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수록 더 지원, 오세훈표 '안심소득'…복지사각시대 해소?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이른바 오세훈표 복지정책으로 일컫는 서울시 ‘안심소득’ 시범사업 1차 중간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시가 소득보장 정책으로 실험하고 있는 ‘안심소득’은 어려울수록 더 많이 지원받는 시스템을 추구한다.
대한민국 최초의 소득보장 정책실험이기도 하다. 그만큼 새로운 소득보장 정책의 실험이라 많은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시는 20일부터 21일 이틀 동안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2023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을 개최하고 ‘안심소득 시범사업’의 1차 중간 조사 결과를 최종 발표했다.
이날 안심소득을 지원받은 이들은 한결같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나이가 든 한 할머니는 갑자기 허리가 아파 일도 못 하고 있었는데 반지하집이 있다고 기초생활수급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안심소득을 지원받아 치료받고 다시 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 젊은 청년은 기술창업교육을 받고 있었는데 1년 넘게 수입이 없어 창업을 포기할까도 생각했다며 안심소득을 받으면서 공과금 내고 계획한 대로 창업을 준비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정민 서울대 교수는 20일 ‘안심소득 시범사업의 1차 중간 조사 결과’를 최종 발표했다. 이번 조사 대상은 지난해 7월 선정된 1단계 시범사업 참여 1523가구(지원가구 484가구, 비교집단 1039가구)이다. 설문 자료와 공적 자료를 기반으로 결과를 분석했다.
설문조사는 안심소득 급여를 6개월 지원받은 시점(2022년 7~2023년 1월)에서 실시했다. 공적자료는 10개월 지원받은(2022년 7~2023년 5월) 시점에서 수집된 자료다.
중간 조사 결과 안심소득은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대비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높은 탈수급 비율 △지원가구의 근로소득 증가 △비교가구 대비 지원가구의 식품·의료 서비스·교통비 등 필수 재화 소비 증가 △정신건강과 영양 개선 등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단계 시범사업 지원가구(중위소득 50% 이하 484가구) 중 현행 복지제도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 가구 비율은 54.1%(262가구)이다. 안심소득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비교했을 때 저소득층을 더 폭넓게 지원하는 것으로 확인되는 부분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비교했을 때 높은 탈수급 비율도 눈길을 끌었다. 1단계 시범사업 지원 가구 중 23가구(4.8%)는 올해 11월 기준으로 가구소득이 중위소득 85% 이상으로 증가해 더 이상 안심소득을 받지 않고 있다. 선정 당시 소득 기준인 중위소득 50%를 초과한 가구도 56가구(11.7%)를 넘어섰다.
이정민 교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정해진 소득 기준을 넘으면 수급 자격이 박탈되는데 안심소득은 소득 기준을 초과해도 자격은 유지된다”며 “실업 등으로 가구소득이 줄면 자동으로 안심소득을 지급하기 때문에 현행 복지제도 대비 근로 의욕을 저해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단계 시범사업 지원 가구 중 104가구(21.8%)는 2023년 11월 기준으로 근로소득 증가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소득 100만원(월) 이상 증가는 49가구, 근로소득 50만원(월) 이상 증가는 65가구로 나타났다.
한편 식료품, 의료 서비스, 교통비에 대한 지출이 각각 비교집단 대비 12.4%, 30.8%, 18.6% 증가했다. 정신 건강 부문에서도 자존감, 우울감, 스트레스 등 정신건강에 대한 처치 효과는 각각 비교집단 대비 14.6%, 16.4%, 18.1%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민 교수는 “신체와 정신건강이 능동적 노동시장 참여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점을 고려하면 이번 단기 변화에서 나타난 지원 가구의 전반적 삶의 질 향상이라는 긍정적 효과는 장기적으로 노동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안심소득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비해 노동 공급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도 파악됐다”고 말했다.
2019년에 역대 최연소이자 여성으로는 두 번째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에스테르 뒤플로 교수도 이날 포럼에 참석했다. 뒤플로 교수는 2003년 빈곤퇴치연구소를 공동 설립해 20년 동안 40여 개 빈곤국을 직접 찾아다니며 200개 이상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빈곤 문제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뒤플로 교수는 “많은 경제학자는 일부의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위험성 때문에 일정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 도입에 대해 우려한다”며 “서울시의 안심소득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소득보장 실험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제 우리는 이 같은 사회보장제도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안심소득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달리 정해진 소득 기준을 넘어도 자격이 유지되며 소득이 적을수록 많이 지원받는 하후상박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실업, 폐업 등 갑작스럽게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스스로 가난하다고 증빙하지 않고 자동으로 안심소득을 지급하기 때문에 현행 복지제도와는 달리 근로 의욕을 저하시키지 않도록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다만 이번 서울시의 안심소득에 대한 보다 안정된 결과 도출을 위해서는 시범사업을 서울시 전체 또는 전국으로 확대해 지속적 관찰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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