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김성수 연출∙음악감독 "성남페스티벌 통해 성장" [인터뷰 줌-in]
완성도 높은 공연… 가슴 울리는 메시지 전달로 관객 호평
“모든 작품, 스태프와 신뢰로 완성돼… 더 발전된 내년 기대”
“‘성남페스티벌’이라는 씨앗이 뿌려져 이제 싹을 틔웠습니다. 앞으로 이를 어떻게 키워 나갈지가 중요합니다.” 성남문화재단이 시 승격 50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제1회 ‘성남페스티벌’이 지난 10월 열렸다. 성남의 대표 축제를 만들기 위한 첫 시도에 준비 기간, 예산 등이 부족해 우여곡절도 많았으나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이번 페스티벌은 ‘오징어게임’에 나온 ‘Pink Soldiers’ 음악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김성수 음악감독이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성남페스티벌 메인제작공연의 연출과 음악감독을 맡은 김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징어게임’을 통해 대중적으로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됐는데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정재일 음악감독의 제안으로 ‘오징어게임’ 작업에 참여했고, 그중 작곡한 ‘Pink Soldiers’가 외국에서 반응이 좋다. 전 세계로 퍼져나가 유명한 DJ들이 리믹스하고 이 음악을 가지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하는 것이 세계적’이라는 것을 느꼈다.
오징어게임 작업 이후 실상 별로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전에는 작곡가 김성수를 소개하려면 지금까지 했던 뮤지컬 ‘광화문 연가’나 ‘꾿빠이, 이상’ 등의 작품들을 함께 거론해야 했으나 이제는 그런 소개가 필요 없어졌다.
-성황리에 성남페스티벌을 마무리했는데 공연의 연출 및 음악감독으로서 어떻게 평가하는지.
메인 제작공연 ‘대환영’은 내 인생의 변곡점이었다. 그동안 다양한 작업을 하면서 시행착오도 있었고, 내가 맞다고 생각해도 여러 상황으로 할 수 없었던 것들이 있다. 함께한 스태프들이 내 사람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에 대한 신뢰를 심어줘야 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였다. 첫 공연이 끝나고 한 배우가 “감독님이 뭘 하고 싶어 하는지 이해했다. 앞으로 하고 싶은 것 다 하세요”라고 했다.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순간이다. 서로를 신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불신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공연을 보고 무슨 내용인지는 잘 이해가 안 돼도 가슴을 울리는 메시지가 전달됐다는 후기들이 있어 좋았다. 또 지나가다 우연히 공연을 본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무슨 이야기인지는 이해가 잘 안 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고 말하는 것을 듣게 됐다. 이것이 이번 ‘대환영’의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고 생각한다.
-충분하지 않은 예산과 짧은 준비 기간에도 최선을 다했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공연을 2주 정도 앞두고 같이 작업한 김태용 예술감독과 ‘눈을 감았다 뜨면 마지막 공연 날이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힘든 여정이었다. 무용단이 예정보다 늦은 시간까지 고생하며 연습을 마친 어느 날, 너무나 고마우면서도 안쓰러워 회식을 하자고 성남문화재단에 제안했다. 재단은 남은 예산이 없어 회식할 형편이 안 된다며 미안해했다. 결국 이날은 김태용 감독이 회식비를 냈고 다음에는 내가 내면서 두 차례의 회식 자리를 가졌다. 스태프들과 서로를 이해하게 된 작은 계기였던 것 같다.
재단은 한정적인 예산 안에서 나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성의를 보여줬다. 다만 내가 그 이상의 일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고, 내 돈을 쓰면서라도 좋은 공연을 만들고 싶었다. 완성도가 높은 공연은 참여한 스태프들의 분위기가 그만큼 좋다는 것이다. 스태프들의 지지와 신뢰 속에 좋은 공연을 만들 수 있었다.
-전국,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찾아오는 페스티벌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사실 콘셉트가 굉장히 독특한 공연이라 걱정이 많이 됐다. 전에 성남페스티벌과 비슷한 시도를 하려고 했던 적이 있었는데 서로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 끝까지 가지 못했다. 이런 작업에서 재단 대표는 가장 보수적이고 방어적일 수밖에 없는데, 나보다 더 진취적이고 도전적이어서 놀랐다. 이는 이번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던 초석이자 근간이었다.
성남페스티벌의 팬으로서 내년에도 이 축제는 성공할 것이라 믿는다. 다른 지역에서 성남을 부러워할 수 있는 축제가 되도록 앞으로 더 발전시켜야 한다. 다음 축제에는 또 새로운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누가 맡게 되든 굉장한 사고를 칠 것이고, 그 사고는 계속 이어져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명관 기자 mklee@kyeonggi.com
안치호 기자 clgh1063@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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