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기대가 컸나… ‘시즌1’ 자존심 구겨버린 속편
‘더 글로리’ 등 주목 받았지만
탈영병 체포조 다룬 ‘D.P.2’
버디무비 매력 사라지자 혹평
‘스위트홈2’이어 ‘독전2’ 등도
이야기 확장되며 밀도는 추락
올 마지막 작품 ‘경성 크리처’
내년 7월 공개 ‘오징어 게임2’
K콘텐츠 자존심 회복할지 주목
시작은 창대했으나 그 끝은 미약했다. 2023년 넷플릭스의 성적표다. 연말연시 공개된 ‘더 글로리’와 ‘피지컬 : 100’을 앞세워
호기롭게 출발선을 끊었으나 ‘기대작’이라 불렸던 속편들의 만듦새는 엉성했다. K-콘텐츠의 인기가 상승하며 제작비를 높여 외형은 키웠으나 내실은 다지지 못한 탓이다.
◇‘D.P.’ ‘스위트홈’ ‘독전’ … 고개 숙인 속편
올해 넷플릭스는 인기 시리즈의 속편으로 가속 페달을 밟았다.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의 이야기를 다룬 ‘D.P.’는 지난 7월, 2년 만에 돌아왔다. 군 내 비리를 둘러싼 간부들의 싸움으로 판을 벌이는 과정에서 준호(정해인 분)와 호열(구교환 분), 두 병사의 성장담을 그린 투맨 영화의 매력은 사라졌다. 3년 만에 공개된 ‘스위트홈2’도 성과가 미미하다. 허름한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인간과 괴물의 사투를 그린 시즌1은 ‘한국형 크리처물’이라 평가받았다. 그러나 등장인물들이 아파트 밖으로 벗어나며 세계관을 확장한 시즌2는 감정을 가진 괴물, 인간성 상실 등 새로운 요소를 가미하며 덩치를 키웠을 뿐, 신선함과 기발함은 증발했다는 혹평을 받았다. 이응복 감독은 “시즌3까지 보면 이해할 것”이라는 해명으로 사실상 시즌2의 부족함을 인정한 모양새다.
이를 웹툰 기반 콘텐츠의 한계로 보는 시각도 있다. 두 작품 모두 완성도 높은 웹툰에 기대 시즌1은 성공했지만, 시즌2부터는 창작의 영역이다. 이미 재료가 소진된 이야기를 무리하게 확장하는 과정에서 밀도는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원작의 인물 관계와 구조까지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이는 지난달 공개된 ‘독전2’에도 해당된다. 520만 관객을 모은 ‘독전’(2018)의 후속편이지만 주인공을 맡은 배우가 바뀌고, 기존 이야기를 비트는 과정에서 졸작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 외에도 제작비 360억 원이 투입된 ‘도적: 칼의 소리’와 아포칼립스를 주제로 한 ‘택배기사’ 등도 기존 K-콘텐츠와 비교하면 볼거리는 강화했으나, 작품 완성도와 성과 면에서 아쉬움이 크다. 정덕현 평론가는 “시즌2는 ‘더 강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시즌1의 고유 서사를 깨면서 기존 캐릭터의 매력이 줄어들었다. 넷플릭스에서 제작하는 시즌제 K-콘텐츠가 겪는 성장통”이라고 분석했다.
◇2023년 마지막 K-콘텐츠, ‘경성 크리처’로 반등할까?
배우 박서준·한소희가 주연을 맡은 ‘경성 크리처’는 올해 넷플릭스가 선보이는 마지막 K-콘텐츠로 자존심 회복을 노린다. ‘낭만닥터 김사부’로 유명한 강은경 작가가 집필하고 300억 원에 육박하는 제작비를 들였지만, 언론 시사회를 통해 6부까지 공개된 ‘경성 크리처’의 만듦새 역시 기대를 밑돈다.
일본 패망 직전인 1945년 3월 경성이 배경이고, 일제의 생체 실험 과정에서 탄생한 괴물(크리처)이 등장한다. 주인공 장태상(박서준 분)은 전당포 금옥당을 운영하는 경성 최고의 자산가다. “먹고 사는 게 제일 중하다”며 시대에 야합하던 장태상이 어머니를 찾으러 경성으로 온 윤채옥(한소희 분)에게 한눈에 반해 위험에 맞서고, 갑자기 두 사람이 애틋한 감정을 나누는 과정은 몹시 급작스럽고 설득력이 떨어진다. 무엇보다 크리처의 매력이 부족하다. 3회 전까지는 전체 모습도 드러나지 않으며 ‘스위트홈’의 크리처에도 비교 열위다. 총 10부작인데 22일 파트1 7부까지 공개되고, 내년 초 파트2를 볼 수 있다. 지난해 이맘때 공개한 ‘더 글로리’와 같은 편성 방식이지만, ‘더 글로리’에 눈높이를 맞춘 시청자들의 실망이 클 법하다.
반등의 기회는 있다. 역대 K-콘텐츠 중 가장 높은 누적 시청 시간을 기록한 ‘오징어 게임’과 ‘지금 우리 학교는’의 속편이 제작 중이다. ‘오징어 게임2’는 내년 하반기 공개를 목표로 7월 촬영을 시작했고, ‘지금 우리 학교는’은 대본 작업 중이다. 정 평론가는 “시즌제에 대한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 무조건 새로운 것이 아니라 기존 흐름을 이어가야 한다”며 “자극과 수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더 단단한 서사를 구축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안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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