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 가구, 오세훈표 ‘안심소득’ 받자 일해서 번 소득도 늘었다

손덕호 기자 2023. 12. 2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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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중위소득 50% 이하 484가구, 1차 시범사업으로 지원
11.7% 중위소득 50% 초과, 21.8% 근로소득 증가
오세훈, 노벨경재학상 수상자 뒤플로 교수와 대담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3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에서 2019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에스테르 뒤플로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와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복지 모델인 ‘안심소득’ 사업을 중간 점검한 결과, 지원을 받은 저소득 가구의 근로 소득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삶에 필수적인 재화 소비도 늘었다. 현행 복지제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가구를 폭넓게 지원하면서, 동시에 근로 의욕도 해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서울시는 20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서울 국제 안심 소득 포럼’을 열고 안심소득 시범사업의 1차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안심소득은 기준 중위소득 85% 이하 가구(재산 기준 3억2600만원 이하)를 대상으로, 기준 중위소득과 가구 소득 간 차액의 절반을 지원하는 제도다.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을 받는 하후상박형으로 설계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중위소득 50% 이하를 대상으로 1단계 지원 대상 484가구를 선정해 같은 해 7월 첫 급여를 지급했다. 급여 지급 기간은 3년이다. 정책 효과를 검증할 수 있도록 비교집단 1039가구도 선정했다. 올해는 중위소득 85% 이하로 대상을 확대해 2단계 지원 대상 1100가구(비교집단 2488가구)를 선정해 지난 7월부터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이정민 서울대 교수는 이날 포럼에서 1단계 시범사업 참여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안심소득 시범사업 1차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안심소득은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보다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도움이 되고, 지원받은 가구가 소득이 늘어 수급 대상에서 벗어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을 받은 가구는 근로소득도 늘었고, 정신건강과 영양 측면에서도 개선됐다.

1단계 시범사업 지원 가구 중 현행 복지제도 지원을 받는 가구는 222가구(45.9%), 지원받지 못하는 가구는 262(54.1%)가구였다. 1단계 시범사업 지원 가구 중 104가구(21.8%)는 지난달 기준으로 근로소득이 증가했다. 23가구(4.8%)는 가구소득이 중위소득 85% 이상으로 증가해 안심소득을 더 받지 않았다. 선정 당시 소득 기준인 중위소득 50%를 초과한 가구는 56가구(11.7%)로 집계됐다.

이 교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정해진 소득 기준을 넘으면 수급 자격이 박탈되지만, 안심소득은 소득 기준을 초과해도 자격이 유지된다”며 “실업 등으로 가구 소득이 줄면 자동으로 안심소득을 지급하기 때문에, 현행 복지제도 대비 근로의욕을 저해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안심소득 급여를 받은 지 6개월 만인 지난 1월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단계 시범사업 지원 가구의 식료품, 의료 서비스, 교통비 지출이 비교집단 대비 각각 12.4%, 30.8%, 18.6% 증가했다. 자존감, 우울감, 스트레스 등 정신건강에 대한 표준화 점수도 비교집단 대비 각 14.6%, 16.4%, 18.1% 향상됐다.

안심소득 1단계 시범사업 성과. /서울시

오 시장은 이날 포럼에 앞서 2019년 역대 최연소이자 여성으로는 두 번째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에스테르 뒤플로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특별대담을 했다. 전공은 개발경제학으로, 자연과학 분야에서 사용하는 무작위 대조 실험 방법을 경제학 연구에 도입해 정책 실험으로 빈곤층 지원 효과성을 검증하는 데 기여했다.

뒤플로 교수는 “많은 경제학자는 일부의 사람이 일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위험성 때문에 일정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 도입에 대해 우려한다”면서 이런 우려는 과장된 경향이 있다고 언급했다. 또 안심소득이 무작위 대조 실험으로 시행되는 점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오 시장은 “안심소득은 실업·폐업 등 갑작스럽게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스스로 가난하다고 증빙하지 않고 자동으로 안심소득을 지급한다”며 “현행 복지제도와는 달리 근로 의욕을 저하시키지 않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뒤플로 교수는 이어진 기조강연에서 빈곤국은 보편적 기본소득이 적합하지만, 한국과 같이 행정 역량을 갖춰 지원 대상을 파악할 수 있는 국가는 선별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더 많이 지원하면 효과가 더 우수하기 때문이다. 또 청중들에게 “안심소득이 사람들을 게으르게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인도네시아 등의 국가에서 실시한 실험 증거에 따르면 그런 효과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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