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소프트볼…“널리 알리고 싶다”는 국가대표 이예린(키움 이명종 동생) [SS 인터뷰]

황혜정 2023. 12. 20.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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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소프트볼 국가대표 이예린이 ‘2023 야구·소프트볼인의 밤’ 행사에서 우수선수상을 받은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황혜정기자. et16@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소프트볼을 널리 알리고 싶어요!”

이 말을 하는 순간만큼은 누구의 동생이 아닌, 초등학생 시절부터 태극마크를 달아온 국가대표 소프트볼 선수였다. 키움 히어로즈 투수 이명종(21)의 여동생으로 유명한 소프트볼 국가대표 투수 이예린(19·단국대)이 소프트볼에 대한 진심을 이야기하며 두 눈을 반짝였다.

이예린은 지난 18일 ‘2023 야구·소프트볼인의 밤’ 시상식에 본가 청주서부터 3시간 넘게 운전하며 동생을 ‘모시고’ 온 오빠 이명종과 나란히 섰을 때 전혀 밀리지 않은 체격을 자랑했다. 이명종의 신체조건이 180㎝·84㎏인 것 고려했을 때, 이예린은 170대 후반의 운동하기 최고로 좋은 신체조건을 갖고 있었다.

소볼 국가대표 이예린이 오빠 이명종(키움히어로즈 투수)과 시상직에 함께 참석해 기념 촬영을 했다. 황혜정기자. et16@sportsseoul.com


스스로도 “(오빠가 아닌) 내가 운동 유전자를 다 가져갔다”며 너스레를 떤 이예린은 타고난 신체조건과 부단한 노력에 힘입어 각급 대표팀을 모두 경험했고, 대학에 입학한 해에 지난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2022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꿈에 그리던 첫 성인 대표팀에 승선했다.

대표팀 막내이자 첫 성인 국제무대였지만, 기죽지 않고 당당히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고 왔다. 이예린은 지난 9월29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순위결정전에서 홍콩전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동안 안타 5개를 허용하고 1실점했고, 타선이 터지며 11-1 런어헤드 게임(야구의 콜드게임) 승리를 거두며 값진 완투승을 기록했다.

이예린은 당시 상황을 돌아보며 “내겐 첫 국제대회라 사실 많이 긴장했는데, 마운드에 막상 올라가니 신났다. 신이 나면서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신 만큼, 열심히 즐겁게 던지고 와야지 하고 던졌더니 좋은 결과가 저절로 나왔다”며 환하게 웃었다.

소프트볼 국가대표 투수 이예린이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을 앞두고 찍은 프로필 사진. 출처 | 대한체육회.


이예린의 수상 경력들. 이명종이 18일 ‘2023 야구·소프트볼인의 밤’ 행사서 이날 동생의 수상이 대수롭지 않았다고 한 이유다. 출처 |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국제무대에서 되레 신이 났다며 ‘강심장’의 면모를 보였지만, 친오빠 이명종이 프로야구 마운드에서 꿋꿋하게 공을 던지는 모습을 항상 닮고 싶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예린은 “내가 운동 유전자를 다 갖고 갔다면, (이)명종 오빠는 노력파다. 팔이 아파도 참고 마운드에 올라가는 모습을 여러 차례 봤다. 위기 상황에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도 배우고 싶다. 나의 롤모델”이라며 오빠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야구를 하는 오빠 덕에 쫓아다니다가 석교초등학교 야구부 감독 눈에 체격이 좋은 이예린이 눈에 띄었다. 이예린은 “감독님께서 나도 오빠랑 같이 야구를 해보는 것이 어떠냐 하셔서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공을 잡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오빠 따라 취미로 야구를 시작했지만, 너무 재밌었고 생각보다 잘 맞았다. 진로를 결정하려고 보니 국내엔 아직 여자 선수가 뛸 수 있는 프로팀은 물론 실업팀도 전무했다. 이예린은 “여자 야구 선수로는 길이 없어, 고민하던 차에 마침 소프트볼 종목 제안을 받게 되어서 소프트볼 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라고 밝혔다.

오빠 이명종도 달지 못한 태극마크를 동생이 먼저 달게 됐다. 이예린은 “오빠가 항상 내게 이야기하는 게 있다. ‘가슴에 태극기를 달았으니 절대 자만하지 말고, 열심히 하고 와’라고 해준다. 야구도 많이 알려주고, 잘 챙겨주는 오빠가 정말 고맙다”라며 “우리 오빠가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 오빠가 운동해온 그 힘든 과정을 다 지켜봐 왔기에 내년 시즌엔 더 멋진 모습 보여줬으면 한다”고 했다.

남매의 다정한 ‘인생네컷’ 사진. 제공 | 키움 히어로즈.


청운의 꿈을 안고 소프트볼 선수가 됐고 태극마크까지 달았지만, 고민이 없지는 않다. 소프트볼은 여전히 위기다. 지난 4월 인천에서 치른 2023 여자 소프트볼 아시아컵에서 9개국 중 5위에 머물러 월드컵 출전이 무산됐다. 선수 인프라도 턱없이 부족하다. 국내 시·도자치단체 소속 실업팀이 9개이고 대학(4팀) 고교(9팀) 중학교(5팀) 팀을 합쳐도 20팀이 안된다. 비인기 종목이라는 설움도 이예린의 고민을 깊게 한다.

그는 “소프트볼을 사람들이 많이 알아주셨으면 한다. 이렇게 재밌는데 몰라주셔서 너무 아쉽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대회에서 우승하면 사람들이 많이 알아봐 주실 수 있을 것 같다. 그때까지 열심히 노력해서 전세계 사람들이 소프트볼을 알아봐 주실 수 있도록 열심히 던지겠다”라고 다짐했다. 소프트볼 전도사로 우뚝 선 이예린이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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