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초기 年평균 3400억 썼는데 내년엔 1400억대 '삭풍'…'새만금의 봄'은 언제나?
'새만금의 봄'은 과연 올 것인가?
1991년 11월 첫 삽을 뜬 뒤 지나온 세월은 각종 논란과 시비와 굴곡의 역사로 점철돼 있다. 요동치는 곡절의 굽이굽이마다 발주처인 정부보다 오히려 전북도민들의 애가 타 속이 숯덩이였다.
내부 개발예산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정부 부처에서, 혹은 국회 심의 단계에서 누란지세(累卵之勢)의 위기를 거듭하는 등 단 한 번도 쉽게 넘어간 적이 없다.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이자 역대 정부 대선공약의 단골메뉴인 새만금 사업은 국가예산 확보 측면에서 보면 여전히 '혹독한 겨울'이다.
빙하기와 빙하기 사이에는 기후가 온난했던 간빙기(間氷期)라도 있었지만 새만금 예산은 유독 '빙기(氷期)’의 연속이었다. 내년도 예산은 새만금 30여년 역사에서 최악의 위기상황에 내몰려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간사와 원내대표로 구정된 '예산안 2+2 협의체'는 19일 오전부터 내년도 예산 처리를 위한 막판 조율에 돌입했다. 정부가 수용을 거부했던 '지역사랑화폐 예산' 증액 시행도 방향성은 합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여·야 간 입장차가 줄지 않은 안건에 '새만금사업' 예산과 권력기관 특수활동비, 예비비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의 새만금 예산과 관련해 정부 각 부처에서 당초 내년도 예산안으로 기재부에 올린 규모는 6626억원이었다. 하지만 기재부의 예산 편성 과정에서 5100억원, 무려 78%가 삭둑 잘려 나갔고 현재 국회에는 1479억원만 제출된 상태이다.
전북 정치권과 지역민들은 정부가 유례없이 대폭 삭감한 예산을 되돌려 달라며 지난 4개월동안 지속적으로 촉구해 왔지만 정부여당의 벽에 부딪혀 막판까지 난항을 겪고 있으니, 그야말로 30여년 새만금 역사에서 최악의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는 셈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새만금의 겨울'이 올해 현상만의 일이 아니다. 수난과 고통의 세월은 계속돼 왔지만 유달리 내년도 예산 삭감은 그 정도가 초유의 사태처럼 심각하다는 점에서 전북도민들이 분노해 하고 있다.
전북 군산시와 김제시, 부안군 등 3개 시·군의 앞바다를 메워 409㎢의 광활한 땅을 만드는 대역사의 총사업비는 22조7900억원으로, 이 중에서 국비가 53%인 12조1400억원이다. 나머지는 지방비 9500억원에 대부분 민자(9조7000억원)로 충당하는 게 기본 골격이다.
'3단계 계획'은 2031년부터 2040년까지 10년인데 그간의 내부개발을 통해 높아진 개발압력을 나머지 부지에 수용하는 내용이 골자이다.
주목할 점은 새만금개발청의 홈페이지에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는 3단계 1구역 사업에 '새만금 신공항 활주로와 부지 확장'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정부여당이 새만금공항만은 악착같이 반대하고 있다니 모순이다.
마지막 4단계 계획은 2041년부터 2050년까지 10년으로, 배후도시 용지 조성을 완료하고 관광·레저 용지의 효율적 운영·관리와 신재생에너지와 산업수요를 고려한 개발 등이 골자이다.
1991년 11월에 사업을 시작해 개발완료 목표연도가 2050년이니 60년에 걸친 사상 최장기 국책사업이 바로 새만금인 셈이다.
개발이 수십년에 걸친 장기 국책사업이다 보니 정부의 투자는 그야말로 '쥐꼬리의 연속'이었다. 밑그림을 그리고 방조제 축제를 시작한 90년대 중·후반이난 2000년대 초반의 예산은 말할 것도 없다.
