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나서 이혼 소송 냈던 父…母 사망 후 “나는 법적 남편, 유산 내놔라”

장례식 자료사진. /뉴스1

바람이 나 아내와 딸을 두고 집을 나간 아버지가 이혼 소송을 냈으나 법원은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어머니가 암에 걸려 사망하자 아버지는 ‘법적 부부’라는 지위를 이용해 유산을 요구했다.

19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7년 전 아버지가 바람이 나 집을 나갔다는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씨는 “고등학생이던 제가 울고 매달려도 아버지는 야멸차게 가버리셨다”며 “어머니와 저는 서로 의지해가면서 힘들게 살아왔다”고 했다.

그러다 2년 전 아버지가 이혼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고 한다. 법원은 유책배우자인 아버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이혼 소송이 끝날 때쯤 어머니가 암에 걸린 것을 알게 됐다”며 “너무 늦게 발견해서 손쓸 틈도 없이 황망하게 어머니를 보내드려야 했다”고 했다.

쓸쓸하게 장례를 치른 A씨는 어머니의 재산도 홀로 정리했다. 두 사람이 살던 작은 아파트와 생명보험이 전부였다고 한다. 그마저도 어머니가 사망 1년 전 생명보험의 수익자를 아버지에서 딸로 변경해뒀기에 A씨는 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A씨는 “그런데 어머니의 장례식 때도 오지 않았던 아버지가 어떻게 알았는지 연락을 했다”며 “본인도 어머니의 상속인이기 때문에 아파트를 나눠야 하고, 생명보험금은 원래 본인이 받았어야 하는 거니 돌려달라고 한다”고 했다. A씨가 거절하자 아버지는 “소송을 제기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고 한다.

A씨는 “아내였던 사람을 애도하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 아버지에게 어머니의 재산을 단 한 푼도 드리기 싫다. 어머니도 원하지 않으실 것”이라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눈앞이 막막하다”고 했다.

◇이혼청구 했어도 배우자 사망하면 ‘상속인’

이혼 소송을 낼 정도로 이혼을 원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되었다면 두 사람은 여전히 ‘법적으로 부부’ 사이다. 최영비 변호사는 “A씨의 아버지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법적 배우자이고, 민법이 정한 상속인이 된다”고 말했다.

민법이 정한 상속 순위는 ①배우자와 자녀 공동상속 ②자녀가 없다면 배우자와 부모 공동상속 ③자녀도 부모도 없다면 배우자 상속 ④자녀, 부모, 배우자 모두 없다면 형제자매 순으로 되어 있다.

최 변호사는 “아파트와 같은 부동산의 경우 어머니 명의로 되어 있었다고 하니 당연히 상속 대상이 된다”며 “A씨와 아버지가 상속분에 따라 공유하는 형태로 상속재산을 물려받게 된다”고 했다.

생명보험금은 상속재산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유류분 반환청구 대상’은 될 수 있다고 최 변호사는 설명했다. 유류분 반환청구란 피상속인의 재산이 생전 타인에게 증여되어 마땅히 받아야 할 상속재산을 받지 못했을 경우 재산의 반환을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최 변호사는 “어머니가 A씨를 보험수익자로 지정했을 때 보험금액을 증여한 게 된다”며 “만약 아버지가 그 돈에 대해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법원의 판단에 따라 일부는 돌려줘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조오섭 변호사는 “A씨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분하고 억울할 것 같다”며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최 변호사는 “소송까지 원하지 않는다면 상속재산분할 협의서를 쓰면서, 유류분을 포기하는 취지의 내용도 포함하라”고 조언했다. 아파트 같은 상속재산은 법적으로 아버지와 나눌 수밖에 없으므로 협의하되, 유류분을 포기하는 내용을 넣음으로써 생명 보험금에 대해서는 A씨가 지킬 수 있도록 하라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