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명가' 삼성 만든 안준호·서동철, 대표팀 재건 복안은
서동철 "대표팀 수비력 약해져…선임되면 끈끈한 모습 되찾겠다"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농구인' 안준호는 프로농구 서울 삼성과 인연이 깊다. 경희대를 졸업한 1979년 처음 입단한 실업팀이 삼성전자였고, 거기서 선수로 8년을 보냈다.
2000년 코치로 삼성에 돌아온 그는 4년 후 드디어 친정팀의 사령탑이 됐다. 그때 나이가 48세였다.
안 전 감독 체제의 삼성은 그야말로 프로농구 대표 '명가'였다. 안 전 감독은 2010-2011시즌까지 7시즌 간 지휘봉을 쥐었는데, 삼성은 매 시즌 플레이오프(PO) 무대를 밟았다.
챔피언결정전 진출만 세 차례 성공했다. 2005-2006시즌에는 우승 트로피를 들었고, 2007-2008·2008-2009시즌에는 준우승했다.
삼성에서 안 전 감독은 정규리그 203경기를 이겼고, 175경기를 졌다. 승률은 53.7%다.
이 기간 안 전 감독과 동고동락한 지도자가 지난 시즌까지 수원 kt를 이끈 서동철 전 감독이다. 수석코치로 안 감독을 보좌한 서 전 감독은 2011년 안 감독과 삼성의 재계약이 불발되자 함께 팀을 떠났다.
2000년대 삼성을 농구 명가로 만든 지도자 콤비는 남자농구 대표팀에서 12년 만에 재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민국농구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는 지난 19일 국가대표 감독-코치 후보에 대한 면접을 진행했다.
후보로 나선 세 팀 가운데 안 감독-서 코치 조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내년 1월 23일 협회 이사회 심사에 오른다.
여기서 특별한 결격 사유가 발견되지 않으면 안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쥔다. 이렇게 되면 안 전 감독은 12년 만에 농구 현장에 복귀하게 된다.
안 전 감독은 면접을 마치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금메달을 딴 2014년 아시안게임 이후 남자농구가 지지부진하다. 남자농구의 재도약을 위해 지원했다"며 한국 농구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대의를 강조했다.
이어 "한국 농구에는 두 축이 있다. 그중 하나인 프로농구의 질도 높여야 하지만 다른 축인 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성적도 내야 한다"며 "두 축이 수레바퀴처럼 잘 굴러가야 농구 저변확대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안 전 감독은 현장을 떠난 기간 농구 공부에 매진했다고 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 연수를 다녀왔고, 미국에서 열린 캠프에도 참가해 선진 농구를 배웠다고 밝혔다.
더불어 서 전 감독이 kt를 이끈 최근 5시즌 동안, 그와 팀의 전반적인 전략·전술에 대해 논의하는 등 농구에 대한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안 전 감독은 삼성 시절 거둔 성과 덕에 선수 구성과 주요 전술 등 전반적인 '판'을 짜는 데 능한 지도자라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그가 지도자로 활약할 당시와 현재 농구의 양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농구의 중심은 골밑에서 어느새 외곽으로 이동했다.
안 전 감독의 프로농구 마지막 시즌은 2010-2011시즌 3점을 가장 많이 던진 팀은 SK(20.5개)였다. 12년이 지난 올 시즌 3점을 가장 적게 던지는 팀은 울산 현대모비스로 경기 당 20.7개를 쏜다.
안 전 감독 체제의 삼성은 외곽포를 즐기지는 않았다. 7시즌 평균 매 경기 18.7개의 3점을 쐈는데, 당시로도 하위권이다.
현대 농구의 발전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을지 우려는 안 전 감독의 나이와 얽혀 더욱 증폭된다. 1956년생 안 전 감독은 60대 후반으로, 휘하의 제자들이 이제는 각 팀 감독 자리를 꿰차고 있다.
이상민 부산 KCC 코치는 8시즌 동안 삼성 감독으로 활동한 바 있고, 강혁 감독대행도 올 시즌 대구 한국가스공사를 이끌고 있다.
실제로 면접 후 경기력향상위원회 채점·회의 중에는 안 전 감독을 포함한 '고참 지도자'가 아닌 젊은 농구인에게 기회를 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강력하게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우려를 들은 안 전 감독은 이제 '트렌드'에 맞게 외곽 농구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난 요즘 트렌드의 농구를 구현하고 싶다. 속공과 빠른 공격에 중점을 두고 외곽 공격을 통해 득점 기회를 계속 만드는 농구를 하고 싶다"며 "물론 골밑도 노려야 하지만, 국제 무대에서 우리의 높이가 열세인 건 기정사실"이라고 말했다.
안 전 감독을 둘러싼 우려를 해소하는 게 2022-2023시즌까지 프로농구 현장에 있었던 서 전 감독의 몫이다.
서 전 감독은 "국가대표 감독직 적임자는 안준호 감독님이다. 대표팀을 다시 끈끈하게 만들 사람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어디든 감독-코치의 호흡이 중요하다. 난 감독님께 전술·전략·훈련 등에 대해 직언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서 전 감독은 특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역대 최저 성적인 7위 그친 우리 대표팀의 수비 조직력을 다지는 게 우선 과제라 봤다.
그는 "요즘 대표팀 경기력이 좋지 못한 건 수비가 약해져서다. 끈끈한 모습이 사라졌다"며 "공격은 잘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수비는 아니다. 수비를 단단하게 준비하는 게 농구의 정석"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과 조별리그 경기를 보면 우리가 애먹은 부분이 수비였다. 일본은 조직적이고 끈끈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우리는 공격에서만 승부를 걸려 했다"며 "최종 선임이 된다면 이런 부분을 다 잡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 선발되는 남자농구 국가대표 감독과 코치는 2024년 2월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부터 2025년 FIBA 아시아컵 본선까지 대표팀을 지도한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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