20일 전북 정치권에 따르면 1991년부터 2010년까지 방조제 공사에 2조9000억원,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수질개선 1단계 사업에 1조5000억원 등 사업 착공 이후 20년 동안 6조8000억원의 쥐꼬리 투자만 이뤄졌다.
역대 정부의 대선공약 단골메뉴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새만금이 개발 초기 20년 동안 매년 평균 3400억원 정도만 국가예산을 확보했다는 점은 역사의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나마 2011년 3800억원대에서 이듬해에 다시 4945억원(2012년)으로 늘어나는 등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타듯 진폭이 심했다. 당시에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전북예산의 아킬레스건은 새만금이다. 새만금을 누르면 전북이 화들짝 놀란다"는 말이 나돌았을 정도로 지역민들은 새만금 예산에 큰 신경을 썼다.
이런 노심초사 덕분에 2015년에는 새만금 예산이 7447억원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이듬해에 곧바로 6093억원으로 다시 축소됐다.
국가 백년대계와 균형발전을 위해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국책사업이 되레 무원칙과 정치적 입김에 휘둘려 터덕이자 전북 정치권이 전면에 나섰지만 중과부적이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2017년부터 '새만금 속도전' 필요성이 줄기차게 제기됐다. 당시에 전북도와 정치권은 새만금 1단계 사업이 완료될 2020년까지 총 7조4200억원의 국비 투입이 필요하다며 매년 8000억원 이상 집중 투자를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투자해온 연간 국비 평균 6500억원 수준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신속한 개발의 속도전에 나서자는 주장이었다.
전북도가 당시에 추계한 '새만금 투자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 자료도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전북도 자료에 따르면 새만금에 매년 6500억원씩 투자해온 기존의 일자리 창출 효과는 매년 2만3000명에 불과했지만 해마다 1조원씩 투자를 늘릴 경우 고용창출 효과는 2.5배에 육박하는 5만9000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새만금 속도전을 위해 특별회계를 설치해 매년 1조원 이상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도 이 때이다.
사실 새만금 사업은 그동안 국토부와 환경부 등 6개 부처에서 시행하고 다양한 재원을 끌어쓰다 보니 종합적이고 계획적인 재원 확보가 어려웠다. 한쪽을 늘리면 다른 쪽에서 대폭 줄어 한 해 예산이 뒤로 가는 역주행 사태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특별회계 설치 주장은 허공 속의 메아리로 사라졌지만 지역민들은 크게 아쉽게 생각하는 대목이다.
수질 개선과 SOC 등을 총괄한 새만금 전체 예산은 문재인 정부 때 2019년 처음으로 1조원대에 들어서 윤석열 정부인 올해까지 5년 연속 1조원 시대(전북도 확보 본예산 기준)를 이어가고 있다.
이 중에서 주요 SOC 예산만 놓고 볼 때 전북지역민들의 관심과 기대에 힘입어 2020년 이후 4년 동안 연평균 5000억원 이상을 기록해 왔다.
하지만 정부가 잼버리 파행 이후 각 부처 요구액(6626억원)의 78%를 삭감한 채 1479억원만 국회로 넘겼고,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도 국민의힘이 정부안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만약 주요 SOC와 관련한 예산안 1479억원이 그대로 확정된다면 새만금 개발 초기 연평균(3400억원)의 반토막도 안되는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는 셈이어서 지역민들의 반발이 거센 실정이다.
이원택 국회의원은 "굴곡과 곡절의 새만금 예산 역사를 뒤돌아보면 전북이 얼마나 홀대를 받아왔는지 그대로 보여준다"며 "이번 새만금 주요 SOC 예산 삭감만 해도 잼버리 파행의 정치보복성 예산 삭감이자 국민의힘의 전북 죽이기 예산 심의인 만큼 100% 복원을 위해 끝까지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은 "여야 예산안 협의체가 78% 삭감된 내년도 새만금 예산을 놓고 협상을 하고 있지만 정부여당의 예산 원상복원 의지가 나타나질 않고 있다"며 "새만금 예산이 복원될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홍 기자(=전북)(arty13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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