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하림의 뒷모습은 이상하다
하림이 HMM까지 품에 안는다면 물류종합비즈니스 구조를 완결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하림 역시 HMM 인수 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경쟁입찰 대상자를 따돌리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까지는 하림의 계산대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체크 포인트. 이번 인수전에서 다시 한번 하림의 금융 테크닉이 돋보였다.
당초 KDB산업은행(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HMM 인수 뒤 보유 지분 5년 보유 ▲연간 배당금 최대 5000억원(3년간)으로 제한 ▲매각 측의 사외이사 지명권 등을 인수 조건으로 내걸었다. 10조원 넘는 HMM의 현금성 자산을 빼먹거나 단기적으로 주가를 올리고 지분을 판 뒤 빠지는 '먹튀'(먹고 도망가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인수 측인 하림과 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은 본입찰 때 역(逆)제안을 걸었다. 매각 측에 "해진공이 보유한 1조68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3년간 주식으로 전환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인수 측의 지분율은 57.9%에서 38.9%로 떨어진다. 반대로 전환하지 않으면 인수 측의 지분율이 높게 유지되면서 3년간 최대 2850억원의 배당금을 챙길 수 있다.
매각 측은 "영구채 전환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고 하림이 계속 요구하면 거래는 종료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림이 2850억원의 배당금을 챙기기 위해 꼼수 제안을 한 것으로 풀이되는 지점이다.
하림은 최근 본입찰에서도 '주주 간 계약의 유효 기간을 5년으로 제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측이 하림 요구를 들어주면 주주 간 계약의 모든 조항은 5년 뒤 자동 해제된다. 매각 측이 이를 받아주면 주주 간 계약에 담길 ▲HMM의 현금배당 제한 ▲일정 기간 지분 매각 금지 ▲정부 측 사외이사 지명 권한 등 다른 조항도 5년 이후엔 모두 무력화된다.
일각에서는 HMM 인수 이후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친환경 선박과 벌크선 등에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하림그룹이기에 HMM이 보유한 현금이 HMM에 대한 투자는커녕 다른 사업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의심도 있다.
거듭된 인수합병으로 재계 순위를 끌어올린 하림은 10여년 동안 자본시장에서 꼼수와 편법 승계 의혹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2012년 제일홀딩스를 중간지주사로 만드는 과정에서 장남 준영씨에게 비상장 계열사인 한국썸벧판매(올품) 지분 100%를 증여했다. 당시 하림은 유상감자로 주식을 소각하고 그 대금으로 받은 100억원으로 증여세를 마련했다. 본인 회사 주식을 팔아 마련한 것으로 사실상 회사가 증여세를 대신 내준 셈이다.
유상감자는 회사가 주식을 소각해 자본을 인위적으로 줄여 주주에게 돈을 지급하는 것을 가리킨다. 통상 사업을 축소하거나 기업을 합병할 때 단행하며 국내 상장사들은 잘 쓰지 않는 방법이다.
재계에선 편법 승계 의혹이 불거졌고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조사를 통해 하림 계열사가 올품을 부당하게 지원하고 이익을 제공했다고 결론 내렸다. 공정위가 2021년 하림 계열사들이 올품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8억8800만원을 부과했으나 하림이 이에 불복해 2심 재판을 진행 중이다.
준영씨는 2018년 하림지주 경영지원실 과장으로 입사해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준영씨는 2021년 사모펀드 운영사 JKL파트너스로 자리를 옮겨 HMM 인수에 참여하고 있다. 하림은 HMM 본입찰 과정에서 매각 측의 지분 5년 보유 조건에 대해 "인수 파트너인 JKL파트너스를 예외로 해달라"는 제안을 했다.
자칫 이 흐름만 본다면 하림은 '꼼수 대마왕'처럼 치부될 억울함도 있을 것이다. 하림이 이러한 억울함을 딛고 축배를 들어올릴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김문수 기자 ejw020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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