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시티 생후 17일 아기, 이 군 폭격에 숨져

차미례 기자 2023. 12. 2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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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끊긴 병원에서 사투 끝 출생, 2살 오빠와 함께 폭사
이스라엘군, 라파의 민간아파트 폭격…가족 등 27명 몰살
[칸유니스( 가자지구)=AP/뉴시스] 가자지구 칸 유니스의 병원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다친 아기가 12월 1일 응급치료를 받고 있다. 2023. 12. 20.

[ 라파( 가자지구)= AP/ 뉴시스] 차미례 기자 = 가자시티 남부에서 이스라엘 전폭기가 매일 폭격을 하고 있는 와중에 전력이 끊긴 병원에서 태어났던 생후 17일의 여아가 3주일도 채 살지 못하고 19일 라파의 집에서 2살 오빠와 함께 이 군 폭격으로 숨졌다.

아기의 가족은 아기 이름을 알-아미라 아이샤 - "아이샤 공주"라고 지었지만 아직 이름을 등록하기도 전에 민간주택가를 공습한 이스라엘기의 폭격으로 아파트가 파괴되면서 숨을 거두었다.

아기의 가족을 포함한 여러 일가가 함께 깊이 잠든 새벽 시간에 이스라엘군은 라파 시내의 이 아파트를 폭격해 폐허로 만들었다고 공습의 유일한 생존자인 아기 할머니 수잔 조아라브가 기자들에게 말했다.

현지 병원 의료진은 이 폭격으로 27명이 몰살을 당했으며 그 가운데 아이샤와 2살 짜리 오빠도 포함되었다고 밝혔다.

할머니 수잔은 당시 폭격으로 중상을 입고 입원한 아들 ( 아이샤 아빠)의 병상 옆에서 "아기는 겨우 2주일을 넘겼을 뿐이고 이름조차 등록하지 못하고 갔다"며 슬픔에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가족의 비극은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 군의 무차별 공격으로 사망자가 2만명에 육박했다는 가자 보건부의 발표 직후에 일어났다. 이런 사건은 이스라엘 군이 거의 두 달 반 동안 가자지구 전체에 무자비한 공습과 폭탄 세례를 퍼붓는 동안에 흔히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폭격은 민간인 주택과 아파트에도, 가족들이 안에 있는 그대로 이뤄져 희생자 수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가자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하마스군이 10월 7일 이스라엘 국경을 넘어 기습작전을 시작한 이후로 계속되고 있는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 민간인 1200명이 죽고 240명이 인질로 납치 당했다.

조아라브 일가는 가자지구에 일제 대피령이 내린 뒤에도 집에 계속해서 남아 있던 소수의 팔레스타인 사람들 중에 속해있다.

21세기의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이스라엘의 무차별 살륙전으로 가자지구 전체 인구의 80%가 넘는 190만 명이 살길을 찾아 유엔학교와 병원들, 야전 천막촌과 길거리에서 피난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조아라브 가족들은 그들의 3층 아파트의 집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수잔의 두 아들은 높은 층에 각자 아파트를 갖고 있었지만 1층이 더 안전하다고 여겨서 1층에 온 가족이 모여 비좁지만 함께 피난생활을 했다.

[칸유니스= AP/뉴시스] 가자지구의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폐허에 묻혔던 아기의 시신을 보고 놀라는 팔레스타인 소녀. 2023. 12.20.

그러다가 이스라엘군이 이 곳을 폭격해서 기자인 아델을 포함한 조아라브 가족 최소 13명이 즉사했고 인근의 많은 피난민들도 목숨을 잃었다.

3층 아파트 건물은 전부 무너졌고 구조대가 와서 산 사람과 죽은 시신들을 폐허 속에서 끌어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체의 하마스 목표물을 공습하고 있다면서 민간인들의 죽음은 하마스가 일반 주거지에서 작전을 하기 때문이므로 그들 탓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군사목표를 어떻게 공격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아이샤 공주 아기는 12월 2일 라파 시내의 전기가 끊긴 에미라티 적신월사병원에서 태어났다. 이 시점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정전 협정이 1주일만에 결렬되어 폭격과 무차별 총격이 재개된지 48시간이 되는 때였다.

유엔산하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18일 기준으로 가자지구의 병원 36곳은 파괴되어 폐업에 들어갔고 남은 8개 병원도 일부분만 가동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약 5만명의 팔레스타인 임부들이 위험에 처해있다고 WHO는 밝혔다.

아이샤 아기의 부모들은 엄마는 얼굴에 화상과 타박상을, 아빠 마흐무드는 골반뼈 골절상을 입었지만 살아 남았다. 아기 할머니 수전은 라파의 쿠와티 병원에 입원한 아들 곁으로 두 손자 손녀와 마지막 작별을 시키기 위해 시신들을 가져왔다.

마무드는 통증으로 얼굴을 찌푸린채 억지로 일어나 하얀색 장례포에 싸인 아들 아흐메드를 안고 쓰러져 울었다. 그의 아내는 역시 흰색 천으로 감싼 아이샤 아기를 그에게 안겨주었다.

19일 라파의 이 병원 밖에는 아이샤와 아흐메드를 비롯해 폭격으로 숨진 사람들을 근처 묘지로 옮겨 매장하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장례의 기도를 함께 올렸다.

할머니 수잔은 "내가 손주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 눈 깜박할 사이에 아기들을 모두 잃어버리고 말았다"며 가슴을 쳤다.

☞공감언론 뉴시스 cm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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