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낙서’ 범인들 영장 절차 밟을까… “사회적 충격 상당”
‘부득이한 경우’ 해당 여부 구속영장 신청 쟁점
공범 유무와 금전 대가 받았는지도 영장에 영향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경복궁 담장에 스프레이로 낙서를 해 문화재를 훼손한 피의자 2명이 지난 19일 경찰에 검거된 가운데, 구속 영장 신청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경찰은 일단 ‘엄정 수사’를 공언한만큼 영장 신청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지만, 용의자가 10대인 점과 주거가 안정적인 점 등은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반박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찰은 영장 시한(48시간)이 만료되기 전 영장 절차에 들어갈지 여부를 확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사건을 수사중인 종로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수원 자택에서 검거된 피의자 2명은 임모(17) 군과 김모(16) 양 두 명이다. 이들은 만 14세 이상 19세 미만인 범죄 소년으로 형사 처벌을 면제받는 촉법소년과는 구분된다. 범죄 소년의 경우 보호처분을 우선하도록 하지만, 중범죄를 저지를 경우 형사처벌을 피하기는 어렵다. 경찰 관계자는 “사안이 엄중하지만 10대다. 소년부 송치 등 처벌이 가능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아직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확정짓지 않은 상태다. 소년법 제55조 1항은 ‘소년에 대한 구속영장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발부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다. 경찰 역시 미성년자인 경우엔 구속 영장 신청을 하지 않아왔던 것이 관례다.
따라서 경찰의 영장 신청 여부의 쟁점은 이번 사건이 ‘부득이한 경우’로 볼 것이냐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통상적으로 미성년자의 경우 가능하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지만, 범죄 중에서도 사회적으로 충격을 준 범죄는 제외되는 경우가 있다”며 “이번 사건의 경우 우리 사회 충격이 상당하고 반향이 크다 보니 이런 지점도 경찰이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피의자 2명이 거주지에서 체포됐다는 점도 구속영장 신청을 하지 않을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긴급 체포가 아니라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검거했기 때문이다. 곽 교수는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주거지에서 체포했다는 점은 거주지가 불명확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라면서도 “피의자들의 가정환경 등을 조사하면서 가출을 자주하는 등의 정황이 발견된다면 구속영장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다만 구속영장은 신청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피의자들이 지인으로부터 범행에 대한 대가로 돈을 받았을 경우 가중 처벌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공범이 더 있느냐의 여부도 중요하고, 만약 금전적 대가를 받았다면 비난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가중 처벌 요소로 평가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경복궁 담벼락에 특정 가수의 이름과 앨범명을 적는 등 모방범죄를 저지른 20대 A씨는 범행 이후 자신의 블로그에 ‘예술을 했을 뿐’이라는 글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다들 너무 심각하게 상황을 보는 것 같다. 그저 낙서일 뿐’이라면서 ‘숭례문을 불태운 사건을 언급하면서 끔찍한 사람으로 보는데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고 적기도 했다. 범행 직후 자신의 블로그에 ‘인증 사진’까지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문화재를 훼손해 효용을 떨어뜨렸다는 점에서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법원의 발부 여부는 생각할 여지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이라면 (1차 낙서 피의자들과) 동일하게 신청을 하든지, 범행 피의자들 모두에게 신청하지 않든지 동일한 결론이 나와야 될 것 같다”고 바라봤다.
서울경찰청은 피의자들을 엄정 처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8일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문화재 훼손은 중대한 범죄로 인식을 하고 있으며, 이를 재물손괴죄로 보고 엄정하게 사법처리 하겠다”고 했다.
현행 문화재보호법 92조 제1항에 따르면 ‘지정 문화재를 손상, 절취, 은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돼있다. 제99조에는 문화재를 훼손했을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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