 개최했다.
노인·장애인 보조기기 연구개발사업은 올해 종료되고, 후속 '장애인·노인 자립생활을 위한 보조기기 실용화 연구개발사업(2024~2028)'을 앞두고 있다.
이번 행사는 4년 동안 진행된 노인·장애인 보조기기 연구개발사업의 성과를 발표하고, 대표적인 개발 성과물을 전시해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은영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많은 보조기기가 국산화되고 수요자의 필요에 부합하는 보조기기가 개발될 수 있었으며, 내년부터 시작될 후속 사업을 통해서도 첨단기술을 접목한 보조기기 개발 및 여러 지역으로의 열린제작실 확산을 통해 보다 많은 노인·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국립재활원 강윤규 원장은 "보조기기 연구개발을 통해 경쟁력 있는 제품 개발 및 보급·확산으로 이어지는 공공-산업 연계 체계를 구축하고, 보조기기사업단에서 연구개발된 보조기기는 노인과 장애인의 자립적인 일상생활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중요하므로 지속적인 사업수행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eak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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