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한동훈 vs 이준석 대선 될수도…비대위 `좋은 등판` 의문이지만"

"尹대통령, 韓 비대위원장 만들 결정 한 듯"
"韓도 결심한 듯…여당 비대위 행동반경 없어"
"MB 관여 안한 朴비대위같은 성공은 불가"
"여당 프리미엄 상실…韓 말보단 인식이 관건"
"김건희 특검? 관심 글쎄…李, 시대 변곡점 만들수도"

왼쪽부터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연합뉴스 사진 갈무리>

지난 12월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선택' 창당대회에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윤심(尹心)에 따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될 게 확실하다면서도, 본인에게 '좋은 등판'이 될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준석 전 당대표의 탈당도 기정사실화했다고 보고, 차기 대선이 '한동훈 대 이준석' 구도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 의중에도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의 결정을 하지 않았나"라며 "이미 비대위원장으로서 한동훈 장관이 간다는 건 거의 다 확실시됐다. 한 장관 개인적으로 보면 과연 현재 이렇게 정치에 등판하는 게 본인 장래를 위해 좋은 것이냐 별도의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비대위'가 구성되더라도 2012년 총선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만큼의 성공을 이루는 게 "불가능하다"고도 했다. 그는 "여당 비대위원장은 행동반경이 없다. 위에 대통령이 있기 때문에"라며 "야당 비대위원장은 본인이 전권을 갖고 행사할 수 있어 자기가 의도한 바를 갖고 해서 실패든 성공이든 할 수가 있는 것"이라고 대조했다. 박근혜 비대위 성공 비결도 거론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2012년 박근혜 비대위원장도 여당 비대위원장인데 어떻게 성공했느냐, 당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아무런 구애 없이 자기 마음대로 비대위를 이끌 수 있는 행동반경을 가졌기 때문"이라며 "당시 이 대통령은 임기도 별로 남지 않았고 스스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하는 일에 관여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전권을 줬기 때문에' 성공한 비대위라고 정리했다.

'지금은 어떤가'라는 질문엔 "불가능하다"며 "이미 강서 보궐선거가 끝나고 나서 김기현 전 대표가 무슨 생각으로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인요한씨를 혁신위원장으로 시켰지만 혁신위 스스로 아무런 결론을 못 내고 끝나고 말았다. 혁신위 자체도 행동반경이 없는 거다. 위에 당대표가 있고 그 위에 또 대통령이 있기 때문"이라며 "지금 비대위는 공천관리를 어떻게 제대로 하느냐 외에 별로 할 게 없다"고 답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요인과 표심 분석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라며 "이 선거에 나타난 표심이 무슨 (혁신위가 겨냥했던) 국민의힘에 있는 중진들에 대한 평가가 아니다"며 "지난 1년5개월 동안 윤 대통령 치적에 대한 평가"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과 혁신위에서 못한 일을 비대위가 이뤄야한다면서도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한다고 해서 뭐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고 짚었다.

특히 '여당 프리미엄'을 지녔다는 착각을 국민의힘이 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의 1년5개월 집권 동안 과거 21대 총선에서의 상황과 별 변화가 없었다"며 지난 총선 수준으로 참패할 수 있다고 봤다. 잠재적 대권지지율 20%를 넘나들었던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서울 종로구 지역구와 총선 참패로 후퇴한 예를 들면서 "한 장관을 인간적으로 아낀단 측면에서 얘기하자면 정치인으로서 등판이 너무 빠르지 않나"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별의 순간이 오지 않았는데 등판하는 것이냐'는 물음에 김 전 비대위원장은 "본인(한 장관)이 어제 발언하는 걸 보니 본인도 결심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도 "본인을 위해 좋은 등판이냐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미 결심이 선 단계이기 때문에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여당 프리미엄을 자신하는 주류·중진의 선거 민심 판단능력에 "회의를 갖고 있다"며 변화 필요성을 시사했다.

한 장관의 '누구를 맹종한 적 없다'는 발언에 김 전 비대위원장은 큰 의미가 없다며 "한 장관이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한 제반 여러 가지 여건에 대한 인식이 철저하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고 정책 측면을 강조했다. 또 "김건희 여사 특검에 관해 총선 영향이 클 거라고, 정치권에선 대단한 거라고 생각하지만 유권자들이 몇%나 그 문제에 관심을 갖고있겠나"라며 "강서 보궐선거도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를 갖고 저렇게 대승할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나"라고 비교했다.

그는 거듭 "국민들이 그 문제(김건희 특검법과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대단히 관심을 가질 것 같아도 실질적으론 아무 관심이 없는 것"이라며 "일반 국민이 자기 삶도 이끌어가는데 지금 피곤한 상황에 있는데 그 이외에 것에 큰 관심을 보이려고 그러진 않는다"고 짚었다. '한동훈 비대위'가 되면 이준석 전 당대표가 탈당하지 남을 것이냐는 물음엔 "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이 전 대표 잔류 가능성) 그건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라며 "(이 전 대표에게 국민의힘에) 미련을 갖지 말고 빨리 마음의 결심을 하라고 몇달 전부터 얘기했는데 이제 그 결심의 단계가 온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시대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하나의 변곡점을 마련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탈당하고 새로운 정당을 만듦으로 인해 한국 정치사회에 하나의 새로운 계기가 되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또 "국민은 지금 양당체제 하에 도대체 뭐가 이뤄지는 거냐는 굉장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며 "이 전 대표가 창당을 해서 국민이 갈망하는 분야를 뚫고 나갈 수 있다는 의지가 대단히 강하게 비춰지고 이게 국민이 받아들이면 큰 변곡점을 만들 수도 있다"면서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 사례를 들었다. '차기 대선은 한동훈 대 이준석 구도가 될 수도 있나'라는 질문에도 "그런 경쟁 구도가 될 수도 있다"며 아직 '별의 순간'이 온 단계는 아니지만 "(각자의) 추진력과 용기에 달려있다"고 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